[Opinion] 더 큰 몸짓으로 날아오르다, Dancer [영화]

Take me to Church
글 입력 2017.10.2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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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댄서는 내가 아직 예술영화에 대해 잘 모르던 때에 그 스펙트럼을 넓혀준 좋은 계가가 된 영화였다. 대중성이 높은 영화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종종 많은 영화가 상업성을 좇아 관객을 실망시킬 때, 그래도 나의 취향에 맞추어 골라볼 수 있는 예술영화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만큼, 댄서는 나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에 남았다.



세르게이 폴루닌의 삶을 담은 예술 다큐멘터리


세르게이는 태어나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용이었고 자신의 모든 삶 동안 무용과 함께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는 소년이었다. 무용을 누구보다 사랑했고, 무용을 하는 자신을 사랑했다. 러시아에서 무용을 하게 될 경우, 아이들은 체조 혹은 발레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세르게이는 발레를 택했고 그 중에서도 그는 가장 뛰어난 수준에 속해 천재로 불리며 거침없이 발레리노로서 그의 커리어를 쌓아갔다.

이런 그에게 성공적인 활동과 찬사, 관객들의 호응은 늘 함께였다. 하지만 그의 갈증을 채워주지 않는 그 무언가가 항상 그를  괴롭게했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가 어두워지듯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그는 이내 발레 무대에서 무용수로서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은퇴 선언을 한다. 그리고 그를 채워줄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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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부족했던 것은 가족의 사랑었음을 세르게이는 이내 깨닫는다. 자신의 발레생활과 맞바꾸어야 했던 그것은 자신의 양날의 칼과 같았다. 가족의 사랑으로 지원을 받으며 무용을 계속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발레 때문에 가족의 사랑을 잃었다. 더 이상 열정만으로 발레를 계속할 수 없었던 그에게 무용은 자신을 옭아매는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Take me to Church


무용의 매력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정말 그 의미를 마음으로 느끼며 볼 수 있었던 춤이 이런 세르게이의 고뇌 후 등장한다. 그의 친구가 안무를 짜고 데이비드 라샤펠이 촬영을 맡아 더욱 돋보였던 그의 'take me to church'는 이전의 발레와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짜여진 무용 안에서 숨길 수 없는 독창성을 늘 발휘하곤 했던 그였지만(세르게이는 발레가 매우 고전적이고 딱딱한 무용이라 생각했다), 숨결 한번과 동작 하나마다 살아있는 그의 예술혼을 이보다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었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구원해주길 바라는 의미가 담긴 몸짓과 함께 스스로를 구제할 자신을 누구보다 간절히 염원했을 그의 고뇌가 어떤 것이었을지 아무도 제대로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춤을 추는 그의 표정과 땀방울을 보고 있자면 무용을 모르는 이라도 춤이 어떤 감동을 주는 예술장르임을 알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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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도 동시에 무거워졌음을 느꼈다. take me to church가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발표했지만 세르게이는 이전보다 더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이제 다 마친 것일 뿐이었다. 안무 영상에 대한 반응은 세계적으로 뜨거웠고, 이는 그가 설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넓어졌음을 뜻했다.

그의 삶을 무용을 포기하며 다 놓아버리려 했을 때, 가장 빛나는 춤으로 돌아와준 세르게이와 그의 작품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고통스러웠던 만큼 더 단단해지고 풍부해진 표현력에서 느끼게 될 감동은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달라질 것 같다. 많은 고민과 열망을 담아 불안함 속에서 그를 꺼내어 준 춤이 결국 그의 구원자였을지, 끝내 부정하고 싶은 그의 정체성이었을지에 대한 힘겨운 고뇌가 담긴 take me to church. 이전도 대단했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세르게이를 나는 이제 한 명의 팬으로서 기다리게 되었다. 어쩌면 더욱 힘찬 몸짓으로 날아오를 세르게이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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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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