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좋아할 재료로 가득히 '아메리칸 셰프' [영화]

글 입력 2017.10.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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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먹방, 쿡방의 춘추 전국 시대다. 채널을 돌리면 < 냉장고를 부탁해 >, < 맛있는 녀석들 >, < 수요미식회 > 등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유명인의 자녀들로 옮겨간 유행은 이제 음식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음식을 소재로 한 콘텐츠의 물량공세가 당혹스러운 것은 나는 해당 콘텐츠에 전혀 관심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공급량을 고려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음식과 관련된 방송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나처럼 관심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부족한 식욕 때문은 아니다. 욕구의 건강함은 최근 한 영화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음식을 소재로 한 방송에 대한 관심의 부재는 단지 해당 콘텐츠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뿐, 영상 매체를 통한 음식의 이미지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충분히 경험했다. 그렇게 새벽 2시, 라면을 먹게 됐다. 맞다. 이 글은 새벽에 라면을 먹게 된 원인이자 결과에 대한 글이다.
 


< 아메리칸 셰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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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 아메리칸 셰프 > 스틸컷


요리 영화이면서 성장 영화이고, 가족 영화다. 존 파브로가 감독과 주연을 모두 맡은 이 영화는 한 유명 셰프가 푸드 트럭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포스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분명하게 미국적인 영화다. 쫓겨나듯 푸드 트럭을 하게 된 유명 셰프의 자수성가 성공담과 ‘레스토랑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몇 배는 행복해!’ 식의 예상 가능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 따뜻하다. 진부한 소재가 됐다고 해서 감동이 옅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에게는, 감동에 내성이 없다.

푸드 트럭의 성공뿐 아니라 셰프 칼 캐스퍼가 어린 아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은 이 영화가 가진 아름다움 중 하나다. 아들과의 서툰 소통이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요리’를 통해 진정한 소통으로 다가올 때, 푸드 트럭의 성공조차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성공이 이뤄진 것인지 모른다.

큰 틀에서 성장 영화, 가족 영화라는 익숙한 포맷을 따르고 있는 이 영화가 관객에게 새롭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역시 ‘음식’과 ‘요리’ 덕분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좋아하지만 흔해져버린 포맷에 색다른 소재가 하나 입혀지는 것만으로 영화는 기존에 본 적 없던 전혀 새로운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따뜻하고, 맛있는 영화다. 새벽에는 권하지 않는다. 쿠바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


[김우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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