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드라마의 가능성, '비밀의 숲' [문화 전반]

한국 드라마는 기승전 러브라인이라는 공식을 깨다.
글 입력 2017.10.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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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영화와 드라마 중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드라마를 택할 만큼 드라마를 좋아한다. 하지만 바빠진 일상 속에서 드라마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은 지 거의 1년이 되었다. 그런 필자가 입소문만으로 정주행(드라마를 1화부터 그 뒤의 회차까지 주행하듯 보는 것)하게 된 드라마가 있다. 바로 tvN '비밀의 숲'이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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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종영한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


  이 드라마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드라마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보통 한국 드라마는 기승 전 연애, 사랑이라고 폄하되고는 한다. 흔히 미드라 불리는 미국 드라마는 의학 관련 분야면 철저히 그 안의 스토리를 담고, 법률 관련 드라마라면 역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만을 오롯이 담아내 호평을 받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들은 화제성을 위해, 또는 시청자들의 설렘을 배가하기 위해 러브라인을 넣는다. 물론 전문 분야를 다루는 드라마에 러브라인을 넣는 선택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어떤 분야든 사랑은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진정한 전문분야 드라마가 되기에는 러브라인이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밀의 숲은 한국 드라마는 모두 러브라인으로 끝난다, 사랑이 주가 된다는 말을 반박할 수 있게 하는 스릴러,범죄 드라마다. 화제가 되는 러브라인이 들어가야 시청률이 잘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그런 요소 없이도 좋은 시청률을 기록한 선례를 남겼다. 또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도 이렇게 하나의 스토리를 풀어내는데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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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파트너인 검사 황시목과 형사 한여진 - 사진 출처 텐아시아
 

  주 내용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서스펜스 내부 비밀 추적극이다. 서부 지검 형사인 황시목은 남들과 조금 다르게 감정을 잘 느낄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탁월하기도 하다. 기계처럼 감정을 배제하고 사건을 이성적으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옆에서 돕는 한여진은 감성적인 부분이 발달한 형사로 둘의 조합이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어 사건을 풀어나간다.

  처음 사건의 시작은 황시목이 동료 검사들의 스폰서인 박무성에게서 검사들의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연락을 받는 것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비리를 제보하겠다는 박무성은 황시목이 도착했을때에 이미 죽어있었고, 황시목은 살인 용의자를 긴급체포하고 결정적 증거까지 찾아내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용의자는 강력히 무죄를 주장하고 사건 해결에 의심스러운 점들이 드러나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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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인물 관계도


  이처럼 비밀의 숲은 스릴러, 범죄 드라마이기 때문에 드라마를 관통하는 위의 주요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주가 된다. 여기까지는 다른 드라마와 같지만 하나의 사건을 풀어내는 것에서 비롯한 인물들의 감정선 연기와 탄탄한 연출을 볼 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장 좋았던 점 세 가지는 영상미,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음향 연출이었다. 마치 드라마 속 인물에 빙의한 것 같은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력, 그리고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영상미와 음향 연출은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달달한 연애 장면 하나 없는 비밀의 숲에 열광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토록 비밀의 숲이 좋은 평을 받는 이유는 환경에도 있다. 한국 드라마는 생방이라고 할 정도로 배우들과 연출진들에게 가혹한 환경이 자주 주어진다. 하지만 비밀의 숲은 사전제작 드라마로 좋은 환경 속에서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드라마다. 보는 시청자들도 급박하게 찍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인 드라마도 많은데 그 속에서 비밀의 숲은 제작 환경이 드라마 제작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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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배우들 - 사진 출처 SPOON


  긴장감있게 사건을 풀어내는 드라마를 보고 싶다면, 막장 드라마에 지쳤다면, 혹은 정말 잘 만들어진 탄탄한 스토리를 보고 싶다면 드라마 '비밀의 숲'을 강력 추천한다. 한국 드라마가 주로 폄하된 이유였던, 기승 전 연애의 스토리와 급박하고 열악한 촬영 환경을 벗어난 비밀의 숲은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인생 드라마'로 회자되고 있다. 또 한가지 덧붙여, 비밀의 숲 뿐만 아닌 다른 많은 한국 드라마도 좋은 환경 안에서 제작되길 바라며 전문 분야와 스토리 해결에 중점을 두어도 큰 사랑을 받을 수 있게 발전하기를 바래본다.


[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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