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니 핑크(Nobody Loves Me, 1994) [영화]

사랑을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
글 입력 2017.10.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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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마. 과거는 뒤에 있는 너의 모습이고 미래는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야. 과거와 미래는 항상 너와 함께 하는거야. 그것이 가끔 널 유혹할거야. 잠시 앉아 쉬라고, 휴식을 취하라고. 네가 원하는 그 무언가를 약속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그 말 듣지 마. 계속 앞만 보고 걸어가. 그리고 시계는 차지마. 항상 몇 시 인지만 알리려고 하니까. 그보다는 항상 '지금'이라는 시간만 가져. 알겠지?"


 여러모로 충격적인 영화. 판타지나 SF 장르가 아닌데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전개를 하고 있다. 사랑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로, 검색해보면 '코미디' 장르라고 적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코미디가 아니었다. 

 파니 핑크는 공항의 보안 검색대에서 일을 하는 29살의 여자이다. 속칭 '노처녀'로 엄마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한테 남자를 만날 것을 강요받고, 본인도 누군가를 만나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의지할 곳 없는 그녀의 내면은 텅 비어있었으며, 나날이 활력을 잃어갔다. 그러던 중 어느날 그녀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오르페오'라는 아프리카 점쟁이를 알게 되고, 인생에 답이 없다고 여겼던 그녀는 결국 상담을 받으러 찾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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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쟁이 오르페오는 토속신앙의 일종으로 보이는 점술로 그녀의 운명을 예언한다. 금발의 푸른 눈, 자동차를 갖고 있고 멋진 양복에 행운의 숫자 23. 그의 예언대로 파니는 예언과 정확히 일치하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았던 오르페오는 정작 그의 삶 속에서 온갖 고난을 겪으며 살아간다. 파니는 운명의 남자와 잘 이루어졌을까? 아니다. 그녀는 또 사랑에 실패하게 된다. 또 다시 실연을 겪은 파니에게, 험난한 삶을 살고 있는 오르페오에게, 둘은 같이 살게 되고 서로는 서로의 위로가 되어준다. 그들은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동안 누구보다도 스스로를 위하게 된다.

 이 영화는 자잘한 반전들이 그 완성도를 높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 뒤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을 삼가겠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랑은 그 종류를 나눌 수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람들은 '남녀 간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등으로 사랑을 온갖 종류로써 판가름하지만, 사랑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되는 것 같다. 사람 인(人)자처럼, 인간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랑은 그 매개이며, 이것 없이는 풍족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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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 때, 스스로가 스스로를 채울 수 있을 때 찾아온다. 자기 공허를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사랑을 갈구하지 않고,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인간은 자꾸 외부에 기대고 싶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파니 핑크의 경우에도 오르페오가 믿는 토속신앙에 의존하기도 했고, '죽음 모임'에 의존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자기 자신'은 본인으로부터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멀리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한다면 단연 'non je ne negrette rien'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 인셉션 >의 킥 음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음악이다. 가사를 곱씹으며 다시 들어본다.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행복이건 불행이건 
그건 모두 나완 상관 없어요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사라지고 잊혀졌어요 
난 과거에 신경쓰지 않아요 
나의 추억들로
나는 불을 밝혔었죠
나의 슬픔들, 나의 기쁨들
그것들이 필요치 않아요
남아 있던 전율도 
영원히 사라져 버렸어요 
다시 시작할 거에요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행복이건 불행이건 
그건 모두 나완 상관 없어요 
아니에요! 그 무엇도 아무것도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나의 기쁨이 
오늘 그대와 함께 시작되거든요 





사진 출처
네이버 N 스토어에서 구입한
영화 < 파니 핑크 >의 캡쳐본을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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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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