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러시아적인' 발레를, 러시아 대표 발레단이 선보이다 : 백조의 호수

글 입력 2017.10.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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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계 사립 고등학교를 나왔다. 높은 언덕위에 흔한 지역 이름을 단 여고였던 그곳을, 나는 해가 뜨면 종종 걸음으로 갔다가, 별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수선한 야경을 바라보며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나같은 학생이 천 명 쯤 다녔던 그 학교가 유일하게 회색빛 교복을 벗어던진 채 안 어울리게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때가 있었다. 우리는 체육대회 겸 무용대회를 이틀에 걸쳐 성대하게 하는 독특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5월이 되면 1,2학년 학생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리를 한가득 차지하고 춤 연습을 하고 피구공을 던졌다. 학교 앞마당에선 수 십 명의 학생들이 부채춤을 추고 있었고, 뒷마당에선 또 다른 수 십 명의 학생들이 캉캉을 춘답시고 이리저리로 뛰어다녔다. 초여름을 장식하는 푸릇푸릇한 이파리들처럼,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예술’을 좋아했던, 그럴 수밖에 없었던 학교였다.

 선생님들은 작은 도시에 겨우 하나 있는 예술의 전당에 우리를 종종 데려가곤 했다. 나는 그곳에서 난생처음 현대무용을 봤고, 발레도 봤다. 발레를 봤었나? 싶을 만큼 그 때의 기억은 꿈처럼 어렴풋이 남아있다. 공부에 찌들어 피곤했고 졸려서, 갑자기 무슨 발레냐며 투덜댔던 것도 같다. 춤은 내게 너무 어려웠다. 아무 말도, 아무 표현도 하지 않고 몸만 움직이는데 그걸 보고 뭘 느끼라는 건가? 그런데 막상 보니 달라도 너무 달랐다. 화려한 의상에 분명 힘이 들텐데 깃털처럼 가볍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사람이 아닌 새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여려 보이는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이란 게, 그 멀리서도 느껴졌다. 그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발레를 보지 못했는데, 어쩌다 보니 좋은 기회가 왔다. 11월 11일, 나는 인생에서 2번째로 발레, 그것도 <백조의 호수>를 보러 간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이리나2.jpg
세르게이 우마넥, 이리나 사포즈니코바


 제1막 
장면1  왕궁공원

 하얀 백조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들은 사악한 마법사 로트발트에 의해 마법에 걸린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이다. 밤에만 잠시 마법에서 벗어나 인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그들이 걸린 지구상에서 사악한 마법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헌신적인 사랑이다. 지크프리트가 나타난다. 그는 백조들 중 하나가 해안에 가까이 오자 서서히 석궁을 조준한다. 그런데 새가 갑자기 아름다운 여자로 변한다. 그것은 오데트, 백조의 여왕이다. 오데트의 아름다움은 왕자를 매료시켰고, 그는 그녀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발트를 두려워하여 지그프리드를 피하며 백조의 호수 가운데로 사라진다. 지그프리드는 오데트를 따라가며 그녀에게 영원한 사랑과 충성을 맹세한다. 오데트는 지크프리트의 열정적인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대답한다. 새벽이 오며 오데트는 지그프리드에게 부드럽게 작별을 고하고 백조는 서서히 호수를 가로질러 미끄러져가기 시작한다.


장면2  한밤중 숲속 호수

 하얀 백조들은 바닷가 근처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들은 사악한 마법사 로트발트에 의해 마법에 걸린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이다. 밤에만 잠시 마법에서 벗어나 인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그들이 걸린 지구상에서 사악한 마법을 깰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헌신적인 사랑이다. 지크프리트가 나타난다. 그는 백조들 중 하나가 해안에 가까이 오자 서서히 석궁을 조준한다. 그런데 새가 갑자기 아름다운 여자로 변한다. 그것은 오데트, 백조의 여왕이다. 오데트의 아름다움은 왕자를 매료시켰고, 그는 그녀를 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발트를 두려워하여 지그프리드를 피하며 백조의 호수 가운데로 사라진다. 지그프리드는 오데트를 따라가며 그녀에게 영원한 사랑과 충성을 맹세한다. 오데트는 지크프리트의 열정적인 사랑에 같은 마음으로 대답한다. 새벽이 오며 오데트는 지그프리드에게 부드럽게 작별을 고하고 백조는 서서히 호수를 가로질러 미끄러져가기 시작한다.


 제2막 
장면3 왕궁 무도회장

Swan Lake 김기민 photo N.Razina.JPG
김기민


 지그프리드는 왕궁에 초대된 처녀들 중에서 신부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왕자는 자신의 마음을 다 준 오데트 때문에 모두를 무관심하게 지켜보고만 있다. 오직 왕자의 어머니가 시킨 신부 후보와만 춤을 추고 있다. 누구도 마음에 없는 왕자는 신부 후보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의 사랑의 징표인 꽃다발을 전달해야 무도회를 끝낼 수 있고 왕자는 이 딜레마에 빠져있지만, 곧 팡파르는 새로운 손님의 도착을 예고한다. 왕자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트와 같이 들어오는 그의 딸 오딜을 오데트라 착각한다.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트는 오데트를 영원히 자신의 마법 아래 남아있게 하기 위해 오데트에 대한 왕자의 영원한 사랑과 충성의 서약을 깨려 자신의 딸인 오딜과 사랑에 빠지게 한다. 오딜은 그녀의 매력에 매료된 지그프리드를 유혹한다. 왕자는 신부로 아름다운 오딜을 선택했다고 그의 어머니에게 전한다. 사악한 마술사가 기뻐한다. 갑자기 지그프리드는 성 창문 밖 진정한 백조 처녀 오데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맹세를 깨는 속임수에 빠진 것을 깨닫는다. 절망한 왕자는 그의 사랑하는 오데트를 찾기 위해 호수로 달려간다.


 제3막 
장면4  늦은 밤 숲 속 호수

Swan Lake 빅토리아 photo by N.Razina.JPG
빅토리아 테레시키나


 백조 처녀는 낙담한 채로 슬픈 표정으로 강 옆에 서있는다. 오데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른 백조들에게 이야기한다. 지그프리드는 강 옆으로 다가가 오데트에게 용서를 구한다. 왕자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불멸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사악한 마법사는 분노에 차 검은 백조를 소환하고 오데트와 지그프리드를 떨어지도록 명령한다. 지그프리드는 사악한 마법사와 결투 끝에 검은 백조의 날개를 부러뜨린다. 마법사는 자신의 힘이 없어지며 사라지기 시작하고 결국 죽는다. 지그프리드 왕자의 영원한 사랑의 고백은 악마의 마법을 끊는다. 태양은 떠오르고 왕자와 구출된 오데트를 찬란하게 비춘다.


마린스키극장 제공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함께 러시아의 거장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이다. Fyodor Lopukhov라는 안무가는 <백조의 호수>가 갖는 구성, 백조의 이미지, 그리고 헌신적인 사랑에 대한 관념 모두 본질적으로 러시아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극히 러시아적인 작품을, 러시아의 고전 발레단의 몸짓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마린스키 발레단5.jpg


 마린스키 발레단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마린스키 극장 소속의 고전 발레단이다. 러시아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이 발레단은 아시아-태평양 경제 협력체 정상회담APEC을 통해 분관을 지어 마린스키(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군무진(코르 드 발레), 마린스키(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이리나1.jpg


 관습적으로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은 한 명의 무용수가 연기해왔다. 상반되는 두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낸다는 것은 고도의 표현력과 기술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이 자리는 프리마 발레리나라고 하는 극단을 대표하는 무용수에게 돌아간다. 이번 공연에서도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은 마린스키(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이리나 사포즈니코바와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빅토리아 테레시키나가 맡는다.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는 세르게이 우마넥과 더불어 한국의 김기만이 출연하는데, 러시아적인 공연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와 달리, 나는 나서서 공연장을 찾고 전시회로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 의해 끌려다닌다기 보다는 누군가를 데리고 다니는 나름의 애호가가 되었다. 그럼에도 발레에 있어서는 여고 시절 무료한 일상을 채웠던 기억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이번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대학생이 된 나에게 어떤 감상을 남길지 무척 기대가 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대체할 만큼 강렬할지, 그 때처럼 오랫동안 머무른 채 곱씹고 싶어질지.
 

마린스키 웹시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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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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