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황수건을 포용하는 '이태준'에게 매력을 느끼다, 연극 '소설을 보다 - 이태준, 달밤'

글 입력 2017.10.19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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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에 이태준 소설 '달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을 관람하러 갔다.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공간 222 극장은 의외로 도로 주변가에 위치하고 있어 놀라웠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위치를 고려하여 이 곳에 극장을 만든 것 같기도 하다. 생각보다 작은 소극장이었던 공간222. 우리 학교에 있는 소극장이랑 거의 비슷해서 옛 생각에 잠시 머무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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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당장 내일이 막공이라고 한다. 저녁7시 공연이니, 많은 분들이 관람하러 오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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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이 글을 쓰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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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건이 신문 배달을 하러 오던 곳>


극장 내부는 요렇게 꾸며져 있었다. 왼쪽에는 주로 이태준 소설가가 글을 쓰던 장소로 나왔고, 오른쪽에는 황수건이 주로 신문배달을 하러 등장하는 장소로 각각 분리하였다.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기 위한 장독대, 고무신, 종, 빗자루, 원고지, 만년필, 감자, 보자기 등 소품들이 눈에 띄었다.

황수건은 이태준의 집에 신문배달을 하러온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시시콜콜 이야기 나누려는 황수건의 모습에서 이태준은 시골의 정취와 순박함을 느낀다.  그리고 황수건에게 평생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현재 보조배달로 일하고 있어 원배달로 일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황수건은 성북동이 따로 한 구역이 되어 원배달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보조배달마저 떨어진다. 아무데도 갈 곳이 없어진 황수건에게 이태준은 측은지심을 보인다. 그리고 참외장사라도 열심히 해보라며, 자신의 돈을 건네는 그 모습이 너무 대단했다. 어떻게 보면, 이태준은 황수건을 자신의 고향 동생 이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니었을까. 그만큼 아무것도 아닌 일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하지만 자신에게 늘 웃음을 전달하러 와주던 사람이 갑자기 오갈 데가 없어지고, 점점 실패만 늘어나게 되자 약자에게 소외감을 시키는 냉정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황수건은 '아내가 도망갔다'라는 말을 극도로 싫어했다. 아마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가 떠난다는 것은 그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아내만 바라보고,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며, 순수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현실은 냉정하고도 차가웠다. 아니, 살아가기 버거웠다. 어쩌면 '황수건'이라는 인물은 현재 20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점점 세상은 발전해가고 있고,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고 있으며, 아무리 스펙을 쌓는다 한들 사회적으로 설 자리가 없어지는 현재 20대들의 거울이 아닐까.

이 공연은 토론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민아람 배우가 이태준 고택에 관한 설명을 했다면, 이규동 배우가 사투리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등장 배경에 나오다시피 삼선교가 실제로 존재할 것 같냐는 질문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삼선교가 바로 여기, 성북동에 위치하는 곳이라고 한다. 어쩐지, 어디서 많이 봤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여기 지하철역 이름이 한성대입구역(삼선교)였음이 떠올랐다. 게다가 '참이', '그런뎁쇼' 등 여러가지 방언들이 섞인 점들을 볼 수 있는데, 그런 방언들이 섞인 이유는 옛날엔 사투리에 대한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충청도 방언도 우리 말, 강원도 방언도 우리 말이라 여겨 여러가지 섞어서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옛날 신문배달은 방울을 달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의상에 관해서는 역사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의상을 재현하는 데 있어 대략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추측으로 꾸몄다고 하였다. 이태준의 소설에 쓰인 문장까지 설명해주셨는데, 고르고 골라 예쁜 문장들만 담아 썼다는 이야기까지 좋았다.

항상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오던 문학 작품을, 그리고 성적에 연연하여 분석하기에만 급급했던 우리들에게 이런 연극은 굉장히 좋은 시도였다. 직접 배우분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당시의 모습은 어땠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는데, 이 공연을 통해 <달밤> 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앞으로도 이런 공연들이 많아져서 청소년들에게 문학을 재밌게 다가갈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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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개요


- 공연명  : 청소년 문학극장 “이태준 - 달밤, 복덕방”
- 부제 :  소설을 보다 - 이태준1 편 -<달밤> / 소설을 보다 - 이태준2 편 -<복덕방>
- 공연기간 : <달밤> 2017년 9월 12일 ~ 10월 20일까지 / <복덕방> 2017년 11월 20일 ~ 12월 16일까지
* <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10월1일~8일 공연 없음>
- 공연장소 : 공간222
- 공연시간 : 평일 7:00pm  토 2:00pm (특별공연 2시, 3시 중) 
- 관람료 : 청소년 전석 3,000원, 성인 5,000원
- 관람연령 : 12세 이상 관람가
- 런닝타임 : <달밤> 공연- 35분(±5분) / 토론- 20분(±5분) / <복덕방> 공연- 40분(±5분) / 토론- 20분(±5분)
- 지원 : 2017 극장특성화 지원사업
- 주관 : 극단목수
- 각색 : 박윤희
- 연출 : 이돈용
- 음악 : 권성연
- 출연 : <달밤> 장재권, 이훈선, 이규동, 민아람 / <복덕방> 정대진, 이창호, 구선화, 최근창



시놉시스 소개


 <달밤>
소설가 이태준은 시골의 정취가 남아있는 성북동 골짜기로 이사를 온다. 이사 온지 몇일이지나 우연히 신문배달부 황수건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황수건이라는 인물은 동네 사람들로부터 ‘노랑수건’ 이라 불리며 모두의 놀림이 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태준은 그런 바보스러운 황수건이 싫지 않았다. 신문 배달 일을 하는 황수건은 평생의 소원이 원배달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보조배달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지만 언젠가는 원배달이 되리라는 꿈을 가지고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도 원배달의 기회가 오고, 한껏 들뜬 황수건이는 이태준에게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태준 역시 기쁜 마음으로 그가 원배달이 되어 신문을 들고 올 것을 기다린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황수건이는 보이지 않았다. 왠 낮선 배달부가 방울을 울리며 황수건이 바라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황수건이는 원배달에서 탈락되고 보조배달 자리마저 얻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태준은 서운한 마음에 동네를 돌다 황수건이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거리를 듣는다. 그렇게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늦은 밤 황수건이 불쑥 찾아온다.

 <복덕방>
안 초시는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하릴없이 신세를 지며 소일을 하고 있다. 수차에 걸친 사업 실패로 지금은 몰락하여 서 참의의 복덕방에서 신세를 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재기를 하리라 꿈을 꾸며 살아간다. 안 초시의 딸 경화는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안 초시에게는 담뱃값 정도의 돈을 쓸 뿐 아버지를 보살피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서 참의는 한말에 훈련원의 참의로 봉직했던 무관이었으나 일제 강점 후 복덕방을 차렸다. 안 초시와 달리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로, 집 거간뿐 아니라 여기저기 여러 채의 집에 하숙을 하여 돈을 벌기에, 씀씀이에 불편함이 없이 살아간다. 박희완 영감은 훈련원 시절 서 참의의 친구이다.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의 일을 돕는다는 핑계로 대서업(代書業)을 한다고 일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노인이다. 늘 돈 벌 궁리만 하던 안 초시에게 박 영감은 큰돈을 벌수 있는 부동산 투자에 관한 정보를 일러준다. 늘 일확천금을 꿈꾸던 안 초시는 딸과 상의하여 큰돈을 투자하기로 결심을 한다. 그러나 일 년이 지나도 새로운 항구의 건설이라든가 땅값이 오른다든가 하는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박 영감에게 부동산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이 벌인 사기극임이 밝혀진다. 안 초시는 그 충격으로 결국 음독자살한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던 서 참의는 안 초시의 딸을 경화에게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무용가로 이름을 날리던 자신의 사회적 명예가 훼손될 것이라 으름장을 놓는다. 안 초시의 딸 경화는 서 참의의 권유를 받아들여 보험금으로 받은 돈을 모두 장례식을 치루는 데 사용 한다. 장례식에 참석한 서 참의와 박희완 영감의 마음은 슬픔으로 가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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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 소설가 소개


- 출생 : 1904년-미상
- 출생지 : 강원도 철원
1925년 <오몽녀(五夢女)>를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했다. 1933년 박태원, 이효석, 정지용 등과 '구인회(九人會)'를 조직하면서부터 작품 활동에 전념하며, 일제 말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사상적인 내용보다는 문장의 묘미를 강조하는 등 순수 예술을 지향하면서 현대 소설의 기법적인 바탕을 마련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달밤>, <까마귀>, <영월 영감>, <복덕방>, <해방 전후> 등이 있다. 그리고 문장론에 대해 쓴 <문장강화(文章講話)>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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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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