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는 너무나 외면하는 삶을 살아간다 - '고발자들' [공연]

글 입력 2017.10.17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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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무나 외면하는 삶을 살아간다.


 <고발자들>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사색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물론 그랬다. 왜냐면 고발자라는 것은 사회의 긴밀하고 아래에 있는 어떠한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세상 밖으로 꺼내고자 하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선 이 연극은 사회와 개인 뿐만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 더욱이 나 자신과 나,의 관계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극 중 배우들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혹은 타인의 비밀을 고발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의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 또한 비밀을 가지게 되며, 어느새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그 묵직한 감정을 터져나오도록 둘 것인가, 아닌가는 결국 나 자신과 나의 관계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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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알지 못했던 고발자들의 이러한 내면 세계과 현실을 들여다보며 너무나 극적인 느낌을 받고는 했다. 말 그대로 내가 아직 느껴본 바가 적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세상 경험이 적은 나조차도, 부조리를 느꼈지만 ‘이만한 일은 원래 다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하며, 웃으며 넘어간 일이 상당했다. 이러한 불편한 감정을 가진 것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너무나 외면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 작품을 통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던 그 감정, 불편했지만 ‘좋은게 좋은거’라며 지나쳐온 그 마음을 다시 상기시키고, 불편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객에게 주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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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객에게 배우들과 무대가 주는 느낌이란 정말이지 어둡고 답답한 회색 일색 뿐이다. 어쩌면 무대 자체는 고발자들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대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퍼포먼스, 행위란 더욱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그 몸짓들은 어쩌면 이렇게 강렬한 형태를 통해서 우리에게 각인되기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정신적인 아픔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절제를 통해서 더욱 첨예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몸으로 표현되는 그 스트레스와 괴로움은 나를 포함해 관객으로 하여금 둔탁한 무언가로 맞은 것처럼 무겁고 커다란 충격을 전해주는 것 같았다. 너무나 그로테스크해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세심한 연출에 입이 떡 벌어지기도 했다. 넋을 놓고 보게 되고 그 이후에는 찝찝한 불편함이 남아 극장을 나와서는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컸던 연극이었다.

 프리뷰를 작성했을 때 그들이 현실과 맞서서 <고발자들>이 되었던 오로지 한 이유는 ‘그냥 해야 했기 때문에’라고 생각했었다. 정말이지 그들은 어떠한 이유 없이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움직임으로 실천하고 그 때문에 온갖 아픔을 받은 괴로움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품을 접한 관객들이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은 단 하나일 것이다. 과연, 나는 살아가며 <고발자들>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들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언젠가 마주보게 된 자신의 모습이 깨끗한 물에 비치어진 모습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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