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상한 가족 이야기 [문화 전반]

KBS2 드라마 스페셜 EP.7 '나쁜 가족들'
글 입력 2017.10.17 10:5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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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바람 피고 싶은 엄마,
가장 노릇하기 싫은 아빠,
취직하기 싫은 아들,
자퇴하고 싶은 딸.

가족 안에서 각자 탈선한 채
나름의 조화를 이루고 살던 네 사람.

미성년자인 딸의 탈선을 계기로
정상 가족이 되고자 노력해보지만,
노력하면 할수록 꼬여만 간다.

전혀 가족적이지 않은 가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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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 신은경, 이준혁, 홍서영, 송지호
연출 : 김민경 | 극본 : 권혜지



조금 이상한 가족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남자친구에게 서슴없이 애정을 드러내는 김나나. 학교를 자퇴하겠다며 당당히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고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된다는 선생님의 말엔 "아빠가 맘대로 하라 했어요"라는 황당한 대답을 내놓는다. 김나나의 아빠 김정국은 고급 호텔에서 일한다. 호텔 지하에서 세탁물을 운반하는 모습에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그가 노동조합 위원장이고 그것 땜에 회사에 밉보여 사무직에서 세탁부가 된 사실이 드러났다. 김정국은 '가장'이라는 위치를 무기로 회유하는 회사를 향해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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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한다고 사무직 있던 사람
세탁부로 보내버린 건 회사가 할 짓입니까?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가 아니라
한 회사의 노동자로서야.
괜히 가족들 이름 들먹이면서
본질 흐리지 말고 내 가족들 이름 더럽히지 마."


멋있는 말이다. 당근에 넘어가지 않는 소신 있는 모습도 마음에 든다. 허나 그는 딸의 자퇴 의사를 전하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에 "그걸 왜 나랑 상의합니까? 당사자랑 해야지"라는 말로 담임 선생님은 물론 보는 이를 당황시킨다. 알고 보니 오늘의 주인공 가족은 좀 이상한 사람들이었다. 엄마 박명화는 남성의 근육질 몸매를 여유롭게 감상하거나 마음에 드는 젊은 남성과 함께 술을 마신다. 택시 안에선 "태어나서 처음 잔 남자랑 결혼한 기분을 네가 아냐"라며 친구에게 한탄하며 불쾌한 눈초리를 보내는 택시 기사를 향해 "다른 남자랑 한 번만 자고 싶다"라고 크게 외친다.



이상해도,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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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박명화는 새로운 남자와 자는 걸 꿈꾸고 아빠 김정국은 가정보다 일이 먼저다. 어쩌면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가 두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생각을 하는 건 부모라는 직책이 버거운 두 사람뿐이 아니다. 김나나는 여태 빼돌린 용돈으로 가출할 생각을 하고 있으며 김민국은 군에서 폭력을 당한 이후로 별다른 것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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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일상에 권태를 느끼는 이 가족은 무려 두 번이나 경찰서를 출입한다. 그것도 네 명이 함께 간다. 아무도 책임 지려하지 않고 서로를 비난한다. 재밌는 것은 막말이 여러 번 오가는 와중에도 기죽는 사람이 하나 없다는 것이다. 김정국은 낯선 남자와 야한 문자를 주고받은 박명화의 핸드폰을 보게 된다. 그는 김나나가 이를 볼 것을 우려하고 문자를 지운다. 그런데 이 일이 도화선이 되어 다른 드라마처럼 의심과 불신, 다툼의 시작이 되는 것도 아니다. 김정국은 눈치를 몇 번 주고는 금세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한다. 난 여기서 세월의 힘, 가족의 힘을 느꼈다.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나 20년 넘게 한 집에서 살아온 사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서에서 김나나는 자신을 낳은 걸 후회한다는 박명화의 말에 눈물을 흘리지만 "원래 사랑 못 받고 자란 애들이 문란하게 사는 경향이 있대. 그래서 엄마도 오빠 가진 거잖아"라는 말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들 김민국을 임신했던 박명화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이들을 평범하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네 명 모두 당당하고 떳떳하고 이기적인 모습이 똑 닮았다. 그래서 가족인 걸까?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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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김나나, 김민국, 김정국, 박명화 가족은 새롭게 시작한다. 박명화는 가족과 떨어져 부산 지점장으로 일하러 떠나고 김나나는 방황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한때 김정국의 도움을 받아 호텔에 낙하산으로 취업했던 김민국은 서울대학교 법대 '중퇴'라는 학력으로 과외 전단지를 돌리러 나선다. 마지막으로 김정국은 사무직이 아닌 노조에서 투쟁을 다시 시작한다. 이 가족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러나 난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이 떠올랐다. 남들 눈엔 조금 이상해 보여도 우리끼린 별것 아닌, 때론 고성이 오가는 다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곧 아무렇지 않게 된다는 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우리 가족 말이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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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엄미
    •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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