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베르니 정원사, 모네를 만나고 오다

모네, 빛을 그리다展 리뷰
글 입력 2017.10.13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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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is world,
as much as painting and nature,
there is nothing that draws my attention
 

사람들은 모네를 두고 ‘지베르니의 정원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지베르니에 대한 모네의 사랑이 남달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지베르니로 대표되는 자연 전부에 대해 모네가 얼마나 큰 애정과 애틋함을 지니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나는 평일 이른 아침(11시경) 친구와 함께 본다비치 뮤지엄으로 향했다. 이른 시각이라 한산한 전시장을 기대했는데 웬걸. 단체관람 온 유치원생들로 전시장은 떠들썩한 공간이 돼 있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한 군데에 오래 있지 못했다. 친구와 나는 아이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공간에서 편히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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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을 든 여인은 움직였다. 산들바람에 몸을 맡긴 듯 보는 이마저 나릇하게 만드는 걸음걸이였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푸른 초원 위에 서 있는 여인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모네의 그림은 곳곳에서 여러 번 봤지만 이때만큼 그림 속에서 평화로움이 느껴진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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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살아 움직이는 모네의 그림을 배경으로 신나게 뛰어다녔다. 움직이는 두 대상을 보고 있자니 생동감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전시장 곳곳은 화려하게 때로는 소박하지만 강렬하게 꾸며져 있었다. 함께 간 친구는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겠다며 잔뜩 흥분해선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10장이 넘는다. 만약 평일 오후였다면, 일반 관람객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포토존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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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베르니 연못: 꽃의 화원‘ 공간으로 들어섰다. 전체 배경은 검은색이고 지베르니와 관련 있는 작품들, 모네 이야기 등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색의 대비가 어쩐지 먹먹한 분위기를 풍겼다. 숭고하고 경건한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정원은 넓고 깊고 우아한 자태를 풍기고 있었다. 실제로 가보면 더할 것이다. 아름다운 곳에서 생을 마감한 모네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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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그룹 ’콜라주플러스‘의 설치 공간 역시 인상 깊었다. 모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빛‘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친구는 특히 이곳이 화려하고 이색적이라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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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들과 함께 ’빛의 모네: 환상의 정원‘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었다. 화면 속 모네의 집이 움직이자 아이들은 신나거나 혹은 놀라서 소리치며 마치 누군가 뒤에서 밀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나는 그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환상적‘인 공간이라는 것엔 많이 공감했다. 꽃은 영원히 시들지 않고 빛났으며 모든 것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모네가 슬픔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아름다움을 느끼면서가 아닐까? 그가 생을 지베르니에서 마감한 것 역시 다시는 볼 수 없을 아름다움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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