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능, 욕망- 철의 문화사, 王이 사랑한 보물

글 입력 2017.10.10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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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변한지 않는 본능, 욕망
쇠, 철, 강- 철의 문화사
王이 사랑한 보물


170905_쇠철강 철의문화사 포스터_40x60cm_+3mm.jpg
 

인간은 욕망한다. 이토록이나 간단하고 명료한 명제가 있을까. ‘인간은 욕망한다’는 사실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 그토록이나 자주 등장하는 대사가 ‘인간은 재밌어’인 것도 다 인간의 욕망 탓이리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은 늘 무언가를 욕망해왔다. 그걸 증명하듯, 과거 인간의 유산엔 그 수많은 욕망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같은 시기 열려, 통합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는 전시 <쇠, 철, 강- 철의 문화사>와 전시 <王이 사랑한 보물>은 인간이 무엇을, 어떻게 욕망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솥과 등잔, 한漢, 국립중앙박물관.jpg

 
우선 <쇠, 철, 강-철의 문화사>부터 들여다보자면, 철의 문화사는 ‘권력’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의 문화사다. 청동에는 비할 수 없이 단단한 금속, 철이 등장하면서부터 인간의 삶은 크게 바뀐다. 전시는 1부, ‘철, 인류와 만나다에서 사람들이 철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만들어 간 여러 지역의 철 문화에 대해 살핀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시도된 강철의 대량생산에 대한 노력과 강철로 인해 달라지는 사회 현상에 중점을 두었다.


대완구, 조선, 국립중앙박물관.jpg
 

철을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농사를 짓거나 사냥하는 것도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이는 생산력 증대로 이어졌다. ‘먹고 사는데 급급한’ 상태를 넘어, 꽤 많은 잉여생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자 그 밖에 것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바로 권력이다. 2부, ‘철, 권력을 낳다’에서는 우리 역사에서 철기의 등장으로 나타난 생산력 증가와 이로 인한 국가 권력의 등장에 주목하였다. 철의 등장 이후 철의 소유가 곧 권력의 상징이었음 살핀다. 보다 잘 살고자 했던 욕망에 ‘철’을 농기구, 사냥도구로 사용했던 인간은. 끝내 인간 사이에서 더 높은 위치를 점하고자 하는 욕망을 위해 철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철로서 시작된 것이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리라.


053-3-덕1968-입사공예.jpg
 

당장에 먹고 사는 것, 그리고 더 높은 위치를 점하는 것. 그 다음으로 인간이 욕망하는 것은 바로 아름다움이다. 사실 철은 ‘실용적’인 재료일지는 몰라도, ‘아름다운’ 재료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그 철마저 ‘아름다움’의 도구로 만든다. 3부, ‘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에서는 통일전쟁 이후 민중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온 철에 대해 살핀다. 재료로서 철이 가진 거칠고 섬세하지 못한 특징을 극복한 ‘철불의 아름다움’이나 ‘색으로 드러낸 철’의 아름다움은 철의 성질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려했던 당시 사람들이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2017-09-26 17;43;46.jpg
 

인간의 욕망은 먹고 사는 ‘실용’에서 출발해서, 권력으로, 권력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로 이어져왔다. 그리고 ‘아름다움’은 정말 순수한 ‘아름다움’을 위해서도,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사용된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비단 철뿐 아니라 다방면에서 드러났는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시 <王이 사랑한 보물>이다.

전시 <王이 사랑한 보물>은 드레스덴을 18세기 유럽 바로크 예술의 중심지로 이끌었던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한 예술품들을 전시한다. 그가 수집한 예술품들은 군주로서의 권위와 위엄을 과시하고자 했던 강건왕의 의지가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화려한 바로크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생김새를 본 뜬 태양 가면, 1709년, 무기박물관 소장.jpg


1부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라는 인물을 분석하고 소개하는데,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 왕으로 즉위한 그의 활동을 조명하고, ‘강건왕’의 의미, 그 양면성을 해체된 군복과 태양 마스크, 의례용 검, 사냥도구 등의 전시품을 바탕으로 다각적으로 살펴본다. 이 섹션에선 ‘아름다움’을 권력을 공고화 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사용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바다 유니콘 형상의 술잔, 1600년 경, 그린볼트박물관 소장.jpg

 
1부가 ‘권력을 위한 아름다움’이었다면 2부는 아름다움을 향한 아우구스투스의 순수한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드레스덴을 유럽 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를 꿈꾸며, 최고 수준의 예술품을 수집하고 공개하기 위해 만든 보물의 방 ‘그린볼트’를 소개한다. 상아, 청동, 은 등 재질에 따라 분류한 각 방의 대표 전시품을 선보인다. 다양한 재료로 만든 다양한 작품들. 공통점 하나 없는 이 수많은 것들에 아우구스투스가 매료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아름다움’.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청화백자 장식 자기 세트, 1700~1720년 경, 도자기박물관 소장.jpg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았다. 바로크 양식, 즉 서양의 화려함 끝에 서있던 아우구스투스가 동양의 아름다움인 도자기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기 때문이다. 3부는 강건왕 아우구스투스가 수집하고 제작한 도자기를 살펴본다. 강건왕은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를 시켜 유럽에서 최초로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고, 그의 말년에는 중국 자기와 대등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그는 '도자기 궁'을 만드는 원대한 계획까지 세우나 결국 이는 실현되지 못했다. 서양 아름다움의 정수를 맛본 이가 '궁'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동양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던 것이다. 3부를 통해서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언뜻 인간의 원시적인 모습에서부터 출발하는 <쇠, 철, 강- 철의 문화사>와  화려한 문명의 정수를 보여주는 <王이 사랑한 보물>은 상반되는 전시인 것 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본다면, 두 전시를 잇는 교집합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통합패키지 관람이 단순히 '두 전시를 보다 싼 가격에 관람한다'는 개념을 넘어서, '두 전시를 함께 관람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는 개념까지 나아가길 바라며, 두 전시를 기대해본다.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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