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공연을 대하는 것에 관한 조언 [공연예술]

공연을 즐기고 싶은 당신께
글 입력 2017.10.05 21:19
댓글 4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아직도 주변엔 공연예술을 떠올렸을 때, ‘익숙하지 않다,’ ‘어렵다,’ ‘몰라서 잘 찾지 않게 된다’와 같은 말들로 거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공연을 볼 기회는 쉽게 얻을 수 있음에도 이 심리적인 거리감 때문에 그들과 공연예술의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가 좋아하는 공연을 제대로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향유하는 행복은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다.

공연 관람은 필자가 긴 시간 즐겨 온 취미 생활로, 오랜 친구인 동시에 늘 신선한 자극을 주는 특별한 존재이다. 이 소중한 취미를 향유하면서 관객으로서의 나 역시 성장하였으며, 어떻게 하면 내가 이 작품을 더욱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몇 가지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적을 글은 10년여간 꾸준히 무대를 기대하고 관람한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대에게 권하는 공연을 즐기는 방법이다.


1.jpg
 


공연에 미리 친숙해져라.


공연 당일 날 공연장에 비치된 팸플릿을 꺼내 급하게 훑어보라는 말이 아니다. 해당 공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 및 관심이 가는 부분을 미리 검색하고 찾아보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쉽게 몸이 따라지지 않아서 공연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과, 조금 귀찮아도 시간을 내어 공연을 볼 사전 준비를 한 사람은 이미 막이 오르기 전부터 출발 선상이 다르다.

특히 이 방법은 뮤지컬이나 오페라, 음악회와 같이 음악적 특성이 강한 공연에 더욱 권하는 바이다. 공연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곡을 넘버(number)라고 칭하는데, 이 넘버를 일부라도 듣고 가는 것과 아닌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그토록 바라던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를 관람했던 기억엔 늘 아쉬움이 묻어난다. 당시 필자는 음악을 어떻게 찾아봐서 들어야 할지를 몰랐고 이에 대한 준비 없이 그대로 공연장을 찾았으며, 사람들이 몇몇 넘버가 끝나고 우레와 같이 치는 박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며칠 뒤 해당 넘버를 제대로 들으면서 깨달았다. ‘아, 내가 바보같이 이 좋은 곡을 현장에서 들으며 감동할 기회를 놓쳤구나.’ 그때 이후로 필자는 철저히 넘버를 익혔다. 이것에서 오는 즐거움은 마치 그대가 길 위를 걷거나 가게 안에 들어가 있는데, 어디선가 그대가 좋아하고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 느끼는 것과 같다. 자신도 모르게 흥이나 흥얼거리기도 하는 그 모습이 바로 공연장에서도 적용이 된다.


image.jpg

dreamgirls-at-savoy-theatre_cast-of-dreamgirls-at-the-savoy-theatre-photo-brinkhoffmgenburg_f573bc93d1c50ed8a8e9090043dd8765.jpg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바는 해당 공연을 위해 제작된 실황 음원을 지나치게 많이 듣지는 말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필자는 당시 가장 보고 싶었던 뮤지컬인 < 오페라의 유령 > 내한 공연을 예매하고, 한 달 가량을 다른 노래는 듣지도 않으며 해당 넘버 리스트만 매일 들었다. 그러나 대망의 공연 날, 무대를 보는 얼굴은 당혹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음악에서 오는 감동이 없었던 것이다. 눈을 감는 순간 필자가 한 달 동안 이어폰으로 들었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실황에서 쓰인 대사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있는 음원이었기 때문에 이 허탈감은 더욱 컸다. 그날 필자는 예상치 못하게 가장 기대했던 음악이 아닌 배우의 표정 연기와 같은 부분에서 더 큰 인상을 받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씁쓸함을 느꼈다. 따라서 과유불급이라, 모든 넘버를 줄줄 외우기보다는 두루 익히되 좋아하는 곡을 몇 가지 점 찍어 놓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jpg
 


자리가 중요하다.


공연은 무대라는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만큼 시각적인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예술이다. 그러한 작품을 최대한으로 즐기는 데 있어서, 자리는 중요하다. 아주 기본적인 이치이다. 작년 겨울이었다. 필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었고, 명실상부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인 < 라이언 킹 >을 사전에 예매해 둔 상태였다. 그 온라인 예매 사이트는 할인가를 제시하되 정확한 좌석은 공연 2주 전에 확인할 수 있었다. 200불 가까이 결제했고, 2주 뒤, 필자는 자리가 가장 왼쪽 사이드 좌석임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1층이고 중앙 열이니까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연 당일, < 라이언 킹 > 공연장이 다른 곳들보다 상당히 객석 수가 많으며, 왼쪽 사이드는 철저히 왼쪽 사이드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공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토록 기대 했던 공연을 저버린 느낌이었다.

< 캣츠 >는 총 두 번 관람하였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첫 번째 관람은 그 무대가 거의 기억 나지 않는다. ‘Lottery’라는 추첨 할인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장 왼쪽 맨 앞줄에서 관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배우연기 및 기본적인 음악적 즐거움에 집중해 관람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지금 < 캣츠 >를 떠올렸을 때, 상기하는 무대의 모습은 대부분 두 번째 관람에서 온 것으로, 2층 중앙 좌석에서 관람하였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조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untitled.png


만약 그대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공연을 앞두고 있다면, 가능한 투자 해서 가장 좋은 자리를 확보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럴만한 가치가 참 충분하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전 정보를 수집해보기를 권유한다. 모든 공연장마다 특징이 있고, 공연 또한 마찬가지다. 열과 열 사이의 단차가 거의 없는 곳이 있기도 하고, 2층 1열 앞의 보호 유리가 심하게 방해가 되는 곳도 있다. 공연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 무대 왼쪽을 많이 사용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양 옆과 중앙을 고루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공연장 및 공연 특성을 파악하여 좌석 선정에 우위를 점함과 동시에 더불어 인기가 많은 공연일 경우 티켓 오픈 날짜 및 시간에 유의하여 점해둔 자리를 성공적으로 확보하기를 바란다.


Banner-1.jpg



Back to the Basic


이제 그대는 공연에 대한 애정을 담아 사전 정보를 모으고 작품에 보다 친근해 졌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환경적 요인까지 모두 염두 해 관람 준비를 마쳤다. 공연 당일, 한껏 들떠있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가장 기본적인 것을 기억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부디 넉넉히 출발하여 공연장에 여유 있게 도착하기를 바란다는 말이다. 공연장 가는 길이 익숙할지라도 예기치 않은 상황 대처 및 본인 마음가짐을 다지는 데 공연 시작 전 시간 확보는 중요하다. 순간적으로 길을 잘못 들어 늦게 도착하거나, 공연장에서 발권받아야 할 티켓이 이중으로 결제되어 다른 관람객과 좌석이 겹치는 등, 안일하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현실이 되어 기대에 부풀었던 공연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의 여유를 갖고 방문하여 공연을 품고 있는 공연장의 분위기 및 작품이 곧 올라갈 무대, 또는 객석의 느낌 등을 마음껏 그대의 것으로 만들고, 이어지는 공연을 온전히 그것을 위한 시간으로써 맞이할 것을 권장한다.



즐거움을 연장하다


공연을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 그대는 감동에 차 있다. 하지만 과연 그 설렘과 떨림이 한 달 뒤, 석 달 뒤, 일 년 뒤와 같을까? 우리는 그 감동을 잊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있어 상당한 상실감을 느꼈고, 시간이 지나도 이를 되살릴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대도 필자와 같은 허무함을 느낄 것 같다면,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기를 권유한다. 이는 짧은 메모가 될 수도 있고, 녹음, 동영상이 될 수도 있다. 기록물의 종류는 그대의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이로써 그대의 생생한 감동이 한 차례 정리되어, 기억 속에 오래 보존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주로 돌아오는 길에 곧장 메모를 적고, 후에 이를 다듬어 한 편의 글로 남기는 편이다. 그대 역시 나름의 방법을 찾아 행복했던 공연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란다.


notebook-1939358_960_720.jpg

 



앞서 소개한 방법들은 모두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것들로, 이 글을 읽는 그대는 이를 본인에게 맞게 잘 변용하여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연이라는 특성을 이해하고 대비하며, 두 시간 안에 작품을 다 받아들이려고 하기보다 사전에 이를 미리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까지를 모두 ‘나를 위한, 공연을 대하는 태도’로 생각한다면, 그대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시간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력을 갖춘 것이다. 똑똑한 관객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노력 위에서 피어난 작품을 모두 그대의 것으로 안고 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gl_scene_publikum.jpg





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ac72ae27746be8d1bd66f6d41f78fc39_pFgs5RiB9kYx5.jpg

 
[염승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4
  •  
  • 에밀리
    • 안녕하세요, 10차 두레 참가자 채현진입니다. 저도 공연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이라 글을 더욱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놓치면 공연의 즐거움을 크게 반감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특히 승희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시켜서 글을 쓰신 점이, 다른 공연관람 체크리스트 글과 차별화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 글은 이미 어떤 공연을 보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당부 같은 인상이 드는데, 공연을 즐기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어떤 공연을 선택할지부터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의 속편(?) 형식으로, 승희님은 공연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시는지, (특히 공연 같은 경우는 다른 문화예술 장르에 비해 비용부담이 많이 드니까요) 어떻게 하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글을 써주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
    • 0 0
  •  
  • 자유인
    • 안녕하세요 두레 중인 최지은입니다. 공견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면서도 놓치기 쉬운 지식을 항목화해서 나열하고 정보로써 공유하니 더욱 더 쉽게 느껴지고 많이 와닿았습니다. 특히 에디터님의 개인적인 경험을 사례로써 예시를 드니 더욱 더 이해가 쉬운 좋은 글이었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는 공연 특성별로 -콘서트, 오페라, 음악회,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 소개하셔도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0 0
  •  
  • 다이앤
    • 안녕하세요 두레 참가자인 류다연입니다.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배울게 많은 글이었습니다ㅎㅎ 제일 공감이 가는 부분은 좋아하는 공연이라고 음원과 영상을 계속 돌려보고 듣다보면 막상 공연을 관람할때 온전한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확실히 그 공연이 잘 진행되는지 머리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가슴을 통해 감동과 전율을 느끼고 싶다면 내머리속을 꽉꽉 채워넣는것이 아니라 어느정도 비워두고 가야 하는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관람하기 위해 승희님의 조언대로 공연정보와 구성, 주요곡등을 미리파악해 두면 훨씬 더 풍부한 관람을 할수 있을 것 같네요! 그리고 내여유가 닿는한 좋은 자리 확보와 조금 일찍 도착할것, 관람후 메모등 좋은 관람팁을 알게되어 감사드립니다.
    • 0 0
  •  
  • 바깥
    • 안녕하세요. 10차 두레 참여 중인 김나윤입니다. 저도 공연 애호가 중 한 사람으로서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이 쉽고, 알기 쉬운 예시들로 설명되어, 공연을 많이 즐기는 사람들 뿐만아니라, 공연과는 아직 친하지 않은 사람들도 술술 읽기 쉬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단순한 나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의 요소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승희씨 글을 읽고, 공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