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을밤 낭만 가득한 소극장콘서트 : 2017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 집시의 테이블 >

글 입력 2017.10.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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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낭만 가득한 소극장콘서트"
집시의 테이블 by.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

 2017.09.27(수) ~ 09.30(토)
충무아트센터 소극장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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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를 버리고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집시들의 여행길.
관객들은 집시와 함께
배낭여행을 떠나게 된다.

우리들의 배낭여행은 
프랑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그리스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옛날 집시들의 방랑길이다.



< Review >


그런 날이 있다. 공연 관람이 예정된 날, 보고 싶었던 공연을 드디어 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유독 하루 전체가 이상하게 특별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 말이다. 지난 달 27일 저녁, 충무아트센터에서 <집시의 테이블>을 관람했던 날이 딱 그런 날이었다. 관람 전까지의 내 하루 일과를 떠올려보면 딱히 평소와 다를 건 없었던 것 같다. 공연장이 있는 신당역 쪽은 내겐 처음이라 익숙한 곳도 아니었고 문화생활과 함께 곁들여야 할 것 같은 그럴듯한 식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함께 관람하기로 한 친구와 엄청나게 특별한 대화를 나눈 것도 아니었고.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너무 맛있다고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었던 정도? 심지어 오랜만에 꺼내 신은 신발이 잘 맞지 않아 발이 심하게 죄어 커다란 물집이 두어 군데 잡히고 발 뼈가 잔뜩 성이 났다. 음, 절뚝거리기까지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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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집시의 테이블>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그 날의 흥(?)을 더 활개 치게 만들어주었던 공연이다. 사실 내가 기대했던 분위기는 아니었다. 공연 중반까지는 실제로 ‘응?’하며 어리둥절하게 따라갔고 잘 알지도 못하고 즐거워했던 것 같다. 가을, 밤, 집시, 유럽, 여행, 음악이 흐르는 테이블. 이런 키워드만 놓고 봤을 때, 흔히들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는 상당히 사색적이고 고독하고 짐짓 엄숙해 질 수 있는 분위기이지 않은가? 집시의 삶만 생각해봐도 말이다. 언뜻 자유로워 보이긴 하나 그 방랑의 끝을 기대할 수도 없고 주변으로부터 멸시 받는 생이거늘. 그런데 테이블을 둘러싼 여러 아티스트들이 보여준 ‘여행’에 대한 해석은 내 예상과 달랐다. ‘집시’하면 떠올릴 수 있는 전형적인 비애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음악은 시종 유쾌하고 발랄하게 무대 위를 달려 다녔다.
  
일단 하림의 진행이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능청스러워 웃기긴 해도 감상을 방해할 만큼은 아니었고 재치 있게 편안히 이어지는 진행이었다. 아, 잔망스럽고 귀여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마임맨의 역할도 컸고. 정열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연주와 에너지 가득한 선율들은 소극장을 가득 채우고도 부족해 그 열기가 뜨거웠다.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박수를 치며 몸을 좌우로 흔들고 있었는데, 부주키와 벤조 같은 이국적인 악기들이 뿜어내는 생경한 생동감이 재밌기도 했고 아무래도 중간 중간 등장하던 댄서들의 춤이 흥겨워 무대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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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발권기에 문제가 생겨 로비에서 좀 기다린 시간이 있었는데 그 덕에 책 선물까지 받았다.)


‘행복’한 콘서트였다. 말 그대로 ‘여행’ 같은 콘서트. 나의 경우엔 오히려 콘서트가 끝이 나고 나서야 흥겨움 외에 다른 이런 저런 감정들이 솟아 올라왔던 것 같다. 긴 여행을 떠나본 적은 아직 없지만 만약 내가 먼 여행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꿈결 같고, 들뜨고, 피곤하고, 정신없는 순간들의 연속. 그것들이 정리가 되고 마침내 끝이 나 다시 돌아와야만 하는 때에 아쉬움보다 더 큰 안도감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완전히 서늘하고 선선해진 가을밤도 아니었고, 내가 생각했던 느낌의 낭만도 아니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기분 좋았다. 조금 늦은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다시 그 때를 생각해 봐도 그렇다.

산뜻한 초가을 저녁. 부은 발 때문에 약간 절뚝거리긴 했지만 그래서 더 진짜로 어딘가로 떠났다 돌아온 것만 같았다. 80분가량의 풍성한 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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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정보 >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의
'집시의 테이블'
- 가을밤 낭만 가득한 소극장콘서트 -


일자 : 2017.09.27(수) ~ 09.30(토)

시간: 평일 - 8시/ 토요일 - 3시, 6시

장소: 충무아트센터 소극장블루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기획
하이컴퍼니

제작
아뜰리에오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80분
문의
하이컴퍼니

070-4250-0508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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