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잡지라는 이름의 설렘

통간 500호를 축하하며
글 입력 2017.10.02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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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살 즈음이었나,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조금 늦으시는 날이면 나는 혼자 빈 집에서 오랜 시간 사람을 기다려야 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못 나가 놀게 하시던 걱정 많은 어머니 때문에 혼자 집을 지켜야 했던 거다. 가끔은 혼자라는 느낌에 으스스한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잡지가 오는 날은 달랐다. 구독해보던 어린이 잡지가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날이면 우편함에서 꺼낼 때부터 설렜다. 이번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날에는 혼자인 빈 집이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집은 잡지 읽기에 가장 좋은 조용한 공간이 되곤 했다. 이때부터 나에게 잡지란 뭔가 고마운 존재, 늘 곁에 있는 친구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잊고 있어도 잡지는 꼬박꼬박 날짜에 맞춰 나와 주니 말이다. 이후로 나는 카메라 잡지, 여행 잡지, 영화 잡지 등 다양한 잡지들에 매료됐다. 잡지 안에 있는 그 다양한 콘텐츠들이 참 매력적이었다.
요즘은 잡지를 구독해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나만 해도 구독은 뭔가 부담스러워 일주일에 한 번씩 사서 보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종이잡지를 꾸준히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서 일까, 사라지는 잡지들도 꽤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잡지들이 참 많이 없어졌는데 ‘키노’, ‘스크린’, ‘로드쇼’ 등등 90년대 팔리던 잡지들을 이제는 볼 수 없다.
 
 이러한 잡지 수난시대에 창간 30주년, 통권 500호를 맞이한 잡지가 있다. 바로 <출판저널>이다. 창간 30주년, 500호를 맞이했지만 잡지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는 부끄럽게도 처음 접한 잡지였다.
 
 잡지를 딱 받으면 설레는 마음으로 안에 구성을 스윽 살피게 된다. 마치 옷가게에서 어떤 옷들이 있나 둘러보는 것처럼. 어떠한 섹션으로 나눠져 있으며 어떤 종류의 글들이 있는지, 어떤 콘텐츠들을 담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 잡지를 처음 접했을 때의 묘미다. <출판저널>을 받고 나서도 이렇게 스윽 둘러봤다. 500회를 맞은 것에 대한 축하 글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에세이, 칼럼, <출판저널>에디터들이 선정한 이달의 책, 신간 목록, 독자의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매우 만족스러운 콘텐츠들이다.
 
 에세이에서는 독일 바이마르의 ‘안나 아말리아 대공비 도서관’이 등장했다. 작가이자 철학자로만 알았던 괴테가 이 도서관에서 38년 동안 관장 직을 맡았다는 사실은 실로 흥미롭다. 독일에 갈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스페셜 부문에는 <출판저널> 통권 500호 특별 좌담이 나와 있었다. ‘국가경쟁력과 책문화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라는 다소 딱딱한 제목이지만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던 요즘 나에게 필요한 좌담이었다(e-book은 아직 나에게 너무나 먼 당신이다. 책은 자고로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야..). 책문화 생태계를 유지하고 만들어 나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문화 생태계에도 웰다잉이라는 게 있을지, 참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들에서는 실제로 읽고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었다. 얼마 전 읽었던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에서도 등장하는 푸시킨의 『대위의 딸』이 자리하고 있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출판저널>을 주욱 읽은 소감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잡지 이름에 비해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 재미난 글들’이다. 안에 콘텐츠들이 정말 어려운 것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음 호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창간 30주년, 통간 500회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이렇게 이어져 올 수 있던 고유한 힘이 분명 있다는 거다. 앞으로도 <출판저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보길 희망한다.
어떤 종류이든 잡지를 보는 독자들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잡지에서 얻는 즐거움이 의외로(?) 크다. 10살의 내가 빈 집을 무서워하지 않았던 그 순간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잡지로 인한 이런 마법 같은 경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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