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타포르테 ; prêt-à-porter] 3. 미니멀과 위트의 조화, 브랜드 '정반합' 인터뷰

퀄리티와 타협하지 않는 브랜드.
글 입력 2017.09.3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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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계의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향유할 수 없다는 실정을 토대로 설립된 아트인사이트의 취지처럼, <프레타포르테>의 이번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의미를 담아내고자 한다. 그래서 능력과 개성 있는 브랜드지만 이러한 위상이 가려져 있는 신진디자이너브랜드를 선정하여 인터뷰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 브랜드 스토리,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계의 이슈와 방향에 대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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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된 디자이너브랜드는
‘정반합(正反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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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으로 상품들을 둘러보니 심플하면서도 포멀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보이는 디테일들이 옷의 심심함을 특별함으로 살려주고 있다. 선 하나, 포인트 하나 등 작은 요소들을 어느 하나 놓치지 않는 섬세한 디자인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문득 클래식과 심플함으로 패션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브랜드의 고집이 궁금해졌다. 이러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정반합의 대표 김준엽 디자이너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보았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먼저 독자 여러분들께 ‘정반합(正反合)’ 브랜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사람들이 정반합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 동방신기 팬이냐고 하는 분들도 계셨고. (웃음) 브랜드 이름은 헤겔의 변증법이라는 철학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하나의 ‘양’이 있으면 그것에 반하는 음의 영역이 나타나고 그 두 개가 합쳐져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의미를 차용했습니다. 미니멀하고 포멀한 영역을 ‘정’, 디테일과 새롭고 위트 있는 것이 ‘반’이라 한다면 그것들이 어우러져 새로운 정반합만의 스타일 '합'을 만들어낸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브랜드를 런칭하게 된 계기와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A.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하고 브랜드 '로켓런치' 대표 형과 가방 브랜드를 준비를 했었어요.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준비단계까지만 진행하고 판매는 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시행착오들이 다음 브랜드를 전개해 나가게 된 바탕이 되었네요. 가방 브랜드를 준비했던 경험에 미련이 남기도 했고, 군대 안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혼자 구상해보다 ‘이런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제대를 하고 좋은 기회가 생겨 정반합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브랜드를 하게 되었다고 주변에 알렸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그러면서 ‘형, 그때 진짜 브랜드 낸다고 하더니 말하는 대로 다 되네요, 신기하다.’ 라며 그 얘기를 해줬는데, 어떻게 보면 그 때 당시 나는 할 수 있는 기반이 아무것도 없던 상태였는데 생각한대로, 말했던 대로 이루어졌다는 게 스스로도 놀라웠고, 생각의 중요성, 말의 힘에 대해 알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Q. 대표로서, 디자이너로서 옷을 제작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이 있나요?

A. 저는 부끄럽지 않은 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그리고 내가 입을 수 있는 옷.
 그래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좋은 소재’를 사용해서 만드는 건데, 소재가 좋을수록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판매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최대한 발품을 팔고, 주변의 도움을 적극 이용해서라도 좋은 소재를 저렴하게 제공하려 하고 있어요. 비용 면에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되, 퀄리티와는 타협을 절대 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Q. 그럼 극단적으로 말했을 때 ‘디자인적 미감’과 ‘소재’ 중에 택하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A. 음, 매번 고민하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에요. 사실 소비자가 옷을 선택할 때는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디자인이 예쁘면 사는 것 같아요. 하이힐이나 코르셋처럼 불편하더라도 몸을 혹사시키면서도 추구하는 본인의 미적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반대로 미적 감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소재처럼 comfort와 닿아 있는 부분을 신경 쓰는 소비자들도 분명 있을 거예요. 누군가에겐 comfortable이 중요하기 때문에 디자인과 소재 두 영역 모두 놓칠 수 없죠. 그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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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디자인을 만드는, 혹은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A. 보통 주변의 것들로부터 영감을 얻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들. 주변의 매체들, 나의 일상 속에서요.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도 영감을 얻어요. 혹은 과거에 여행했던 기억들.

 질문과 관련해서 한 선배가 해주신 조언이 있는데, 제가 그 분께 “패션계에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 무얼 하면 좋을까” 하고 물었던 적이 있어요. 그 분이 하시던 말 중에 “열심히 놀아라” 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진탕 술 마시며 놀고 그런 게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라는 거였어요. 그리고 좋아하는 하나를 깊이 파는 것. 오페라를 파보고 싶다면 미친 듯이 그 영역에 대해 공부하고 알아보고 경험하면서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라, 그러면서 하나하나씩 넓혀나가라는 거죠.

 저는 처음에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의 경험들이 쌓이고 여러 영역의 것들이 혼합되고, 그것들이 ‘나’를 만들어가면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창의성이 나오고 깊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다양한 경험과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



다양한 소비자들과 만나는 것이다 보니, 그 만큼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해야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Q. 개인적으로 동경하고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있나요?

A. 비즈니스적으로 존경하는 브랜드는 ‘프라다’. 과거의 디자이너브랜드들이 LVMH라든지 하는 큰 기업들에 인수 합병되어 운영되곤 했는데, 프라다의 경우 그렇지 않고 아직까지 그들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꾸려나가고 있어요. 나이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스타일대로 브랜드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에 못지않게 프라다의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남편인 베르텔리도 좋아해요. 운명적으로 만난 둘은 서로의 불같은 성격에 싸우기도 했다지만, 베르텔리는 경영, 프라다는 디자인으로 나누어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고 있죠. 서로 윈윈하며 프라다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패션 브랜드를 혼자서 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일도 많고 힘든 영역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한데, 아무리 좋은 친구라 해도 남이잖아요. 저렇게 부부가 같이 운영하게 되면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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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랜드를 이끌어나가는 대표로서 강조하는 신념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신뢰’예요.
 크게 ‘소비자와의 신뢰’, ‘생산업체, 거래처와의 신뢰’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에 있어서는 옷의 퀄리티 라던지 쉽게는 배송 관련일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정반합 옷은 퀄리티가 좋지.” 하고 안심할 만큼 퀄리티에 있어서만큼은 신뢰를 주고 싶어요. 믿음이 떨어지는 순간 그 브랜드는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망가지게 되어있으니까요.
 생산업체와의 신뢰는 그들이 있기에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거니까, 그 부분을 늘 간과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비즈니스의 중요한 밑거름을 쌓아나가는 거죠.


Q. 앞으로 정반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요?

A. 먼 미래지만 나중에는 패션뿐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해서 이끌어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 당장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목표를 잊지 않고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먼저인 것 같아요. 이런 라이프 스타일도 있다고 제안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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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몇 달 남지 않았지만,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A. 조만간 겨울 상품들을 출시하는데, 다른 어느 때보다 노력을 했어요. 전보다 더 좋은 소재와 믿음직한 협력업체와 손을 잡아서 상품들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소비자분들에게 저렴하지만 좋은 퀄리티를 선보이기 위해, ‘우리가 갖는 마진율을 줄여서라도 진행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퀄리티와는 타협하지 말자’ 하고 다짐했던 것을 떠올리면서 단호하게 추진했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노력한 부분을 소비자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Q. 디자이너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굉장히 많을 텐데 그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큼은 아니지만, 저는 경영 관련 서적들을 많이 접하려 해요. 경영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읽었어요. 늘 그렇듯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포기하지 않는 자세’잖아요.

‘가장 비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능력이 비범함과 특별함을 만든다.’
‘정말 강한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다.’

 제가 좋아하는 말들이에요. 한 마디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말로 들었을 때 쉽지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잖아요. 그래도 이런 마인드와 자세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뭔가를 시작할 때에 있어서 남들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자신만의 신념이 있을 때, 그 때 시작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이 길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아직까지 주변의 이야기에 휘둘린다면 그건 아직 준비가 안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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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프레타포르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결론이기도 한 패션 산업에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었다. 하나의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세터의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했다. 오랜 대화 끝에, 디지털 시대 앞에 선 패션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지금은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죠. 기술이 발달한대도 무엇이든 득과 실이 있는 법인데, 앞으로 디지털 시대 속 패션계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A. 4차 산업혁명 이후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발달되어왔고, 발달해가고 있죠. 패션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옷 자체에 이런저런 기술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영역으로도 발전되고 있죠,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처럼.
 그렇지만 기술이 점점 발달 할수록 정반합의 원리도 더욱 부각되고 필요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휴대폰이 발달해서 편리해졌지만 우리 생활에 ON/OFF가 없어지면서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구속되고 속박되어있는 것에서 자유로워지려는 모습이 나타나잖아요. 스마트 기기들의 부작용도 꽤 있고. 기술에 대한 반감이 생기고 과거의 것들, 즉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가 짙어지는데 이 둘은 늘 공존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이라 봐요.

 저는 미래적이고 기술적인 것들이 발달하더라도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것은 기술이 해결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제가 추구하고 싶은 건, 기술에 기대면서도 아날로그적인 것에 가치를 두고 그 중요성을 아는 것이에요. 둘을 잘 조합해서 합을 이뤄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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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반합’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는 섬세함 속에서, 퀄리티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강단 있는 브랜드라고 함축할 수 있겠다. 남들과 다른, 더 빠른, ‘패스트 패션’의 트렌드가 자리하는 시대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유행에 뒤처지지 않되, 이왕이면 좀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 이는 정반합이 추구하는 목표이자 사명인 것이다.

 그는 앞서 디자인과 소재 그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는 완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상품 하나를 제작하는 과정부터 고객이 상품을 받는 순간까지 ‘신뢰’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섬세한 노력들이 그들을 성공의 문턱 앞에 다가가게 할 것이다.
 
 대화를 통해 생각 정리가 되었다며 오히려 감사함을 내비쳤던 그에게서, 인터뷰 내내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책임지는, 그들의 삶을 함께 하면서 새로운 라이프를 제안해내는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응원한다.



* 이미지 출처 : 정반합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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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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