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복스팝'의 불완전 연소되기 아까운 에너지 - 뮤지컬 '오디션' [공연]

글 입력 2017.09.2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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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스팝’의 연주와 함께 뮤지컬이 시작됐다. 짜릿한 일렉 기타의 연주가 뮤지컬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켰다. 창작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이자 액터 뮤지션의 콘서트형 뮤지컬. 반짝이는 수식어들로 장식된 뮤지컬 ‘오디션’의 시작이었다.



1. 꽉 찬 밴드가 연주하는 다양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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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음악이었다. 뮤지컬 자체가 오랜만이기도 했고, 밴드 사운드를 라이브로 들어본 게 얼마인가 싶다. 기타 두 대, 키보드 두 대, 베이스, 드럼. 꽉 찬 밴드의 음악에 흥분됐다. 현장에서 라이브 연주와 노래, 연기를 겸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의 부담이 엄청났을 텐데 무대 자체를 즐기는 듯한 배우들의 모습에 안심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었다. 평소에 노래를 하는 사람이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든 양쪽을 겸하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쓸 부분이 훨씬 많아진다. 게다가 다른 세션과의 호흡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연습량을 감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좋았다. 곡 분위기에 따라 악기 배치가 적절하게 달라지면서 듣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루프 스테이션과 키보드 소리를 활용한 록, 젬베와 탬버린을 활용한 컨트리 풍 음악, 키보드 혹은 기타 한 대 만을 가지고 노래하는 소박한 음악 등. 가슴 뛰게 만드는 드럼과 베이스, 중추를 담당하는 키보드, 화려한 일렉 기타와 설레는 어쿠스틱 기타, 파워풀한 보컬까지. 밴드 ‘복스팝’의 음악은 내가 심사위원이었다면 당장 뽑고 싶을 만큼 좋았다.

 공연 후 커튼콜에서는 당일 공연에서 드러머 ‘다복’의 역할을 맡은 이민재 배우가 생일이라는 게 밝혀졌는데, 드럼 연주와 노래를 함께 하는 배우가 그 순간 참으로 부러웠다. 그런 그에게 노래 못하는 드러머의 캐릭터는 좀 가혹하지 않은가. ‘광란의 커튼콜’에서는 뮤지컬에 등장한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들으며 놀 수 있다. 그 순간 누구보다 무대를 즐기며 관객과 소통하는 그들이 있어 즐거웠다.



2. 스테디셀러로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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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열정, 도전…. 언젠가부터 입에 선뜻 담기가 어려워진 가치들이다. 꿈이 없었던 할아버지 세대와 꿈을 이뤄온 아버지 세대가 있었다면, 우리 세대는 꿈을 잃어버린 세대 같다. 다들 하고 싶은 건 넘치는데 거기에 뛰어들 만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기 쉽지 않은 시대다. 그렇기에 저런 가치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더욱 반짝여 보이는지 모르겠다. 밴드 ‘복스팝’은 반짝였다. 몇 달치 방세도 못 내는 형편에도 연습실에 모여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그들은 반짝였다. 그렇기에, 조금 뻔한 서사라도 그들의 도전이 아름답게 마무리되길 바랐는지 모르겠다.

 10주년 기념공연을 맞아 공연 상황이 달라졌는지, 시나리오에 수정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포스터에 등장한 어린 아이의 존재가 해명되지 않은 것이 일례다. 예견된 시련이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킨 에너지가 마지막에 불완전 연소된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두 사람만이 향한 오디션장에서 병태가 부른 노래는 처음 모인 ‘복스팝’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그가 추억하는 과거가 현장에 소환되는 것은 예쁜 장면이었고, 현장 예술만의 분위기가 담긴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끝내야만 했을까? 창작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가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감동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실컷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만났다. 시나리오 상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밴드 ‘복스팝’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히 신나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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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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