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쓰는 편지] 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시인
글 입력 2017.09.27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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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쓰여진 시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學費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츰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안녕하세요 달에 쓰는 편지
에디터 이채연입니다.

시를 읽고 느낀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것이었습니다.

이번 그림은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는 구절을 읽고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국어영역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시를 외우고 시의 제재와 시어의 함축된 의미를 외우고 나서
수능이 끝나면 모두 머릿속에서 지웠습니다.

감동받지 못한 시는 마음속에 남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20대가 되어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니, 
수능 문제 중 하나라고만 받아들였던
저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독자님들도 저처럼 그런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채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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