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인생의 일요일을 찾는, 도서 < 인생의 일요일들 >

글 입력 2017.09.2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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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를 통해 만난, 도서 < 인생의 일요일들 >. 사실 제목만 봐도 끌릴 수밖에 없는 책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요일만한 오아시스가 또 있을까. 인생의 일요일들을 어떻게든 찾아내고 영위하고 싶은 게 우리 마음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었고, 그래서 책 제목을 보자마자 마음이 이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막상 나에게 왔을 때, 나는 일요일은 커녕 또다시 월화수목을 살아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매일의 삶이 급박하게 흘러가다 보니 그만큼 책 한 권을 읽고 그에 대한 후기를 남기는 것조차 또 하나의 업무인 것마냥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내가 인생의 일요일들을 더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 계기이기도 했다.



 
 < 목차 >

서문
일요일의 편지 1 이건 일요일의 냄새잖아!
일요일의 편지 2 낡은 자아를 새로운 자아로 바꿀 준비
일요일의 편지 3 산토리니의 당나귀야, 다시 살아볼 기회를 얻었니?
일요일의 편지 4 이 거친 세상에 파피루스의 자리가 있을까
일요일의 편지 5 무엇을 믿어야 가장 좋은 것을 얻을까요
일요일의 편지 6 에피다우로스는 닮고 싶은 곳이에요
일요일의 편지 7 중요한 개념들로 나만의 사전 만들기
일요일의 편지 8 이마와 눈에 별이 부딪히는 방
일요일의 편지 9 아름다움은 해법이 아닌 힘을 줘요
일요일의 편지 10 그저 과거로만 돌아가는 회복은 원치 않아요
일요일의 편지 11 죽음이란 새싹을 위해 떨어진 낙엽에 불과해
일요일의 편지 12 테살로니키의 쇠똥구리에 대해 물으신다면
일요일의 편지 13 이야기가 선물이 될 때
일요일의 편지 14 자기 치유의 신이 내게 최선을 다하라고 했어
일요일의 편지 15 많이 찾아다녔어요, 그 하늘 같은 얼굴을
일요일의 편지 16 기쁠 때 기뻐하고 슬플 때 슬퍼하세요
일요일의 편지 17 신이여, 더 강한 적을 보내줘요
일요일의 편지 18 에게 해를 못 봤다고? 천국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
일요일의 편지 19 하데스의 입구를 보고 싶었어요
일요일의 편지 20 그 애들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였어
일요일의 편지 21 세상의 끝에서 수줍은 불멸을 만났어요
일요일의 편지 22 존 할아버지, 묻고 싶은 게 많아요
일요일의 편지 23 네 안의 빛이 어두워지면 그 어둠은 얼마나 크겠니
일요일의 편지 24 햇빛을 가리지 말아줘요
일요일의 편지 25 디오게네스처럼 선을 긋겠어요
일요일의 편지 26 영혼을 찾고 싶을 때 산을 바라봐요
일요일의 편지 27 숲은 말이 없고 그냥 나와 같이 있어요
일요일의 편지 28 여자들은 모두 헬레네예요
일요일의 편지 29 세상에 봐야 할 것은 왜 이리 많나요
일요일의 편지 30 외치고 나니 눈물이 조금 흘렀어요
일요일의 편지 31 두려운 것의 등에 올라타요
일요일의 편지 32 세 가지 단어를 말해주면 그 집에 묵을게요
일요일의 편지 33 그곳에서 어둠은 낮을 품고 있어요
일요일의 편지 34 내 마음이 내 몸을 보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일요일의 편지 35 막다른 길에서는 오이디푸스를 생각했어요
일요일의 편지 36 길 같지도 않은 좁은 길을 계속 가봐요
일요일의 편지 37 ‘당신은 여행 끝에 아주 멋진 선물을 받을 것이다’
일요일의 편지 38 제 미래에 대해서 한 가지 알게 되었어요
일요일의 편지 39 일요일에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기로 해요




"나그네여, 그대는 어디에서 왔고
무슨 고통을 참고 겪어왔나요?"


본문에서 인용한 <오디세이아>의 구절이 이 책의 본질 그 자체였다. 이 책은 독자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아니, 사실은 책은 그 무엇도 묻지 않았다. 책은 단순한 텍스트 이상의 컨텍스트를 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을 뿐이고, 그 외의 모든 것들을 물은 것은 이 책과 함께 생각여행을 다녀온 또다른 나 자신이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질문들
어떻게 돈을 모으지?
어떻게 직장을 구하지?
어떤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지?
이런 질문들이 중요하지 않은 척 할 수는 없어요.

세상 어디를 가도
가장 중요한 보편적인 질문이에요.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고 사랑하면서
품위 있게 살아가는 것,
함께 돌보고 즐기는 것,
한 사람의 진실한 친구가 되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적은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작가 정혜윤은 그녀가 만난 그리스에서, 아주 작아보이는 것 하나 하나에까지 마음을 나누고 즐기는 모습들을 통해 일요일의 시간들을 만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바그너가 말했듯 밝고 아름다운 것이 필요한 우리는, 자신에게 아름답고 힘을 주는 것들로 스스로를 에워싸면서 자신을 치유하고 또 그 시간을 언제든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매일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고, 월급을 받고, 퇴근을 하는 그 과정 중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체력과 활기를 쏟아붓는가. 감정적으로 충만할 수가 없는 상황들이 연이어지다 보면 마음이 너무 많이 소모되어 버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들마저도 지겨워지고 손도 대기 싫어지는 순간이 온다. 올해의 나는 정말 그런 터널의 시간을 꾸준히 걸어 왔다. 아직도 터널 속을 걷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쉬고 싶은데, 충전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충분치 않았고 기력조차 모자랐다. 그저 현실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녀가 일상과 그리스를 오가며 보여준 그 수많은 것들은, 나에게 웁살라 플록스타 뒷편에서 돗자리를 깔고 햇볕을 쬐며 뒹굴던 그 뽀송뽀송하던 기분과 스플릿 해변가에 앉아 햇빛의 색깔로 부서지던 파도를 바라보던 그 설렘 그리고 시드니 맨리비치에 앉아 해가 저물고 날이 어두워져가는 그 모든 찰나를 눈에 지긋이 담았던 그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고보니 나에게도 이렇게나 일요일의 시간들이 많았구나. 굳이 한국을 떠나 타국에 있었던 순간들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런 나에게, 에세이스트 정혜윤의 글은 아주 말랑말랑하고 따뜻하면서 또 포근해서, 이 책을 읽는 시간 자체가 일요일과 같은 시간이 되어주었다. 아주 잘 벼른 말과 행동들이 난무해서 방패를 들고 서 있기도 급급한 일상을 살다가 이렇게 동글동글하고 매끈한 한글을 만나니 내 마음도 몽글몽글하니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었다.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고 곱씹어보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문장들.
그런 일요일의 시간이었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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