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해진 길 밖에도 인생은 있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7.09.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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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가 구슬퍼
 가고 없는 날들을 잡으려 빈 손짓에 슬퍼지면
 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청춘-김필(Feat. 김창완)


 우리의 청춘은 어디로 가는가, 만물이 푸르른 봄철과 같은 이 청춘은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다. 청춘의 끝에서 인생은 어떠한 모습일까. 이 시절이 지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 우리를 어떠한 모습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 시절이기에 사람들은 그 청춘을 힘겹게, 열렬히 살아가고, 지독히도 그리워하나보다.

 올 여름, 우리는 101명의 청춘에 매료되어 보다 더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데뷔라는 꿈을 꾸는 101명의 소년이 등장한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대중을 국민 프로듀서로 만들어주며 많은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경쟁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연습생들은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화려하게 데뷔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들의 데뷔와 함께, 또 다른 청춘이 시작되고 있었다.



꿈이 현실이 되는 주문, Just Be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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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제작한 티저 이미지


“정해진 길 밖에도 인생은 있다”


 혹자가 이들에게 남긴 한 문장으로 인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Just Be Joyful, JBJ는 데뷔를 확정짓는 순위권에 안착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데뷔를 맞이했다. 이들은 일명 ‘국민 프로듀서’로 불리는 팬들이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낸 조합이다. 팬들의, 멤버들 스스로의 간절한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정해진 길 밖에도 인생은 있다. 순위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위의 링크에서 JBJ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들과 같은 행보는 큰 의미를 갖는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으며 또 다른 방식으로 꿈을 이뤄냈으니 말이다. 혹자는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것을 실패라고 여기며, 이들을 그저 탈락자의 조합이라 치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간절한 꿈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길로 나아가지 않았기에, 그들만의 의미 있는 성공을 이루어냈기에 그 자체로 큰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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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J : 순서대로 노태현, 김용국, 김상균, 권현빈, 켄타, 김동한


 이들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도 종종 오르고, 2분만에 데뷔 쇼케이스의 티켓이 매진되는 모습을 보이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아쉽게도 김태동의 경우 소속사와의 문제로 합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어른들의 싸움 사이에서 21살 소년이 꿈을 위해 감당해야할 현실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만 느껴진다. 그의 꿈도 이뤄질 수 있도록 많은 팬들이 염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JBJ는 10월 18일 데뷔를 앞두고 있으며, 9월 28일 리얼리티 프로그램 ‘잘봐줘 JBJ'를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그들이 걸어갈 꽃길이 기대가 된다.



비가 오는 날에 만나요, 레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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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즈 : 순서대로 김성리, 변현민, 서성혁, 이기원, 장대현, 주원탁, 홍은기


 레인즈 또한 순위권에 들지 못한 연습생들로 이루어진 조합이다. 서로 다른 소속사인 김성리, 변현민, 서성혁, 이기원, 장대현, 주원탁, 홍은기가 만나 완성되었다. 이들은 JBJ와 같이 팬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했다기보다는, '프로듀스 101 시즌2' 방송 당시 같은 조를 이루었거나 평소 친분이 두터운 연습생들 위주로 구성되었다. 때문에 소년들의 때 묻지 않은 우정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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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마다 함께 있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멤버들은 올해 장마철에 자주 만남을 가졌다. ‘레인즈’라는 그룹명은 비가 오는 날에 만난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팬들에게 황홀한 영감, 기쁨의 기운을 주는 소년들(Rapturously Inspiriting boyz)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MBC 수목극 ‘병원선’의 ost인 ‘let it go, let it be’를 발매해 활동의 시작을 알렸으며, 10월 12일 '프로듀스 101 시즌2'의 대표곡인 ‘나야나’의 작곡과 안무를 맡은 라이언 전, 권재승이 작업한 데뷔곡으로 정식 데뷔를 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송에서 분량이 극히 적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정말 유독 분량이 적었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실력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멤버들 모두 안정적인 보컬을 토대로 한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으나, 방송에서는 편집되어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중들에게 많이 비춰질수록 유리했기에 방송 분량이 적다는 것은 큰 약점이었다. 뭇 연습생들은 자신들이 편집되는 것에 착잡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인즈는 뜻 깊은 데뷔를 맞이하게 되었다.

 혹자는 JBJ, 레인즈의 데뷔를 워너원의 데뷔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준점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이들은 데뷔라는 같은 꿈을 이루었지만, 다른 방식으로 다른 모습의 청춘을 살아가고 있다. 순위가 낮다고 해서 패배자가 된 것은 아니다. 순위는 성공과 실패를 나누지 못했다. 순위뿐만이 아닌, 결과에서 나오는 모든 숫자도 그것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앞으로 이어질 이들의 모든 길이 그 자체로 응원 받아야 할 이유이다.
 


새로운 시작, 뉴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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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이스트 : 순서대로 백호(강동호), 민현(황민현), 렌(최민기), JR(김종현), 아론


 2012년 데뷔한 뉴이스트는 올해로 6년차 아이돌이다. 연습생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었기에 이미 데뷔를 한 아이돌이 출연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이 어긋나지 않나, 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6년차 아이돌의 결심 또한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그램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국민 프로듀서들은 이들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이미 데뷔를 했다고 해서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았으며, 다른 연습생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중의 큰 관심을 얻으며 멤버들 모두 상위권의 순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출연했던 김종현, 강동호, 최민기, 황민현 중 황민현만 워너원의 멤버로 데뷔하게 되었으며, 그 이별을 지켜보는 많은 연습생들과 팬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것이 그 청춘의 끝은 아니었다. 몇 년 전 발매되었던 그들의 음악은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랜 무명 생활을 거쳐 꽃길에 한 발자국 다가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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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너원'으로 데뷔한 황민현을 제외한 4명은 '뉴이스트W'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하게 되었다.
(W는 황민현을 기다린다(wait)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실 활동을 이어온 6년간 이렇다 할 결과물을 갖고 있지 않았다.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인들 스스로 ‘이전에는 인기가 많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모두가 그랬듯, 간절한 꿈을 가진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어쩌면 마지막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왔기에 그 꿈이 좌절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역시나 정해진 길 밖에도 인생은 있다. 그들은 새로운 청춘을 살아갈 것이다. 이들은 10월 10일, 재데뷔를 앞두고 있다.



소년의 계속되는 변화, 정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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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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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한 정세운


 필자가 처음 마주한 그의 모습은 소년이라는 단어에 내포되어있는 모든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4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 출연했던 앳된 모습의 정세운은, 불완전하고 어리숙하고 또 순수해보였다. 기타를 맨 어리숙한 소년은 합격 소감을 묻는 제작진에게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얼른 집에 가고 싶어요.’라는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했다.

 4년이 지난 2017년, 그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의 이미지가 강했던 터라, 아이돌과 잘 어울릴지 의문이 들었다. 이에 심사위원도 ‘아이돌이 하고 싶어요? 보컬리스트가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을 내던졌다. 그는 ‘처음에는 그냥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나중에는 기획사 사장이 되고 싶어요.’라는 엉뚱하면서도 당찬 대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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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한 정세운


 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도전에서 정세운은 아이돌다운 면모를 잘 보여주었다. 안정적인 보컬 실력을 토대로 다양한 컨셉을 소화하며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1명의 데뷔를 결정짓는 최종 순위에서 12위를 해 안타깝게 데뷔를 하지 못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탈락이 확정된 직후의 인터뷰이다.


"무대를 하기 전까지 얼마나 수많은 사람의, 그런 피땀이 흘려지는지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이 무대 하나, 조명 하나, 세팅 하나가 너무 감사했다. 저희 연습생들의 그런 작은 이야기들에 집중해주시고 귀 기울여주신 제작진분들 너무 고생 많이 하셨다."


 자신의 꿈을 바로 눈앞에서 놓친 그는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후회는 하지 않는다. 꿈을 무조건 좇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겠다.’ 라고 말하며 성숙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스물한 살 소년의 깊이 있는 진심은 차가운 경쟁, 서바이벌 사이에서 따스한 감동을 남겼다.
 

▲[MV] 정세운 - JUST U with Sik-K (Prod. GroovyRoom) (JEONG SEWOON) [영상 출처 - starship TV]


 프로그램 종영 후, 그는 또 다른 변화를 보여주었다. 트렌디한 음악으로 유명한 프로듀서 그루비룸, 래퍼 식케이와 함께 작업한 음악을 발매했다. (이외에도 앨범 작업에 프라이머리, 브라더수, 키겐, 유승우 등이 참여했다.) 어쿠스틱하고 섬세한 음악을 하는 정세운과 힙합이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장르를 뛰어넘어 어디든 잘 녹아내리는 음악을 선보였다. 8월 31일 발매된 ‘Just U’를 통해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맞이했다.

 기타를 맨 어수룩한 소년에서 아이돌로,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는 뮤지션으로, 그는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그는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다 말하며, ‘성공하려 하지 않고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깃든 진심은 앞으로 이어질 그의 따뜻한 음악들을,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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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시즌2 마지막회


 필자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따위의 말을 굉장히 싫어한다. 청춘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그 아픔이, 고통이 쉽게 용인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청춘은 아플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어떠한 길로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청춘이기에, 우리는 아플 수도 있다. 그 끝은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그저 우리는 열렬히 살아갈 뿐이다.

 나의 여름이었던 101명의 청춘은, 앞으로 숱한 계절을 함께 할 것이다. 그 청춘을 보며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순간을 살아야겠다, 다짐한다. 내 젊은 나날을 포기하지 않겠다. 정해진 길 밖에도 인생은 있으니.





[이미지 출처-JBJ 공식 트위터, 레인즈 공식 트위터, 뉴이스트 공식 트위터, 네이버이미지]


[김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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