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을을 충전하라! Voyage to Jarasum [공연예술]

바쁜 일상을 사는 당신이 휴식하는 또 하나의 방법
글 입력 2017.09.2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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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to Jarasum 2017





“쉬고 싶다.” 숨 막히는 일상에 지친 우리가 자주 하는 생각이다. 사람마다 유독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때가 있고, 그럴 때 가끔 내 몸은 “너 그러다 큰일 날지도 몰라”라고 경고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조용한 집에 누워 밀린 잠을 실컷 자며 늑장부리는 시간을 간절히 원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바쁠 줄 모르고 덜컥 뮤직페스티벌을 예매한 한 달 전의 나를 조금 원망스러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우려는 자라섬 잔디 위에 누워 귓가를 간질이는 재즈풍 음악에 발을 까딱일 때, 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새로운 ‘충전의 방법’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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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yage to Jarasum은 2015년부터 KT에서 주최하는 연례 음악페스티벌로,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이를 알게 되어 예매하였다. 이곳에서 내가 발견한 휴식의 새로운 의미가 참 신선하게 다가왔기에, 나는 그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미리 정리해 보자면, 그것은 이탈동질감, 그리고 일체감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우선 이탈은 물리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던 일상의 경계를 벗어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왜인지 들뜨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경춘선을 타고 가평으로 향하는 지하철 창 너머로 건물은 사라지고 초록빛이 가득 펼쳐질 때, 나는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가평역에 도착하고 자라섬까지 20여 분을 걸었던 길은 참 가을 같았다. 파란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이어진 길은 성큼 다가온 새 계절을 온몸으로 알렸다.

그렇게 도착한 페스티벌 장소엔 많은 사람이 이를 한껏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들로부터 일종의 애정을 느꼈다. 지금 여기서 이 순간을 공유한다는, 그 동질감만으로 나는 그들과 함께여서 조금 더 행복해진 것이다. 각자 나름의 일상에서 벗어나 사회에서 떨어진 이곳에 모여있는 이 상황이 그들과 나를 한데 묶었다. 사실 바쁜 일상에서는 내 계획에 맞게 하나하나 수행하는 것이 우선이기에 지독히도 나에게 초점을 맞추어 살아간다. 내 주변 사람도 아닌 타인의 감정까지 고려하며 공유할 생각조차 못 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공통분모만 만들어주면 이런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했다. 그리고 행복은 역시 공유될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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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의 새로운 방법을 찾게 도와준 가장 큰 요소는 역시 페스티벌 자체에 있다. 물론 페스티벌의 성향에 따라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락페스티벌이나 클럽페스티벌 같은 경우는 실제로 뛰고 춤추는 만큼 체력 소비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상대적인 에너지를 얻고 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지금 이 글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다음 일상을 지낼 만큼의 체력이 필수이기에 앞서 말한 것들을 덮어놓고 권유하고 싶진 않다. Voyage to Jarasum을 비롯한 재즈페스티벌처럼 비교적 힐링의 의도 및 이미지가 우선된 축제를 우선적으로 권하는 바다.

Voyage to Jarasum은 재즈 및 재즈풍으로 편곡한 곡들로 드넓은 잔디밭을 가득 채웠다. 돗자리 위에 드러누워 매력적인 리듬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들기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잔뜩 들고 와 맥주 캔을 부딪치며 친구와 자축하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날 충전시키는 시간이었다. 모르는 곡은 모르는 대로 그 처음 듣는 리듬을 느껴보고, 모두에게 익숙한 곡은 돗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따라 부르기도 했다. 널찍한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건물에 가려지지는 것 없이 자랑스러운 듯 펼쳐져 있었다. 그 그림 같은 풍경 안에 일부가 되어 공기를 가득 메운 음악의 결에 빠져드는 것이 내가 느낀 일체감이자 충전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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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새로운 충전을 경험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바삐 몸을 움직이고, 하루에도 몇 번씩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할 일들을 하나씩 지워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지난 주말 자라섬에서 느낀 재즈의 선율과 가을의 순간이 생각날 때면, 그때의 충전에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더불어 그것이 단순한 일회성의 휴식이 아니라 이제 엄연한 충전의 방법으로서 내게 존재한다는 점이 날 기대하게 만든다. 그때의 시간으로 인해 느끼는 지금의 기대와 설렘 또한 페스티벌이 남긴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된 것이다. 나는 오늘도 그 날의 하늘과 바람, 음악을 떠올리며 다시 또 힘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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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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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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