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작이 두려울 땐 나만의 바다로

글 입력 2017.09.1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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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책은 포근한 그림과 따스한 글들로 당장이고 바다로 떠나고 싶게 만든다. 사진하나 없는 그림책이 이런 힘을 가지는지 읽기 전에는 몰랐다. 그림책은 오로지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사서 보게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서점에서 ‘나만의 바다’를 슬쩍 봤다면 나는 이 책을 사서 나왔을 것만 같다.


나만의바다_31-32.jpg
 

 가장 먼저 이 그림책에 빠져들게 만든 것은 은은한 파스텔 톤의 그림이었다. 15장 정도 되는 이 그림책은 한 장, 한 장이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다. 가장 오래 보게 되었던 장은 마지막 부분에 바다 속을 헤엄치는 상상의 장면인데, 마치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검정 바탕에 손전등을 비춘 곳만 바다색이다. 주인공 아이에게 가기 싫은 미지의 곳이었던 바다가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워지는 심정의 변화를 나타내는 듯하다. 이 그림책이 바다를 표현하는 방식은 마치 강아지 정수리를 쓰다듬는 느낌이다. 그림책에도 촉감이 존재한다면 보들보들 자꾸 만지고 싶어질 거다. 그림책을 다 읽은 후에도 자꾸만 다시 열어서 보게 된다.
 
 가끔은 순간이 전부일 때가 있다. 친구와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도착한지 3일 정도 지났을 때였나, 여느 때와 같이 핸드폰에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담느라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순간 그 공간과 나 사이에 엄청난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가 있는 곳은 여기 파리인데,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 그 순간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이 없을 한국을 미리 걱정하며 한국으로 파리를 가져가고 싶은 욕심에 파리에서의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마냥 카메라에 담기 급했다. 그걸 느끼자마자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그냥 내 눈에 넣기로 결심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나보다 한 수 위였다.


도시에 있는 우리 집으로,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바다는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까.
(...)
내가 어디에 있든지,
고유의 바다는
언제나 나와 함께일 테니까.


 이런 순수하고도 통찰력 있는 아이의 시선은 그림책이 끝날 때까지 나는 미소 짓게 만든다. (그 미소에는 나보다 낫네, 하는 감탄의 의미가 숨어있다.!)


나만의바다_19-20.jpg
 

 ‘나만의 바다’는 바다를 가고 싶게 만들 뿐만 아니라 처음 도전하는 모든 것에 힘을 주는 그림책이다. 처음 시작이 어렵기는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이 아이가 처음 바다에 마음을 연 것처럼 나도 다가오는 것들에 용기를 내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어린 주인공아이의 행동들에서 나를 반성하게 된다.


바다의 시간은 늦는 법도 없고,
급히 서두르는 법도 없어.
누가 누가 빠른가 겨루지도 않지.


처음 시작하는 것들에 두려울 때, 지치는 날 나만의 장소로 도망가고 싶어질 때 이 그림책을 자주 열어보게 될 것 같다.





나만의 바다
- The Specific Ocean -


글 : 쿄 매클리어
그림 : 캐티 모리
역자 : 권예리

펴낸곳 : 바다는기다란섬

분야 : 그림책

규격
양장본 / 230mm×315mm×10mm

쪽 수 : 32페이지

발행일
2017년 8월 31일

정가 : 13,000원

ISBN
979-11-961389-0-5(77840)




문의
바다는기다란섬
010-4299-7324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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