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찍는 사진마다 '인생샷'되는 이상한 공간

ALICE, Into the Rabbit Hole 관람 후기
글 입력 2017.09.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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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SNS,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인생 사진 건질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제의 전시회 'ALICE : Into the Rabbit Hole'을 관람하고 왔다. 전시 오프닝 시간인 10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 커플, 동성 친구 등 두 명 이상씩 짝을 지어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본격적인 전시 콘텐츠 소개에 앞서 만약 당신이 언젠가 이 전시를 보러 갈 예정이라면 절대 혼자 가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유는 차차 밝히겠지만 평소 홀로 문화생활을 당당히 즐기는 나도 이번 전시에선 살짝 외로웠다는 점을 우선 말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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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공간 '앨리스의 언더랜드'를 지나 '래빗홀1'에 도착했다. 앨리스의 언더랜드는 가장 처음에 있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수많은 렌즈를 뚫고 전체적인 모습을 담을 자신이 없어 과감하게 눈으로만 기억하기로 결정했다. 래빗홀1에 들어서자 독특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주는 시각 요소가 정신없이 펼쳐졌고 본격적인 전시장으로 떠나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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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볼거리가 모여있는 구역은 '어서 와 원더랜드'였다. 이곳에선 미디어아트와 인터랙티브 체험존 등 11개의 다양한 체험 기회가 마련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공간이 다양해 사진을 찍어주거나 포즈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도 작품 속에서 앨리스가 흘린 눈물이 만든 웅덩이를 형상화한 '앨리스의 눈물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이는 '앨리스의 방' 앞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다른 공간에 비해 인기가 많은 편이니 어서 와 원더랜드에 입장하자마자 저 두 곳에서 먼저 사진 찍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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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게 표현해 놓은 그림들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다. 이 전시회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의 현대적 시각, 개성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체험존이나 설치물 등이 작가의 개성에만 집중했다면 액자 속 그림들은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작가의 매력을 뽐냈다는 의미다. 이건 지극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하는데 난 원작의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에 더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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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홀로 관람했기 때문에 전시 구성이나 원작과의 연관성 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사실 이 전시의 가장 큰 매력은 어디에서나 사진을 찍어도 독특한 분위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거울 속으로'는 사실 별다른 게 없다. 참여 작가의 작품이 안쪽 거울에 끝없이 비치는 게 전부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이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냥 봤을 땐 괴리가 안 느껴지던 배경이 사람의 뒤를 받쳐주며 비현실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한다. 낯선 모습이 눈길을 끄는 것이다. '어서와 원더랜드'엔 공간뿐 아니라 각종 설치물도 인생 사진을 찍는 데 도움을 주는 귀중한 아이템이다. 당시엔 찍어달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혼자 줄을 서는 것도 용기가 나지 않아 지나쳤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내년까지 진행되니 다시 기회를 노려보는 것도 고려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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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왔더니 시간이 꽤 지나있었다. 앨리스가 잠든 짧은 시간 동안 한 세계를 경험했듯 전시장 속 시간의 흐름도 현실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었다. 내 기준에서 이 전시가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꽤 많은 문화생활을 하며 얻은 교훈이 있다. 중요한 건 잃은 것, 버려진 것이 아닌 얻게 된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다. 앨리스가 다양한 작가의 손길을 거쳐 육감적인 여인, 자유분방한 학생, 눈부시게 아름다운 소녀 등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것만으로도 전시를 선택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번 전시가 앨리스에 대한 애정이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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