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으로 : 지속가능한 삶을 꿈꾼다 [문화 공간]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기념 기획전 : 2017 서울새활용전 '지구를 위한 약속'
글 입력 2017.09.0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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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호스는 화재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다. 엄격한 관리하에 생산되며 미세한 구멍이 하나라도 발견될 시 즉시 폐기해야 한다. 무려 15m에 달하는 소방호스를 폐기하기 위해 폐기전문업체가 필요한데 이에 따른 비용을 소방서가 지불한다. 

일반인이라면 관심을 가지지도, 설사 알게 되더라도 잠시 안타까워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평생을 소방관으로 살아온 아버지를 둔 이규동 대표는 달랐다. 그는 소방호스를 소재로 제품을 만들려는 '착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다. 소방서를 돌며 소방호스를 수거, 세척, 재단해 가방, 지갑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판매액 일부로 소방장갑을 구입해 소방관들에 기부하기까지 한다. "전국 3만 5백 명 소방관들의 노후화된 장비 문제 해결에 작게나마 기여해 소방관들을 지키고 싶다"는 이 대표의 생각을 접한 나는 괜히 울컥해졌다. 이 대표는 패션 혹은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는 소방패션전문브랜드 '파이어마커스'를 창립한 사람이다.
 
2014년 4월에 첫걸음을 내디딘 파이어마커스는 현재 새활용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대중에게 '새활용'의 의미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 새활용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로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차차 설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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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서울 성동구 자동차시장길에 위치한 서울재활용플라자(SUP)에서 개관식이 진행됐다. 새활용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을 넓히고, 새활용 기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자리기도 했다.

늦은 오후에 SUP에 도착하자 묘하게 중독성 있는 물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옆 건물이 '서울시 중랑물 재생센터'였던 탓이다. 다행히 역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혹은 무엇을 얻으려 여기까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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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향한 곳은 2017 서울새활용전 '지구를 위한 약속'이 진행되고 있는 전시실이었다. 사전에 네이버 예약을 한 사람에겐 업사이클링 팔찌 키트를 선물로 준다.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가장 화려한 색으로 골랐다.(집에 와서 내용물을 봤는데 내 손재주로 팔찌는 꿈도 못 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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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새활용 브랜드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공공공간', 'RE:CORD' 등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생소한 것들이었다. 공공공간은 대표 봉제산업 지역인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폐기되는 원단을 'ZERO CUSHION'이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시켰다. '세컨드비'는 자전거 폐기물을 기반으로 '휠 시리즈'를 구상해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였다. 우유갑을 지갑으로 만들거나 버려지는 휴대폰의 배터리를 보조 배터리로 다시 활용하는 등 어쩌면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들이 실현되고 있었다. 이처럼 새활용은 기존 폐기물에 디자인과 창의적 사고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지닌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의미한다. 재활용 과정에 나타나는 분리, 파쇄 등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형은 새활용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둘의 차이다. 난 시간과 비용이 더 드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환경, 지속 가능한 삶에 더 가까운 것은 재활용이 아닌 새활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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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면 사업장 새활용 소재를 실감 나게 알려주는 새활용 소재 라이브러리가 위치해 있다. 플라스틱, 비닐, 옷 등 제2의 삶이 가능한 물건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이어마커스의 철학과 제품이 소개된 장소도 이곳이다. 3층과 4층에선 SUP에 입주한 새활용 브랜드들의 스튜디오를 볼 수 있다. 각 브랜드별 새활용 프로세스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는 따로 자리를 마련해 제작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5층에선 새활용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도 있는 것 같으니 관심 있다면 공지를 틈틈이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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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식에 갔다 온 후 홈페이지를 뒤져보던 중 주말에도 각종 행사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푸드트럭은 물론 유기농 친환경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체험형 마켓인 리버마켓, 장수모이장도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특히 토요일엔 인디밴드의 공연을 들으며 마켓을 둘러볼 수 있으니 놓치면 안 된다.
 
도심과 떨어진 이곳, 난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임박했다는 걸 느꼈다. 지구는 더 이상 쓰레기를 참고 견뎌낼 여유가 없다. 이제 조건 없이 베풀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미국을 덮친 하비와 어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괴력이 더해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모든 것은 유한하다. 특히 자원이 바닥나는 건 어쩌면 모두의 예상보다 더 급격히 다가올 재앙일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무지를 벗어나는 가장 처음 단계는 기본에 충실하는 것. 미래를 보는 소비, 그 물건이 언젠가 버려질 날을 내다보는 진정한 착한 소비부터 시작하는 게 정답이라 믿는다.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자동차시장길49
홈페이지 : www.seoulup.or.kr




[이형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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