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각자의 앨리스를 찾아서, Alice: into the rabbit hole [전시]

글 입력 2017.09.08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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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앨리스를 찾아서
Alice: into the rabbit h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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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프리뷰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앨리스 전시회는 sns에서 많이 소개되고 공유되어서 매우 익숙했다. 다만 너무 유명하다 보니 관람객이 너무 많을까 봐 걱정되는 점도 있었다. 기대를 하고 보러 갔던 전시에서, 많은 관람객으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해 아쉬웠던 적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침 일찍부터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뚝섬역으로 향했다.

앨리스 전시회를 관람하기 위해 처음 방문한 갤러리아포레는 낯선 장소였다. 건물 상가 같이 보이는데, 전시회장으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던 ‘미술관은 이래야 한다’는 내 생각을 다시금 전환시키는 계기였다. 굳이 미술관이라고 건물을 두어 있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곳에 예술이 존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전시를 관람하러 입장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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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를 작성하며 어느 정도 전시 구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하는 전시는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처음 전시장에 입장하자마자 보인 문구는 ‘curiouser and curiouser’이라는 것이었는데, 이 문구를 보고 마치 앨리스가 된 것 마냥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지고 전시를 관람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호기심으로 처음 인상 깊게 보았던 것은 ‘이상한 나라의 규칙’과 ‘거울 나라의 규칙’이었다.


“몸을 말려야할 때는
건조한 이야기를 할 것”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놀라지 말 것.
이곳에선 결과가 먼저, 원인이 나중에 온다.”

“여럿이 케이크를 나누어 먹고 싶을 때는,
나눠주고 나중에 자를 것”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재미있는 규칙들이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열린 생각에서 바라본 이 규칙들은 그저 흥미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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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앨리스의 원더랜드에 들어서자,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한쪽에선 빛이 나고, 다른 한쪽에선 자전거가 돌아가고. 기존에 보았던 전시와 달리 특별한 순서가 없는 전시장이었다. 어디에 먼저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웠지만 우선 눈에 보이는 곳부터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에는 거울 속에서, 앨리스의 집, 여왕의 크로케경기장 등 다양한 구성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을 끌었던 건 재버워키 글짓기 대회와 happy unbirthday였다. 재버워키 글짓기 대회에서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골라 앨리스 시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는데, 사실 글짓기 대회 자체보다 그 뒤의 내용이 더 신기했다. 앨리스의 원더랜드에서 일종의 언어유희와 같은 방식으로 말을 하는 것인데, 원래 쓰여야 할 단어 대신 비슷한 발음을 가진 다른 단어를 바꿔서 말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번역해 놓으니, 원래의 발음을 알 수 없어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문장이 되어 버렸다.

happy unbirthday에서는 험프티 덤프티가 말한, 생일이 아닌 나머지 364일의 비생일을 축하하는 구성이었다. 보통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생일을 축하한다니. 또 한 번 원래 가지고 있는 시각을 뒤집는 발상이었다. 나 또한 비생일 선물을 받았는데, 작은 문구였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즐거운 전시 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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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다양한 전시를 ‘체험’하며 전시 관람을 마치게 되었다. 왠지 이 전시는 전시를 본다는 표현보다 ‘체험’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경험할 수 있는 소재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에서 자극을 주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원어로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생각과, 그 맥락 속 문체들을 더 가깝게 느끼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번 앨리스 전시회는 사람들에게 각자가 알고 있었던 앨리스의 생각과, 어린 시절의 경험들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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