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그 옛날 집시들의 방랑길을, 집시를 닮은 그와 함께_집시의테이블

글 입력 2017.09.0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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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식성의 청력을 가진 내게 가장 어려운 음악은 클래식이었다. ‘봄의 생명력이 넘쳐흐른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슬픔이 느껴진다,’ ‘반복되는 전개로 차분함을 더한다,’ 등등. 어떤 클래식을 설명하는 수많은 수식어구들이 내 눈앞에 뜬구름으로 둥실둥실 떠다녔고, 그들 사이를 부유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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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의 매력을 비로소 피부로 느꼈던 것은 유럽 여행을 가서였다. 화려하지만 오래된 건축물, 그것들을 떠받치고 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닦아 놓아 반들반들해진 대리석 바닥, 막힌 데 없이 트인 하늘, 빈 공간을 빈틈없이 배우는 맡기만 해도 취할 것만 같은 초콜릿, 아니면 치즈의 향기, 지지도 않는 해와 그로부터 쏟아지는 화살 같은 햇빛. 크로아티아 남단에 위치한 도시 두브로브니크는 별 거 아니지만 가장 그것다운 모습으로 거기에 있었고, 버스킹 중이던 클래식 연주자들 역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식물처럼 거기에 있었다.

 음악에게도 고향이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다. 클래식은 그것이 태동한 유럽에서, 판소리는 한국에서 울려 퍼져야 했다. 음악은 어쩌면 단순한 청각이 아닌 시각, 후각, 촉각을 전부 싣고 내게로 불어오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건 언제 어디서건 간에 음악을 통해 그것의 발원지를 보고, 듣고, 맡고, 만질 수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상경한 청년이 아무리 사투리를 고친다고 해도 바다냄새가 어렴풋이 나는 것처럼, 한국에서 10년을 넘게 살아온 독일인에게서 가끔씩 이국의 분위기가 배어나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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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됐든 그래서 다행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장은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도시를 가볼 수 없기에 나는 무엇으로라도 그것을 내 앞에 끌어다 놓고 싶은 욕구로 끓어오르기 때문이다. 보다 실감나고, 보다 소름끼치게.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그 옛날 집시들의 방랑길에 올랐을 음악들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라도 되는 냥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나서는 <집시의 테이블>을 말이다. 그러니까 이 공연은, 나의 간절한 욕망과 지나치게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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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의무를 버리고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집시들을 따라 여행은 시작된다.

우리들의 배낭여행은 프랑스를 시작으로
 아일랜드, 그리스를 거쳐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그 옛날 집시들의 방랑길...

배낭 하나 들고 시작 된 여행길 우리는
곳곳에서 만나는 집시들을 통해
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된다.

그들의 음악으로 잃어버렸던 사랑을 추억하고
그들의 춤으로 삶에 지친 나의 몸과 마음에 온기를 준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그들과 닮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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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는 하림은 음악을 하고 싶었을 뿐 가수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 한다. 그게 초심이었든, 실수로 떠오른 생각이었든지 간에 자신의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길고 긴 여행을 떠났다고. 몇 키로 짜리 용기와 몇 키로 만큼의 결단력이 필요했을진 몰라도, 그 무거움만큼이나 가볍게 정처없이 떠돌았고 또 다시 배회할지도 모를 그는 집시와 어렴풋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시의 옷자락처럼 바람이 무심하게 불어오는 가을밤, 집시를 닮은 그의 테이블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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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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