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계를 떠도는 공간 기록자 : 서도호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9.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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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떠도는 공간 기록자 : 서도호
삶의 여정과 기억이 담긴 공간에 대한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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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개관과 함께 선보인 대한항공 박스프로젝트(구 한진해운 박스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작은 서도호 작가(1962~)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이었습니다. 서울과 로스엔젤리스를 오가며 젊은 시절을 보냈던 서도호 작가는 공간에 대해 깊이 탐구합니다. 특히 공간의 이동과 재배치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는데요. 공간을 수치화하여 정교하게 재제작하는 작업을 통해 고정된 공간개념을 탈피하고 유목적인 공간 개념을 내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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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된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은 작가가 거주하였던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의 3층주택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작품입니다. 그 내부에는 작가의 서울 집에 매달린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한옥을 담은 양옥, 양옥을 담은 서울박스, 서울박스를 담은 서울관, 서울관을 담은 서울까지 확장되는 개념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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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의 중앙을 가득 메운 이 작품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그런 서도호의 작품을 다시 만난 것은 런던의 빅토리아 미로(Victoria Miro) 갤러리에서 였습니다. Do Ho Suh: Passage/s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지난 1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 진행된 이번 전시는 서도호의 런던 시대 개막을 알림과 동시에 빅토리아 미로 갤러리에서 처음 시도된 한국작가의 개인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 밖으로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선 것은 매우 낯선 풍경이었는데요. 쿠사마 야오이 전시 이후로는 이러한 대기줄이 생긴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가디언 지(紙)와 파이낸셜 타임즈는 올해 꼭 봐야할 전시로 서도호의 전시를 꼽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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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의 작업을 논할 때 그의 유목민적인 삶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시작하여 미국을 거쳐 현재 런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그는 자신이 놓인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였습니다. 삶이란 결국 일련의 공간들을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작가의 사상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서울, LA, 런던 등 각지에서 작가가 몸 담았던 곳들을 디테일하게 재현해 놓은 이번 작품에서는 일련의 방향성을 작품에 부여하여, 관람객은 하나로 이어진 서로다른 여러개의 공간 속을 걷게됩니다. 관람객들은 반투명한 실크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앞으로 나아가며 작가의 삶을 답습해보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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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전시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3면을 가득 메운 영상 작업이었습니다. 'The Pram Project' 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영상작업은 2014년에서 2016년에 걸쳐 자신의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함께 산책을 하고 걸어다니던 일상적 풍경을 정면과 양 측면, 3개의 카메라에 담아 보여주는 작업이었는데요. 아이를 어르는 소리, 딸아이의 노랫소리, 주변을 지나가는 자동차와 행인들 등 일상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있었습니다. 3면의 영상 속에 있는 관람객은 실제로 자신이 영상 속 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국과 미국, 한국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있는 이 영상에서 작가는 결국 삶이란 하나의 길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란 그 길을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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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레이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의 작품에 대해 작가 자신은, 자신의 성찰이 담긴 작품이지만 결국은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투명해서 다가가기 쉽지만 점점 깊어지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데요. 전 세계를 누비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바입니다.





이미지 출처 : 빅토리아미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서도호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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