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삶을 채우고 싶은 요즘, 「인생의 일요일들」

한 사람의 사유와 경험이 오롯이 녹아나 있는 이 에세이에서 삶에 대한 경탄과 영감을 얻어보는 것이, 변화로 이어지는 조금 더 부드러운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글 입력 2017.09.0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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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친 일상. 휴식은 물론 나를 사유할 시간조차 빼앗긴 나날들. 반복되는 버거운 일들에 종착점이 있으면 좋으련만, 불확실함은 계속해서 밀려들어온다.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포기하려고 마음먹을 때야 얼굴을 들이미는 약간의 해소는, 찜통 더위 후 찾아오는 미지근한 보슬비같다. 인생에는 단짠단짠이 적절히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일상은 드넓은 염전에 서있는 느낌이다. 짠짠짠하게 하지 말라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더 이상의 짠맛은 그만 느끼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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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학계를 내고 정처없이 표류하고 있을 때쯤, 통장 잔고나 들쑥날쑥한 스케줄보다 더 나를 괴롭혔던 생각은,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고,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였다. 분명히 휴식을 원하긴 하는데, 뚜렷한 방향성 없이 다 포기해버리는 것은 그것대로 불안함을 들추어낼 것만 같았다. 이도저도 아닌 상태, 나 자신조차도 갈 길을 잃어버린 최악의 상황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무기력증을 낳았다. 그 때 나를 수면위로 이끌어낸 것은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이었다.
 
  귀찮은 과정일지라도 내가 나아가고 싶은 길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행위는 그럭저럭 안정감을 주었다. 작게 생겨난 틈은 상황의 해결과 더불어 점점 커져갔고, 이젠 조금 여유를 가져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여유롭고 느긋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해본 지가 하도 오래되었나, 어디부터 쉬어나가야 할지도 몰랐다. 주말에 스케줄이 나기 시작하고, 빨간 날에 비로소 쉴 수 있게 되어보니 일요일이라는 존재가 다시 내 삶 속으로 의미를 갖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소중해진 이 일요일을 낮잠으로 보내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너무 아껴쓰기엔 섭섭하다. 무언가, 더 아름다운 기억으로 이 날들을 채우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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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스트이자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인 정혜윤은 소중한 일요일, 나아가 자신의 삶에 대한 완숙한 인식과 성찰을 담아 《인생의 일요일들》을 펴냈다. 38통의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연히 받은 편지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야기로 답장을 쓰고 싶었던 작가가 2015년 여행했던 그리스에서의 기억을 편지로 써내려가면서 시작되었다. 글을 쓰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작가는 그 감각을 독자들과 나누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주로 일요일에 쓰였기에 편지는 ‘일요일의 편지’가 되었고, 그 속에 담은 나날들은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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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의 게으른 시간 속에서, ‘언제였더라! 그때 참 좋았었는데’ 하고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들, 그 기억들 속에서 근심은 힘을 잃고 사라진다. 현실의 속박들도 잠시 사라진다. 졸음 속에서 여행을 한다. 미소와 즐거운 회상, 기쁨이 함께한다. 시들지 않는 즐거움이 함께한다. 마음은 다른 것이 아니라 다시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갈망한다. 이렇게 기억 속에 떠오른 날들을 인생의 일요일이라고 이름 붙였다. -8쪽


아름다움은 살아가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아름다움이 문제들의 해법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여요. 아름다움은 다른 것이에요. 굳이 말한다면 해법이 아니라 힘일 거예요. 아름다움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직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줘요. 버티게 해요. -74쪽


저는 그때 아직 회복을 말할 만큼 충분히 병을 앓지 않은, 그래도 죽을 만큼 큰 고통을 겪기를 두려워해서 속성으로 낫기를 바라는 환자였어요. 나은 다음 재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고요. 용기보다는 겁이 더 많이 났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가 잘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했어요. 그러나 회복이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면 그런 회복은 결코 원치 않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천만다행인 생각이었어요. -80쪽


두 번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요? 변화하는 데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경험이 따른다는 말 아닐까요. 이전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자기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만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어요. -332쪽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변하라!”라고 외치지만, 계속해서 가동되는 피로사회에서 이제 그것들은 조금 따분해보이기까지 한다. 한 사람의 사유와 경험이 오롯이 녹아나 있는 에세이에서 삶에 대한 경탄과 영감을 얻어보는 것이, 변화로 이어지는 조금 더 부드러운 발걸음이 되지 않을까. 나른한 일요일 오후, 담백하면서도 삶에 대한 뜨거운 성찰이 배인 「인생의 일요일들」을 읽으며 일요일을,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을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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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일요일들
- 여름의 기억 빛의 편지 -


지은이 : 정혜윤

펴낸곳 : 로고폴리스

분야 : 에세이

규격
128*188mm

쪽 수 : 336쪽

출판일
2017년 6월 23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6499-55-9(03810)




문의
로고폴리스
031-93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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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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