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존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헝거게임’ [영화]
글 입력 2017.09.0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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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공부하기 싫을 때면 소설을 읽었다. 특히 영어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면 영어로 된 소설을 읽었다. 이것도 다 영어공부라고 핑계댔다. 원래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원서도 질질 끌면서 다 못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일하게 시리즈 책을 다 본 소설이 있다. 바로 ‘헝거게임 (The Hunger Games)' 이었다.소설은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관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의 축소판이자 상상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헝거게임’ 이야기는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혁명, 권력의 병폐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은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였다. 소설도 좋아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더 좋아했다. 여느 소설 원작 영화가 그러하듯, ‘헝거게임’ 영화도 소설과 살짝 다른 느낌이었지만 꽤 소설 내용에 충실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는 언제 보아도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곤한다.다시 보게 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영화, 그 속에서 찾은 캣트니스라는 희망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판엠이라는 국가에는 총 13개의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과거에 13번 구역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판엠의 수도는 제 13번 구역을 초토화시키고 모든 구역을 통제하게 되며, 미래의 반란을 막기 위해 매년 ‘헝거게임’을 개최한다. 매년 각 지역구에서는 여자 1명, 남자 1명을 뽑아 ‘헝거게임’에 강제 참여시키고, 총 24명의 조공자들 중(12개의 지역구 x 2) 1명만이 모두를 죽이고 승자가 된다.‘헝거게임’을 자주 우승했던 지역구는 제 1지역과 제 2지역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변두리 및 소수자들이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우승 희망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헝거게임’에 제 12구역의 사람이자 우리의 여자주인공 캣트니스가 참가하게 된다. 원래는 여동생이 뽑힌 것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진해서 경기에 참여하기로 한다. 스스로 자진해서 경기에 참가하고자 하는 모습, 여기서 캣트니스의 모습이 처음 돋보이기 시작한다.동생 대신 자원한 캣트니스의 모습말이 게임이지 사실은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경기이다. 게다가 승리의 확률도 매우 낮다. 나이 어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군인들의 인솔로 광장에 모여 뽑기를 진행했을 때에도 그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기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 항상 자신의 가족만 생각했던 그녀가 자진했다는 것은 앞으로 그녀가 대의를 위해 변할 것이라는 암시를 해주고 있다.그녀가 두 번째로 돋보였던 장면은 수도에서의 트레이닝이 끝나고 게임을 만든 사람과 스폰서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때이다. 평소 금지되어있던 숲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했던 캣트니스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활을 잡는다. 하지만 첫 화살은 빗나가게 되고 스폰서들을 그녀를 비웃으며 다시 자신들의 대화에 빠져 캣트니스를 본척만척한다. 캣트니스는 다시 화살을 쏴 과녁에 맞혔으나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고, 이에 평소에 무뚝뚝하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그녀는 돼지머리가 물고 있는 사과에 정확히 화살을 쏘아 맞히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번에 받게 된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무모하지만 생존실력도 꽤 출중했던 캣트니스. 여기서부터 그녀가 다수의 어리석은 군중들과 달리 무엇인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사과를 향해 활을 쏘는 캣트니스그녀가 세 번째로 돋보였던 장면은 ‘헝거게임’이 진행되고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제 11번 구역의 여자 조공자는 캣트니스의 여동생과 비슷한 ‘루’라는 아이가 참가한다. 가장 어리고 연약한 아이지만 루는 게임 중 다친 캣트니스를 치료해주고, 캣트니스 또한 자신의 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그녀와 동맹을 맺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동맹은 루가 사망함으로써 하루도 안 가 끝나버린다. 자신을 가장 믿어주고 좋아했던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은 캣트니스. 다른 동맹들은 일단 먼저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었지만 이 둘만은 유일하게 서로를 믿었던 동맹이었다. 설령 둘만이 남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 누가 먼저 배반하지 않을 관계였다. 그래서 캣트니스가 슬프게 흐느낄 때, 그리고 그녀가 루의 시체 주변에 꽃을 놓아주었을 때, 그녀의 진실한 모습이 비춰질 수 있었다. 경쟁과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했던 캣트니스는 어느새 마이너리티 지역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버렸다.루의 시체 위에 꽃을 올려놓는 캣트니스그녀가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자신과 같은 지역에서 온 조공자, 피터와 단 둘이 게임에서 생존하게 되었을 때이다. 게임 중간에 갑자기 같은 지역에서 온 조공자들이 함께 생존할 시 게임을 종료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캣트니스와 피터가 단 둘이 남자, 갑자기 말을 바꾸어 한 명만이 우승할 수 있다는 방송을 내보낸다. 둘 다 서로를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캣트니스는 숲 속에서 찾은 독이 든 블루베리를 들고 피터와 함께 먹으려고 한다. 우승자가 있어야 내년 헝거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이 자살하려는 그 순간을 바로 막아버린다.독이 든 베리를 나누는 피터와 캣트니스
캣트니스는 헝거게임 우승자가 있어야지만 다른 지역들의 반발 및 반역이 생길 수 없다는 원리를 알게 된 것이었다. 만약에 그녀가 없었더라면 같은 패턴의 헝거게임은 계속 돌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영원히 지배자와 피지배계층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집에 가기 위해 저지른 짓이었지만 그 동안 그녀가 보여주었던 정의로운 행동들, 인간성이 드러난 행동들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를 마이너리티의 영웅,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다.그녀가 피터와 함께 자살을 하려고 했던 행위는 정부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 한 명의 통치자가 오랜 시간동안 국가를 지배했을 때, 그 통치자는 권력의 욕심에 눈이 멀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그는 공포로 사람들을 몰아세웠지만, 희망이라는 불씨가 타올랐을 때 이젠 그 공포로도 그 희망을 막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캣트니스한테 희망을 보았다. 루를 대하는 모습, 피터를 살려주는 모습 등 그녀는 영웅이 되기 충분했다.
물론 그녀도 많이 변했다. 스폰서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피터와 연인처럼 지냈고, 방송에서도 그녀의 투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은 꼼꼼 숨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냐며 결국엔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될까봐 걱정하던 캣트니스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조공자들을 죽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희망이라는 것을 1편에선 아직 깨닫지 못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나왔던 조공자들 중 가장 깨어있던 사람이었다.독이 든 베리가 모아져 있는 그릇, 영화를 보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생존게임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죽을 줄 알면서도 끝까지 함께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알고 협력할 줄 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캣트니스는 생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인간성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부패한 정부에 반기를 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캣트니스처럼 우리도 생존에 목숨을 건다. 지금까지 헐떡이며 살아온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내 인생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김민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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