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존 그 이상의 의미를 담은 ‘헝거게임’ [영화]

글 입력 2017.09.01 00:1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고등학생 때 공부하기 싫을 때면 소설을 읽었다. 특히 영어공부가 너무 하기 싫을 때면 영어로 된 소설을 읽었다. 이것도 다 영어공부라고 핑계댔다. 원래 집중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원서도 질질 끌면서 다 못 읽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일하게 시리즈 책을 다 본 소설이 있다. 바로 ‘헝거게임 (The Hunger Games)' 이었다.


KakaoTalk_20170831_183030588.jpg
 

  소설은 가상의 세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설 속 세계관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관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의 축소판이자 상상의 장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헝거게임’ 이야기는 판타지 로맨스이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혁명, 권력의 병폐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은 실제로 일어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만한 이야기였다. 소설도 좋아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더 좋아했다. 여느 소설 원작 영화가 그러하듯, ‘헝거게임’ 영화도 소설과 살짝 다른 느낌이었지만 꽤 소설 내용에 충실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는 언제 보아도 항상 새로운 느낌을 주곤한다.



다시 보게 된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 영화, 그 속에서 찾은 캣트니스라는 희망


  대략 줄거리는 이렇다. 판엠이라는 국가에는 총 13개의 지역이 나누어져 있었는데 과거에 13번 구역이 반란을 일으켰다고 한다. 이로 인해 판엠의 수도는 제 13번 구역을 초토화시키고 모든 구역을 통제하게 되며, 미래의 반란을 막기 위해 매년 ‘헝거게임’을 개최한다. 매년 각 지역구에서는 여자 1명, 남자 1명을 뽑아 ‘헝거게임’에 강제 참여시키고, 총 24명의 조공자들 중(12개의 지역구 x 2) 1명만이 모두를 죽이고 승자가 된다.

  ‘헝거게임’을 자주 우승했던 지역구는 제 1지역과 제 2지역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변두리 및 소수자들이 사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우승 희망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 ‘헝거게임’에 제 12구역의 사람이자 우리의 여자주인공 캣트니스가 참가하게 된다. 원래는 여동생이 뽑힌 것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자진해서 경기에 참여하기로 한다. 스스로 자진해서 경기에 참가하고자 하는 모습, 여기서 캣트니스의 모습이 처음 돋보이기 시작한다.

 
KakaoTalk_20170831_182956592.jpg
동생 대신 자원한 캣트니스의 모습


  말이 게임이지 사실은 도살장이나 다름없는 경기이다. 게다가 승리의 확률도 매우 낮다. 나이 어린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군인들의 인솔로 광장에 모여 뽑기를 진행했을 때에도 그 아무도 소리를 지르거나 기뻐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상황 가운데서 항상 자신의 가족만 생각했던 그녀가 자진했다는 것은 앞으로 그녀가 대의를 위해 변할 것이라는 암시를 해주고 있다.

  그녀가 두 번째로 돋보였던 장면은 수도에서의 트레이닝이 끝나고 게임을 만든 사람과 스폰서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평가받을 때이다. 평소 금지되어있던 숲으로 들어가서 사냥을 했던 캣트니스는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활을 잡는다. 하지만 첫 화살은 빗나가게 되고 스폰서들을 그녀를 비웃으며 다시 자신들의 대화에 빠져 캣트니스를 본척만척한다. 캣트니스는 다시 화살을 쏴 과녁에 맞혔으나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고, 이에 평소에 무뚝뚝하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그녀는 돼지머리가 물고 있는 사과에 정확히 화살을 쏘아 맞히며 사람들의 관심을 한 번에 받게 된다.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무모하지만 생존실력도 꽤 출중했던 캣트니스. 여기서부터 그녀가 다수의 어리석은 군중들과 달리 무엇인가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akaoTalk_20170831_183029228.jpg
사과를 향해 활을 쏘는 캣트니스


  그녀가 세 번째로 돋보였던 장면은 ‘헝거게임’이 진행되고 있을 때 발견할 수 있다. 제 11번 구역의 여자 조공자는 캣트니스의 여동생과 비슷한 ‘루’라는 아이가 참가한다. 가장 어리고 연약한 아이지만 루는 게임 중 다친 캣트니스를 치료해주고, 캣트니스 또한 자신의 동생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아 그녀와 동맹을 맺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동맹은 루가 사망함으로써 하루도 안 가 끝나버린다. 자신을 가장 믿어주고 좋아했던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은 캣트니스. 다른 동맹들은 일단 먼저 살아남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었지만 이 둘만은 유일하게 서로를 믿었던 동맹이었다. 설령 둘만이 남는다 하더라도 절대로 그 누가 먼저 배반하지 않을 관계였다. 그래서 캣트니스가 슬프게 흐느낄 때, 그리고 그녀가 루의 시체 주변에 꽃을 놓아주었을 때, 그녀의 진실한 모습이 비춰질 수 있었다. 경쟁과 생존의 문제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했던 캣트니스는 어느새 마이너리티 지역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버렸다.


KakaoTalk_20170831_183029949.jpg
루의 시체 위에 꽃을 올려놓는 캣트니스


  그녀가 가장 돋보였던 장면은 자신과 같은 지역에서 온 조공자, 피터와 단 둘이 게임에서 생존하게 되었을 때이다. 게임 중간에 갑자기 같은 지역에서 온 조공자들이 함께 생존할 시 게임을 종료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런데 정작 캣트니스와 피터가 단 둘이 남자, 갑자기 말을 바꾸어 한 명만이 우승할 수 있다는 방송을 내보낸다. 둘 다 서로를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캣트니스는 숲 속에서 찾은 독이 든 블루베리를 들고 피터와 함께 먹으려고 한다. 우승자가 있어야 내년 헝거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둘이 자살하려는 그 순간을 바로 막아버린다.


KakaoTalk_20170831_183003169.jpg
독이 든 베리를 나누는 피터와 캣트니스


  캣트니스는 헝거게임 우승자가 있어야지만 다른 지역들의 반발 및 반역이 생길 수 없다는 원리를 알게 된 것이었다. 만약에 그녀가 없었더라면 같은 패턴의 헝거게임은 계속 돌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영원히 지배자와 피지배계층의 간격을 좁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집에 가기 위해 저지른 짓이었지만 그 동안 그녀가 보여주었던 정의로운 행동들, 인간성이 드러난 행동들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를 마이너리티의 영웅, 하나의 상징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가 피터와 함께 자살을 하려고 했던 행위는 정부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 한 명의 통치자가 오랜 시간동안 국가를 지배했을 때, 그 통치자는 권력의 욕심에 눈이 멀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그는 공포로 사람들을 몰아세웠지만, 희망이라는 불씨가 타올랐을 때 이젠 그 공포로도 그 희망을 막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캣트니스한테 희망을 보았다. 루를 대하는 모습, 피터를 살려주는 모습 등 그녀는 영웅이 되기 충분했다.

  물론 그녀도 많이 변했다. 스폰서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피터와 연인처럼 지냈고, 방송에서도 그녀의 투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자신의 진짜 모습은 꼼꼼 숨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어떻게 죽일 수 있냐며 결국엔 살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될까봐 걱정하던 캣트니스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조공자들을 죽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녀 스스로 자신이 희망이라는 것을 1편에선 아직 깨닫지 못하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나왔던 조공자들 중 가장 깨어있던 사람이었다.


KakaoTalk_20170831_183028228.jpg
독이 든 베리가 모아져 있는 그릇, 영화를 보면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생존게임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것이 뻔하다. 그러나 죽을 줄 알면서도 끝까지 함께 살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면,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알고 협력할 줄 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캣트니스는 생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인간성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부패한 정부에 반기를 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캣트니스처럼 우리도 생존에 목숨을 건다. 지금까지 헐떡이며 살아온 우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내 인생의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많이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다.



KakaoTalk_20170719_125720787.jpg

 
[김민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