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캐스팅만 VIP였던 영화, VIP [영화]

글 입력 2017.08.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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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요즈음 화제작인 영화 VIP를 보게 되었다.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그리고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에 대한 불쾌함을 지울 수 없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라는 끊임없는 생각을 하며 내가 느꼈던 불쾌함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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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기획 귀순자를 축으로 서로 다른 목적으로 가진 세 남자의 이해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맡긴 싸이코패스VIP(이종석)를 둘러싼 국정원(장동건), 남한형사(채이도 역의 김명민), 북한형사(박휘순)의 다툼,갈등과 함께 남과북의 대립, 그리고 그 대립 속에서 빠질 수 없는 미국의 개입을 다룬 영화였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봤을 때는 모두 주연급인 출연진과, 감독인 박훈정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며 ‘신세계’와 같은 흔치 않은 범죄 느와르 흥행작이 나오겠거니 했다. 하지만 관람을 시작된 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관람을 중단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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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초반부터 밑도 끝도 없이 잔인한 장면을 너무나도 자세하게 보여준다. 영화 초반, 이종석과 그의 패거리는 북한에서, 길에서 만난 한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다. 그것도 모자라서 그 소녀의 집을 찾아가 어린 동생부터 부모님까지 죄다 죽이고 시체를 유린하고, 그 사진을 찍어 소녀에게 보여주며 능욕한다. 고통스러워하는 소녀를 보며 즐거워하며, 철사를 이용해 소녀의 목을 졸라 죽인다. 거의 10분간의 긴 시간 동안 이런 장면이 지속된다. 온통 피 칠갑인 소녀와 가족들의 모습, 그리고 살인의 장면이 너무나도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느와르 물이 아닌 스너프 필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범죄를 다룬 영화에서는 필연적으로 나왔던 범죄 장면이 이렇게 불쾌하고 역겹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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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터뷰에서 본 감독의 답변처럼 이종석이 맡은 싸이코패스 김광일 역의 악마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어서라는 이유를 생각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극 중의 너무나도 자세한 살인 묘사는 과했다. 살인의 장면은 극의 흐름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었다. 굳이 직접적으로 살인의 장면을 보여주지 않더라도, 인물간의 대화, 시체 발견 장면, 티비 속 뉴스 등등 암시적으로 김광일의 잔인함과 극악무도한 성격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 또한 강간살인의 지나치게 자세한 묘사는 김광일의 악랄한 모습을 부각시켜주기 보다는 도가 지나친 연출로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수차례 검색하며 찾아본 감독의 인터뷰 기사 중에는 단 하나도 해당 장면에 대한 타당한 피드백이 담겨있는 기사가 없었다. 단지 ‘캐릭터의 악랄함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다.’ 라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만 있을 뿐이었다. 영화인이 영화라는 ‘예술’을 하면서 갖게 되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도가 지나친 표현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 같은 대중매체가 개개인에게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본인들이 더 잘 알 것인데도, ‘캐릭터의 극대화‘라는 이유로 흉악범죄의 대상(특시 성관련 범죄)인 여성을 너무나도 끔찍한 강간살인의 비참한 희생자로써 소비했다는 점과 다른 방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묘사를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했다는 점은 영화인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야하는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지출처: 네이버 영화, 구글이미지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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