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메리칸 뷰티(1999): 삶에 대한 미학적 고찰 [영화]

글 입력 2017.08.2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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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1999)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케빈 스페이시, 아네트 베닝, 도라버치, 웨스 벤틀리, 미나 수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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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시작된 후 들려오는 케빈 스파이시(레스터 번햄 역)의 무심한 목소리는 영화의 기대감을 높여준다. 자신을 무시하는 아내(아네트 베닝-캐롤린 번햄 역)와 딸(도라 버치-제인 번햄 역)에게 한 마디 못하고 살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의 인생을 보잘 것 없고 그저 그렇다고 생각한다. 삶에 열정이 없던 그는 직장에서 이유 없이 해고되려는 찰나에, 상사에게 욕을 퍼붓고 퇴직금을 받아낸다. 그러고는 어릴 적 아르바이트하던 버거 레스토랑에 취업해버린다. 더 이상 딸의 무례함과 아내의 무시에 대응해서 그들을 다그치는 등 자신의 삶에서 참아왔던 것들을 해나가기로 결심한다. 헌 차를 팔고 꿈에 그리던 차를 사고, 섹시한 딸의 친구(미나 수바리-안젤라 역)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운동을 하고 옆집 남학생(웨스 벤틀리-릭키 피츠 역)이 파는 대마초를 몰래 사서 피운다. 그는 삶을 진정으로 ‘살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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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 이사 온 학생(릭키 피츠)은 모든 걸 영상으로 기록한다. 그의 방은 그가 찍고 모아온 비디오테이프로 가득하다. 그는 옆집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딸과 그 아빠를 기록한다. 치장을 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사는 안젤라와는 다른 수수하고 비밀스러운 제인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간다. 제인 역시 그 관심이 싫지 않다. 하지만 릭키의 가정사는 어둡다. 군인 아버지의 억압 속에서 학대 받으며 자라왔고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면 살기 쉬워진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외도를 감추는 아내.
딸의 친구를 마음에 둔 남편.
마약에 손을 대지만 아버지께는
접시 닦는 일을 한다고 속이는 아들.
남자와의 관계를 떠벌리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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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유미주의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레스터 번햄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루며 살기위해 모든 삶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버린다. 미래라든지 비전, 가족의 존속 따위의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좋아하는 여자 등과 같은 것만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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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남자관계를 떠벌리고 다니던 안젤라가 사실은 처녀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안젤라를 감싸 안고 위로해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폭주하던 지난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그는 안젤라에게 제인의 안부를 묻는다. 결국 마지막에 떠올리게 되는 것은 행복했던 가족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그는 삶의 순리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린 날 공교롭게도 죽임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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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나 동사한 부랑자를 보고 영상으로 남기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릭키 피츠. 그는 순간을 적극적으로 기억하기 위해 영상을 만든다. 그의 삶은 얼룩져 있지만 부모님께 드러내지 않은 제2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으며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는 듯 했다. 자신을 학대하는 부모를 오히려 동정하기도 한다. 그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아름다운 여자의 몸,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삶의 부끄럽고 보잘 것 없는 부분. 바람에 흩날리는 떨어진 낙엽..

부정하고 싶던 자신의 모습을 행여나 아들에게서 보게 될까봐 극도로 억압하는 모습을 보이는 릭키의 아버지는 결국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지 못하고 다시 단단한 벽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자신의 가정을 완벽하게 통제하지만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끼워 맞춰진 곳 없는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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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가혹한 부인 캐롤린 번햄. 힘든 어린 시절을 극복하기 위해 완벽한 가정을 꿈꿨지만 그녀의 가정은 무너져 내린다. 자신은 좋은 엄마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철없이 대드는 딸에 뺨을 때리고 만다. 판매 실적은 형편없지만 잘나가는 경쟁자와 바람을 피우고 남편에게 발각되자 남편을 살인할 결심을 하기도 하는데, 그녀는 무엇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beauty에 대한 담론이 결국은 삶의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모두 삶에서 모든 걸 드러내고 살지는 않는다. 진실을 덮어두면 더 편하다는 옆집학생의 말처럼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건 아름다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알아버리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사는 동안 삶을 알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게 되는 걸까? 내일 따위는 없는 주인공처럼 살고 싶지만 우리는 내일의 두려움과 걱정에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삶 속의 아름다움이란 특별한 순간이 아님을 깨닫게 되지만 그것은 살면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갑작스럽고 멋진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으면
희열이 몸안에 빗물처럼 흘러
오직 감사의 마음만이 생긴다.

소박하게 살아온 내 인생의 모든 순간에 대하여..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속 장면 캡쳐)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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