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의 짐이 무거울 때 – ‘사라질 거야’ [문학]

글 입력 2017.08.2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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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곱게 정리한 이불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그런 생각을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처음부터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가 생기겠지 이렇게 살다 보면
세상에 모든 게 잠들어버린 창 밖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내가 사라졌으면 내가 사라진다면
잠깐만이라도 이 자리에 없었던 듯이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언젠가 지금보다 행복한 일들도 생기겠지 이렇게 살다 보면
아무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어
내가 사라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옥상달빛의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라는노래다.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사라지면 좋겠다’는 상념이 잘 드러난다.

상념의 사전적 정의는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나는 저 정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을 품는 게 주체적인 행동인 것처럼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념’이라는 단어는 ‘문득 든 생각’이라는
어감이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 보다는
스쳐가는 순간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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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거야 표지>


노래에서는 정리된 이불을 보며 문득, 창 밖을 보며 문득,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아이 역시 ‘~할 때’로 상황이 주어지곤 있지만,

특별히 큰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싫을 때,
먹기 싫은 반찬을 먹을 때,
친구들이 놀릴 때,
선생님한테 혼날 때.
일상의 순간에서 아이는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존재의 상실이라는 어쩌면 섬뜩한 생각인데도,
우리는 문득 ‘사라졌으면’ 하는생각을 하곤 하는 것이다.
일상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 일상이 견디기 힘들만큼 싫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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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들>

 
‘내가 사라졌으면 좋겠어’라는 노래를
위로가 되는 노래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다.

분명 노래는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동시에 그런 생각이 없어질 거라는 기대는 접게 된다.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가 생기겠지
오늘도 어제처럼 열심히는 살고 있어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겠지


‘내가 사라지면 안되는 이유’는없다.
‘사라지면 안되는 중요한 사람’은지금의 나에게는 먼 이야기.
그렇기에 노래는 조금 씁쓸하고,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전달하는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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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아이는 조금 다르다.
아이는 ‘난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야’라고 결심한다.
당연하다. 사라질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아이가 당연한 결심을
하게 된 이유가 더 당연하다.
사라지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도,
가끔씩 주어지는 자유를 누릴 수도 없으니까.
 
일상은 반복된다.
그렇기에 사소해보이지만, 그렇기에 중요하다.
견디기 힘들만큼 싫어지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는다.

다시 눈을 뜨고 찾아보자.

흘러가는 시간의 강물 속에서 반짝 거리는 추억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들을.
나 역시 절대 사라지지 않겠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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