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문학]

글 입력 2017.08.23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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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3 20;45;33.jpg
 

괜히 겁먹었다. 읽어보기 전에는 내가 모르는 11명의 작가에 관한 이야기라고 되어 있어서 사실 겁이 났었다. 나는 문학을 정식으로 전공하지도 않았고, 유명한 고전 문학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어려울까봐, 내가 이해 못할까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내 걱정은 오해였다. 정말 편안하게 읽었다.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의 창작노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저자의 애정이 뿜뿜이었다. 좋아하는 작가 소개에 신이 나서 이런저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때로는 직접 만나서 대화하게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비록 내가 상대인 작가에 대해 모르더라도, 처음 보는 사람과 이야기나누듯 편안하게 읽었다.


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어려웠던 이름들이 이제는 조금 친숙하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화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더니 그들의 작품이 궁금해진다. 새로 사귄 친구처럼 더 알아보고 싶다. 작품은 추후에 더 알아보도록 하고, 지금은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 겠다!> 에 나온 목차별로 11명의 작가들에 관해 느낀점을 간략히 기록해야겠다.





1.프란츠 카프카 - 프란츠 카프카 특급열차를 타고.

"나는 '문학'이다. 문학이 아닌 모든 것은 내겐 지루하고, 따라서 나는 그것들을 혐오한다."p.16
"작가의 삶은... 책상에 달려 있다. 작가가 정신착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결코 책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악물고서 책상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p.21
문학에 미친자 카프카. 그의 끈기와 열정에 경외심마저 들었다.
 

2.마르키 드 사드- '지옥'에서 만난 사드.

사드. '사디즘'의 유래가 된 작가이다. 가학증, 학대 음란증, 대상에게 성적 고통을 줌으로써 쾌락을 얻는 것을 뜻한다. 난 폭력성과 성욕이 인간의 본성으로 알고 있다. 사드는 이에 미친듯이 빠져들어 있었다.
"인간은 본래 범죄자이다. 처벌이 두려워 욕망의 충족을 어떻게든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악의 의미를 긍정하는 그 자체가 바로 자유에 대한 긍정이다. 나는 흥분의 폭발 속이 아니면 섹스의 충족을 느끼지 못한다." p.34


3.르네 샤르- '시의 시인' 르네 샤르를 만나다.

"나는 시인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시인으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p.55
시의 시인. 숭고한 성직자 같은 느낌을 받았다.


4.잉게보르크 바흐만- 나는 항상 나다.

이전까지는 만나서 대화하는 스타일이었지만 이번에는 독백으로 설명했다. 차분한 어조로 그의 삶을 설명한다. 정확한 단어로써 글을 쓴 지식인.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살인자'에 관한 이야기 <말리나>가 궁금해진다.


5.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그의 글에선 세상 다양한 인물상이 나온다.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생각이 드는 걸까
"신은 인간의 지혜를 깊게 한다. 신은 무엇에 의해서 인간의 지혜를 심화시키는가. 슬픔에 의해서이다. 인간이 도망치고 숨으려고 노력하는 슬픔에 의해서이다" p.82


6.폴 발레리- 천재, 오, 긴 인내여!

지성의 절대 의식을 사랑한 작가. 절대 불변의 진리를 추구하고 찾으면서 타고난 시인. 지성과 문학의 끊임없는 충돌일지 혹은 또 어떤 사이가 될지.


7.거트루드 스타인- 우리는 정말로 아내 같았다.

피카소, 앙리 루소, 세잔, 마티스, 브라크, 등 다양한 예술가 화가들의 갤러리 주인장. 걸크 신여성. 그리고 처음으로 단어 자체에 파고들어 라임을 만들어낸 작가.
"장미가 자미인 것은 장미가 장미라서 장미가 장미라는 것이다 Rose is a rose is a rose is rose.." p.120


8.에드거 앨런 포- 갈가마귀와 아서 고든 핌.

공포의 전율을 잘 살린다. 고야의 그림이 떠오른다. 재미와 흥분을 일으키는 모험 속에서 무의식 바닥인 공포와 혐오도 불러일으킨다. 환상적인 천재.


9.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아, 콜레트처럼 살고 싶어!

자유롭고 자유롭고 또 자유롭다. 직설적이면서 자유분방하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했으며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을 했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언제나 당당했다.
"그녀는 비록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문체는 비평가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큼 기바하고 직설적이며 맑고 투명하고 간결했다. 게다가 원초적 세계에 대한 향수를 자아낼 만큼 감각적이고 솔직했다."p.150
"그녀는 그렇게 살고, 그렇게 썼다. 성별을 불문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사랑하고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냈다."p.154


10.카렐 차페크- 정원을 가져야 한다, 우표만한 정원일지라도!

정원 덕후. 귀엽다. 성공한 정원 덕후다.
"정원사는 냄새에 의해서든 어떤 암호나 은밀한 신호를 통해서든 서로를 알아보는 비결이 있다. 나는 그 비결을 누설하지 않을 것이다. 어쨋든 극장 로비나 찻집이나 치과 대기실에서 그들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다. 그러나 그들은 극장 복도에 턱시도 차림으로 서 있지만, 그건 단지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진실을 더 깊이 파헤쳐 보면, 손에 가래나 물뿌리개를 들고 있는 정원사들이다."p168


11.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평생을 나비를 쫓아다니고 찾아다닌.
나비 덕후. 귀엽다. 성공한 나비 덕후다.
"나는 현장에서, 연구실에서, 도서관에서 인시류를 연구할 때 문학적 탐구와 숙련을 향한 것에서보다 더 행복한 열정에 빠집니다. 다시 말해 엄청난 희열을 느끼지요." p.182





그저 저자의 취향대로, 소개하는 대로 그대로 따라서 가장 사랑하는 11명의 작가 글을 읽었다. 소개인지, 일화인지, 순수 창작인지, 상상인지 정체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군상들을 통해 참 재미있게 읽었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작가들은 명확한 특징이 있었다. 고집쟁이. 덕후였다. 어떠한 것에- 가령 나비라던가 정원, 지성, 문학 등- 미쳐있었다. 그리고 휩쓸리지 않고, 휘둘리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지켰다. 다양한 활동을 했어도 자신을 놓지 않았다. 다양한 미친자들의 이야기들. 역시 본받아야겠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친숙하게, 어렵지 않게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나보다. 역시..


"살짝 미쳐야 인생이 즐겁다."


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입체.JPG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
이상민 저 l 나무발전소 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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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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