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다

글 입력 2017.08.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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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시적인 표현으로 나를 홀린 시인 김상미의 책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쉽게 술술 읽히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줬던 문체는 내가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작가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 책에는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잉게보르크 바흐만,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폴 발레기, 거트루드 스타인, 에드거 앨런 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카렐 차페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총 11명의 작가가 등장한다. 나는 이 11명의 작가를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책 읽는 동안 내내 이들과 동행하며 대화를 나눈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11명 작가의 창작노트라 해서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물론 11명의 작가들 모두 문학의 거장들이며 그들의 작품은 난해해서 읽기 힘들 때가 있지만 이 책은 그들이 얼마나 심오하고 난해한지 알려주고나 만들어진 책이 아니다. 설명문으로 구성되어 있었더라면 아마 읽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없어진 카프카 열차를 타고 카프카의 지나온 시절을 엿본다던지, ‘지옥’이라는 문을 열고 사드와 인터뷰를 한다든지, 잉게보르크 바흐만과 대화를 나눈다던지 등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작가들의 삶을, 그들의 작품들을 스토리텔링 해주었다. 쉽게 읽히는 책이었기 때문에 작가들이 그 당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나도, 김상미 시인처럼, 글쓰기에 온 마음을 다 받친 이들을 닮고 싶어졌다.

  타임머신을 타고 찾아간 열 한명의 작가들 중, 유독 나는 여성 작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유분방했던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초등학교 교육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녀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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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본 것을 그냥 묘사하려고만 들지 마. 네게 기쁨을 준 것을 오랫동안 찬찬히 들여다보아.
고통을 준 것조차... 네가 받은 첫 인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말이야.......
적어도 보고서 따위는 써선 안 되겠지. 수상쩍은 보고서 종류는....
사랑하는 동안에는 사랑의 소설을 써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지.”(pg. 149)


  위의 문구는 콜레트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췌한 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그녀는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다.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문체를 갖고 있는 그녀는 아마 자유분방한 겉모습과 달리 담담하게 현실을 느끼고 즐기는 내면을 갖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녀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은빛 잉크 유리병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최면에 걸린 듯
정신없이 바라보는 일이며, 신비한 열기가 두 뺨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것을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시간을 망각하고 마냥 게으름 피우며 소파에 누워서 녹초가 될 정도로 궁리해 낸
온갖 상상의 세계를 램프의 동그란 불빛이 비추는 흰 원고지에 담아내는 일” 이었다. (pg. 150)


  역시 문학가의 문장이다. 그녀는 글 속에 빠져들 줄 아는 사람이었고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나 또한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조금씩 붙이는 중이다. 글쓰기는 여전히 어렵고,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쓰면 쓸수록 나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이런 스타일을 갖고 있구나, 내 상상력은 아이처럼 저 멀리 날아갈 수 있구나 등등을 머리로 떠올리며 내 손은 바쁘게 움직인다. 카프카가 했던 말, “글쓰기를 못하게 막는 것은 자신을 산 채로 토막토막 내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바이다. 글쓰기는 나를 위해서 쓰는 것이고,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매체이다.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더라도 언제나 무한과 미래의 경계에서 새로움을 향해 투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시인들의 모습처럼, 우리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을 뛰어넘는 나만의 글로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탐구할 줄 아는 사람만이 현재의 나를 뛰어넘을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11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사회현상을 통찰할 수 있었고 비판의 대상을 풍자하거나 우화로 녹이거나 희극 대본을 쓰는 등 자신의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를 표현해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대단한 문학가들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 자신의 세계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잉게보르크 바흐만은 진실을 외면한 정치적 현실 밖에서의 글쓰기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시 「이른 정오」 는 그녀의 생각을 뒷바침해준다. 자신의 내면을 사랑하고 계속 고뇌하되 주변을 항상 주시하고 통찰하는 능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선 우리는 작가들을 항상 곁에 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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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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