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글 입력 2017.08.2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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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예술가의 삶을 다루는 영화나 책을 좋아한다. 그들의 창작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그런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의 일상은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빈 노트, 빈 오선지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들을 매번 겪다보니 자연스레 그들의 상상력을 동경하게 된 탓이기도 하겠다.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위대한 작가들의 상상력이 대단하다고 느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부러웠다.

  이 책은 11인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김상미 작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투영되어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을 꼽자면 단연 사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이야기를 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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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혜린이 입버릇처럼 “아, 콜레트처럼 살고 싶어!”라며 경탄했다던, 자신만의 정원을 꾸미고 그곳에서 개와 고양이들과 뒹굴며 놀았으며 밤이 되면 침대 밑에 숨겨둔 책들을 읽었다던 콜레트. 어떤 사회적 편견이나 비방, 루머에도 주눅 들지 않았고 성 정체성에 대해 숨기는 법이 없었던 콜레트처럼 살고 싶다는 그 말이 나 또한 참으로 와 닿았다. 그렇게 당당했던 콜레트의 성향만큼 책에 수록된 작품 또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바가봉드(방황하는 여인)라는 작품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아마도 당신을,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과일처럼, 저 멀리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간혹 스치며 지나가는 아담한 집처럼 그렇게 바랄 테지요. 그리고 나의 욕망이 헤매는 곳곳마다 내게서 꽃잎처럼 떨어져 나간 나의 그림자들을 남겨두고 다니겠지요. 고향의 따뜻한 푸른 돌 위에 하나, 햇볕이 들지 않는 골짜기의 축축한 웅덩이에 하나, 새와 돛, 바람, 파도를 쫓아다니는 것 위에 하나 이렇게 말이죠. 그러면 그것들은 새들을 좇아, 바람 부는 대로 파도치는 대로 돛단배를 따라 멀리멀리 날아다니겠지요. 아마 당신에게는 가장 끈질긴 놈이 달라붙을 거예요. 쾌락이 시냇물 속의 풀잎처럼 흔들리는 물결 같은 것이... 그러나 시간이 가면 그것도 다른 그림자들처럼 녹아 없어질 테고 나의 걸음이 멈춰지고 마지막의 작은 그림자조차 스러지게 되면 결국 나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을... 그렇게 되고 마는 것을...

바가봉드(방황하는 여인)중에서


  시인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가득 묻어났던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치 김상미 작가와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내가 만약 이런 창작노트를 만든다면 어떤 예술가들과 함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책이었다.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의 창작노트

김상미 지음  |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7년 7월 26일 | 문학에세이 | 200페이지
정가 12,000원


[정나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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