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Audinos, 우리는 듣는다 -3

3 -Audinos
글 입력 2017.08.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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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Audinos


  3부는 듀오 세 곡으로 이루어진 공연이었습니다. 최 인 연주자의 기타 스승님께서 작곡하신 곡, 유명 작곡가 겸 연주자가 작곡한 곡, 그리고 이번 공연을 위해 폴 에릭 연주자가 직접 작곡한 곡.

  우선 최 인 연주자의 스승님의 곡, 'Water Music'. 이 곡을 함께 들은 동생은 '스승님의 영향을 받으셨나보다'고 말했습니다. 스승님이신 Carlo Domeniconi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여러 곡들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최 인 연주자의 곡과는 물론 다르지만, 미묘하게 동양적인 매력이 묻어있는 곡이었습니다. 물이 흐르는 소리, 똑똑 떨어지는 소리, 물에 떠내려가는 것, 물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 같은 것들을 음으로 나타낸 이 음악에서는, 간혹 최 인 연주자의 곡을 들으며 떠올랐던 풍경과 유사한 이미지가 연상되었습니다.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처마 끝에 맺힌 빗물이 마루 밑 흙바닥으로 퐁퐁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모습 같은 것들이 왜인지 친근하게 떠올랐습니다. 간간이 빗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맑은 소리의 목관악기와, 중후한 느낌의 금관, 현악기 등이 섞여 있는 오케스트라에서 새소리, 폭포소리, 폭풍우 치는 소리를 묘사하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두 대의 클래식 기타로 이렇게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지라 더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미국 출신 작곡가 Frederic Hand가 작곡한 'Prayer'. 신께 기도하는 사람의 마음과 그 변화를 표현한 곡이라고 합니다. 공연 막바지에 들은 곡이어서인지 집중이 흐트러져, 많이 공감하지 못한 듯합니다. 그러나 클래식 기타의 잔잔한 선율 덕분에, 신성한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폴 에릭 연주자의 'Ice Flower'. 처음 '얼음꽃'이라는 제목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말 그대로 '눈꽃', 즉 눈 결정으로 이루어진 하얀 얼음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꽃은 차가운 눈을 헤치고 자라난 봄의 첫 꽃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곡은 그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차가운 눈 덮인 들판, 봄이 오는 소리, 불어오는 봄바람에 꾸물꾸물 눈을 헤집고 올라오는 연두색 잎, 그리고 마침내 피어나는 꽃. EBS 교육방송이나 디스커버리 같은 곳에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봤을, 수일동안 한 자리에서 찍은 수천장의 사진들을 빠른 속도로 감아 자연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 그런 영상이 떠오르는 음악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최 인 연주자의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 비브라토가 들어간 끝음은 꽃망울이 터지고 난 후, 제풀에 못이겨 살랑거리는 꽃 줄기를 연상시켰습니다. 작곡가도 연주자도 참 대단하구나 싶은, 어쩌면 수많은 영상매체에 익숙한 저의 머리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Audinos, '우리는 듣는다'라는 이 라틴어로 만든 듀오 이름이 과연 무슨 뜻일까. 이 연주회에 소개된 두 연주자의 자작곡들이 이 이름의 의미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곡들은 두 연주자가 자연의 풍경을 '보고' 만든 게 아니라, 자연을 '듣고' 그것을 악보에 옮겨 놓은 음악들이 아닌가. 한국적인 소리를 담은 최 인 연주자의 곡들과 유럽의 소리를 담은 폴 에릭 연주자의 곡들, 그로 인해 연상되는 전혀 가본 적 없는 곳의 자연 풍경들. 우리는 살면서 '보는' 것에 가장 의존하지만, 눈을 감은 순간에도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음악을 듣고,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죠. 두 연주자는 자연의 소리를 들어 악보에 옮겨 놓았고, 우리 관객들은 그들이 전해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인간이 기획하였지만 더없이 자연스러웠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콘서트를 제주도에서 들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바다와 산을 둘러보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저녁 시간에 이 공연을 듣고, 밤바다를 산책하고, 그 다음날엔 수풍석 박물관을 찾아가는 것. 이 아름다운 코스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차마 실현시키지 못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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