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우디노스 듀오 기타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17.08.2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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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흔히 보고 듣던 기타 연주는 대부분 통기타 연주였다. 클래식 기타는 통기타와 비교했을 때 주법도 조금 다르고 다리 한쪽에 받침대를 두고 연주한다는 배경지식만 겨우 갖고 있었다. 이번 아우디누스 듀오의 <음악과 풍경> 연주를 보고 클래식 기타의 매력을 찾은 듯 하다. 클래식 기타와 통기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색이다. 잔잔하고 부드러우면서 어딘가 구슬픈 음색을 띠는 클래식 기타는 멜로디와 화음을 동시에 연주 할 수 있는 독주 악기다. 반주를 할 때 많이 쓰는 통기타를 많이 봐 와서 그런지 다섯 개의 나일론 줄을 뜯는 것만으로 한 멜로디와 반주를 동시에 표현 가능하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다. 클래식 기타는 기타를 ‘친다’는 말 보다 ‘뜯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스트로크 기법보다는 말 그대로 기타 줄을 뜯는 아르페지오 기법을 많이 사용해서 그렇다. 클래식 기타를 뜯을 때는 통기타를 뜯을 때보다 부드럽고 쨍한 소리가 없다. 그 때문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특이점이 있지만 그것이 어쩌면 기타의 울림소리까지 주목하게 하는 매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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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최인과 파울-에릭이 작곡한 곡이 주로 풍경과 자연을 표현한 곡이라 그런지 화려한 기교가 드러나기 보단 섬세하고도 단조로운 선율이 이어졌다. 최인의 ‘산-바다’연작 중 ‘산’은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또 어두운 길도 걷게 되는 등 산행을 하는 기분과 풍경을 묘사했다. 정상에 다다라 내려다보게 되는 풍경과 빛을 표현했다. ‘바다’는 하얗게 부서지는 그 느낌과 수면 위에 반짝이는 빛들이 그려지는 선율을 자아냈다. 클래식 기타 말고는 이 잔잔한 느낌 그대로의 바다를 표현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다가 카메라로도 말로도 담아내기 힘든 광경을 볼 때가 있다. 슬로베니아의 피란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의 해질녘 바다가 그런 광경 중 하나인데, 셔터를 아무리 누르고 그 자리에서 문자로 표현을 해도 한계가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하염없이 그 감동이 깊이 새겨지도록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하염없이 바라 볼 뿐이었다. 언어로 조차 그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 감정을 관통시킬 수 있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느낄 수 있는 것은 무한하지만 그것을 표현할 길이 제한되어 있다는 건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시각적인 어떤 것을 볼 때의 감정을 그대로 선율로 살려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기에 가늠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주머니에서 꺼내 보듯이 그때 그 감정의 끈을 계속 상기하면서 그 감정을 표현해내는 예술가의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다.

파울 에릭의 곡 중에서 인상 깊었던 곡은 ‘Too late to say good bye'였다. 파울 에릭이 여름에 썼다는 이 곡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잃어버리고 떠나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슬픔, 그러나 또한 그로부터 얻게 되는 자유를 표현했다고 한다. 곡 소개가 상당히 인상적이라 곡의 멜로디도 뇌리에 깊이 박혔다. 무언가를 잃은 뒤에 오는 자유를 표현해서 그런지, 비애와 허무함보다 후련함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헤어짐은 언제나 슬픔을 주지만 그만큼 나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없다. 혼자라는 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로움이 될 수 있다.

은은한 기타 선율을 듣고 여름밤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돌아오는 길은 어쩐지 시원하고도 평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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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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