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속 그 장면, 그 음악 [영화]

글 입력 2017.08.20 23:5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디스코 음악으로 꽉 찬 파티장, 한 소녀가 가볍게 몸을 들썩이고 있다. 소년은 조심스럽게 소녀의 뒤로 다가간다. 소년이 소녀의 귀에 헤드폰을 씌우는 순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음악이 흐른다. 1980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수많은 패러디를 남긴 < 라붐 >의 한 장면이다. 노래를 부른 리처드 샌더슨의 이름은 몰라도 ‘Reality'가 < 라붐 >의 테마곡인 것을 모르는 이는 없지 않을까. 설령 < 라붐 >을 모르더라도 노래를 통해 많은 이들이 소피 마르소와 헤드폰을 떠올릴 것이다.
 
영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된다. 개인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기억하는 이가 있고, 누군가는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을 통해 영화를 기억하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한때 그토록 울림을 주던 무엇이 시간의 경과와 함께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는 것을, 우리는 슬프지만 시간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성격임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장면들은 잊히지 않기 마련이다. 음악과 함께 할 때 영화는 우리의 기억에서 더욱 오랜 시간을 머물 수 있게 된다. 영화와 음악은 서로를 순간 빛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우리의 기억에서 함께하도록 돕는 조력자이다. 기쁜 일이다.
 
< 라붐 >과 ‘Reality'는 영화와 음악이 함께 유명한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고, < 라붐 >의 환상에 빠진 이들은 대다수가 분명 영화를 본 후 당혹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그 시대의 연애관과 주인공의 가족, 주변 인물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현대의 우리가 받아들이기에 조금 당혹스럽다. 멜로를 기대했지만 실제는 그 시대의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본 것처럼 느껴진다. 또 남발하는 테마곡의 사용은 ‘그 장면’에만 사용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와 무관하게, 한 장면이 영화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매우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그 한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음악과 소피 마르소의 조화는 넘치도록 아름답다. 한 장면이 30년이 넘도록 패러디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위대한 일이다. 영화를 본 후, 당혹스러운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파티장 씬이 현대까지 패러디 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찌 됐든 장면 하나가 남았다. 그리고 그 장면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추억을 선사한다. 리처드 샌더슨의 'Reality'와 함께 한 번쯤은, 권하고 싶은 영화다.


1214.jpg
출처: 영화 < 라붐 > 스틸컷


[김우식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