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우디노스 듀오 기타 콘서트 [공연]

글 입력 2017.08.1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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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여타 악기들이 그러하지만, 기타의 선율은 특히 오래고 먼 곳으로부터 오는 추억을 상기시키는 힘이 있다. 현과 나무, 손가락이 맞닿으며 만들어내는 일련의 음들은 음악을, 아니 그것을 넘어서 그 짧은 순간 시공간을 저마다의 ‘그때’로 되돌려 삶의 한 둘레를 조율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번에 관람한 아우디노스 듀오의 콘서트는 기타만이 가진 그 가치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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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총 1, 2, 3부로 나뉘어 각각 최인 연주자, 파울-에릭 쇠더크비스트(이하 에릭) 연주자, 최인과 에릭 연주자가 듀오로 연주했으며 연주자 본인이 직접 곡을 연주하기 전 곡의 포인트나 자신이 이 곡에서 표현하고자 한 점 등에 대해서 설명한 뒤 곡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1부 처음에 연주된 최인 연주자의 ‘서’는 옛 선비들, 특히 그 중에서도 신라시대의 문장가였던 최치원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어 작곡된 곡이라고 하는데 곡이 진행되는 내내 오리엔탈풍의 기타 선율과 더불어 기타 몸통 자체를 두드리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최인 연주자는 이를 최치원의 발자국 소리로 설명했는데, 나에게는 언뜻 글씨를 쓰기 위해 먹을 가는 소리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두번째 곡인 ‘산-바다’ 연작은 연주자가 늘 위안을 받는 풍경이라는 산과 바다가 자아내는 느낌을 표현해낸 곡이었는데 단조로워 보이지만 따뜻하고 편안한 멜로디와 감성이 인상적이었다. 눈을 감고 자신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며 들으면 실제로 눈앞에 그 풍경들이 넓게 펼쳐지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좋은 곡이다. 한편 다음으로 이어진 ‘공간’과 ‘석풍수’ 등의 곡도 각각의 특징이 살아있었는데, 듣는 내내 어딘가 신비한 느낌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매력적인 곡들이었다.

 1부에서 최인 연주자가 오리엔탈한 감성의 곡들을 통해 동양, 그리고 제주의 풍경을 전달했다면 2부에서는 에릭 연주자가 고향인 핀란드의 풍경을 섬세한 감성으로 묘사해냈다. 먼저 ‘Somewhere’는 최인 연주자의 ‘산-바다’와 비슷한 풍경을 노래한 곡이지만 그 표현은 사뭇 달랐다. 동양의 산수와 다른 서양의 산수에 에릭 연주자만의 독창적인 감성이 더해져 매우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두번째 곡인 ‘Too late to say good bye’는 슬픔에 관한 곡이었는데 슬픔 그 자체를 파고드는 감정에 집중하기 보다는 슬픔 후에 오는 자유에 집중한, 그래서 듣는 이 또한 슬픔보다는 정화와 치유의 느낌을 많이 받게 되는 좋은 곡이어서 개인적으로 에릭 연주자의 곡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2부 마지막 곡인 ‘Angel’s Lament’가 이어진 후 바로 3부인 듀오 연주가 진행되었는데, 가장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좋았던 곡은 Carlo Domeniconi 작곡의 ‘Water Music’이었다. 이 곡은 물의 특성과 움직임을 표현한 6악장 구성의 곡인데 물이 흐르는 모습, 튀는 모습 등등의 다양한 표현들이 곡 곳곳에 위치해 있어 청중에게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최인과 에릭 연주자는 이 곡을 표현함에 있어서 특유의 온화함과 편안한 음색을 잃지 않아 곡을 듣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이 외에도 조용히 홀로 방 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의 ‘Prayer’, 그리고 눈과 얼음이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노래하는 에릭 연주자 작곡의 ‘Ice Flower’까지. 어느 한 곡 빠짐없이 시종일관 편안하고 포근한 기타 선율에 푹 빠졌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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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타 콘서트를 보고 다시 한 번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역시 같은 악기더라도 그 연주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연주자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환경에 있는지 등에 따라 분명 같은 악기를 연주하더라도 다른 음색이 들린다. 다시 말하면, 연주에는 인생이 녹아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110여 분 내내 아우디노스 듀오의 따뜻하고 온화한 음색과 그 안에 담긴 그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도시 한 가운데서의 ‘힐링’의 역할을 톡톡히 한 좋은 시간이었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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