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소년 여름음악축제-포유뮤직

글 입력 2017.08.1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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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엘아이 아트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음악회를 다녀왔다. 오늘 연주자들은 포유뮤직이라는 피아노 트리오 그룹이다. 매년 꾸준히 연주 봉사도 다닌다는 마음도 따뜻하고 실력도 좋은 연주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여전히 설렌다. 이번 무대는 바로크시대, 고전시대, 낭만시대, 현대시대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클래식을 알리려는 시도도 좋았다. 곡 선정이 매우 세심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곡 혹은 티비 CF 삽입곡으로 유명한 클래식을 모아놓은 듯 했다.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 이주은은 매 곡이 끝날 때마다 마이크를 잡고 농담을 건네기도 하고 곡에 대한 설명을 자연스럽게 이어나갔다. 귀에 익숙한 곡으로 무대가 이어지다보니 곡의 선율도 더욱 뚜렷하게 들리고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감상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되는 곡들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이렇게 세가지 악기로 편곡된 곡을 듣는 것도 매우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 연주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영상을 찾아 볼 때 많이 들어 보았던 곡이었다. 웅장하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곡을 포유뮤직의 버전으로 들었을 때 좀 더 초연하고 엄숙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 곡이 바로크 시대의 곡인만큼 종교적인 색채가 짙고 성당에 울려 퍼질 듯 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비슷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는 데 이것이 감정을 점점 고조되게 만들고 격상하게 하는 효과를 자아낸 듯하다. 연주회를 볼 때 이런 체임버홀 같이 작은 공연장에서 보는 것의 매력은 연주자들의 표정이 더 생생하게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연주자들의 표정과 음악을 느끼는 몸짓을 볼 때 음악을 귀로도 한 번 듣고 눈으로도 한번 보는 기분이 든다. 이 곡을 연주 할 때 또한 연주자들이 음악에 완전히 몰입하여 빨려 들어가는 표정을 보았다. 곡이 끝나고 다시 현실로 복귀 할 때, 약간은 머쓱해지는 표정을 보이는 그 찰나가 이상하겠지만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지 모른다.  

그 다음 곡은 헨델의 오페라 ‘세르고’중 ‘라르고’다. 이 곡도 바로크 시대에 걸맞게 조용하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준다. 아베마리아가 좀 더 처연하고 울컥하는 느낌을 주었다면 이 곡은 좀 더 평화롭고 편안한 곡이다. 풀밭 위에 바람이 불고 햇살이 일렁거리는 기분이 든다. 멜로디 간의 화음이 돋보인다. 화려한 기교와 빠르게 흘러가는 멜로디 없이 편안하고 단순한 음의 흐름이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평화로운 자연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페르시아의 왕 세르세(크세르세스)가 나무에 바치는 사랑의 노래라고 한다.

그 다음은 고전시대로 넘어가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이 연주됐다. 큰 소리로 잠든 청중을 깨웠다는 일화로 이 노래의 제목이 ‘놀람 교향곡’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그만큼 웅장하고 다채로운 멜로디가 특징인데, 본래 런던의 대형 콘서트를 청중을 위해 작곡한 대작이자 하이든의 작곡기법이 총 동원된 역작이라고 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3중주만으로도 역동적이고 경쾌한 멜로디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이 곡은 꼭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나중에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음악에 대한 관심을 한 번 더 일깨워 주는 연주회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휴식시간을 보내고 낭만시대의 연주가 시작됐다. 낭만시대의 곡은 현대인들도 가장 사랑하는 시대의 곡이기도 하다. 그만큼 영화와 CF에서도 삽입곡으로 많이 쓰였다. 그만큼 가장 익숙하고 재밌게 감상했다. 게다가 이 곡은 피아노 트리오로 연주 되는 버전이 가장 익숙한 곡이었다. 처음 연주가 시작된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광고의 한 장면이 떠올려졌다. 광고에서만 수동적으로 듣던 음악을 진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너무나 감사했다. 긴장된 악기간의 호흡과 텐션, 빠른 전개가 곡의 비장한 슬픔과 애잔함을 더욱 더 격상시켰다. 언제 들어도 귀에 맴돌고 진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슈베르트의 명곡이었다.

마지막 곡은 현대곡인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가 연주됐다. 이 곡 또한 굉장히 익숙한 곡으로 알려졌다. 탱고 분위기가 짙고 화려한 기교가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곡이었다. 리베르탱고는 댄서들이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 곡이 완성도 있고 밀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다른 표현법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회가 끝나고 텅 빈 버스 안에서 혼자 긴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간이 지겹거나 외롭지 않았다. 아마도 이 연주회에서 느낀 충만함과 긴 여운 때문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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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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