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선율의 이야기를 품은 풍경으로의 초대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콘서트
글 입력 2017.08.17 18: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고등학생 때인가, 학교에서 연주회를 가본 것 이후에는 오랜만에 가는 연주회. 하지만 어쩌면 처음으로 음악 콘서트를 가는 마음으로 갔었던지라 오랜만에 느끼는 새롭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금호 아트홀로 향했다.
 
아우디노스 기타 듀오 콘서트에 마음이 가게 된 것은 일상에 머물던 작은 관심으로부터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가사가 없는 음악을 들어야 할 때 기타 연주곡을 틀어놓곤 했는데, 이렇게 또 어쩌면 작은 부분이 기타 듀오 콘서트까지 이끌게 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콘서트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 마음에 와닿았던 콘서트의 부제였다.
 

“음악과 풍경”
 

풍경에서 받은 영감에서 나오게 된 곡이라는 것. 최근에 다녀온 보그라이크 어 페인팅 전에서 예술에 있어 “영감”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깨달았던 터라 음악에서도 그것에 대해 듣고 느끼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났었다. 여러모로 콘서트가 소중한 기회였던 것이다.
 
 
***


공연 시작 알림음이 울리고 어두움이 무대위를 물러나며 최인 기타리스트가 올라왔다.

최인 기타리스트가 자리에 앉고 시작된 것은 연주가 아닌 연주될 곡에 대한 이야기였다. 곡이 나오던 시간과 공간, 분위기,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한 소중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 말의 언어로 기억된 이야기는 연주가 시작되면서 하나의 풍경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연주를 들으며 그려진 이 풍경이 기타리스트에게 곡의 영감을 선물한 풍경과 비슷했을까를 넘어서 내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은 확실했음이라.
단순히 말하면 너무너무 좋았다.

아우디노스 기타듀오 콘서트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잔잔한 푸근함에 머무는 느낌이랄까. 내가 평소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선율에 상상을 맡겨서 이미지를 그려가는 것이 너무나 새롭고 그래서 그런지 행복한 경험이었다.

 
2.jpg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기억에 남는 두 곡을 이야기 하자면 ‘Chant‘와 ‘Ice Flower'였다. 개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이면의 이야기를 품은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Chant' 곡이 그랬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크로아티아에 있는 Omis라는 도시에서 마음에 품게 되었다. 도시의 한 면은 터키옥색의 투명하고 우아하게 아름다운 아드리아해의 모습이었으나 반대편은 대체로 가파른 산들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완전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 오랫동안 도시는 양쪽에서 보호받는 해적들의 은신처였다.
- 'Chant' 곡 설명 중
 

이런 상반된 분위기를 안은 이 곡은 내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어두운 선율의 사이를 걷는 듯했다. 마치 두 사이의 경계가 흐릿하게 사라지는 듯한, 내겐 새로운 영역의 느낌이었다. 이 느낌에서 내 머리 속에 그려진 도시의 모습 또한 지금껏 상상해 볼 수 없는 모습이었고 곡이 태어나게 된 그 풍경으로의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듀오로 연주된 ‘Ice Flower'는 처음으로 겨울을 깨고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을 담은 곡이라고 쇠더크비스트 기타리스트가 연주 전 곡의 이야기를 말하며 설명해 주었다. 이 곡은 몇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이었는데 악장 하나하나가 한 페이지의 글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글들 즉 악장이 모여 하나의 곡, ‘Ice Flower'라는 풍경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의 책이 되는 것.
 

"문자 없는 언어로
서사를 그려간다면 이런 것일까"
 

라는 이전엔 느끼지 못한 영역에 대해서도 보게 되었다. 이런 새로운 느낌들도 곡에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잔잔하지만 강한 인상을 안겨주는 그런 힘. 시작이라고 하면 뭔가 힘찬 그런 분위기를 상상하게 되는데, 겨울을 지나 봄의 시작을 담은 이 곡은 시작 전의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까지 담아냈다. 이렇게 시작한 곡은 후반 악장에 갈수록 시작되는 봄에 대해 연주했고 그렇게 다가온 아름다움은 더 멋지게 귓가에서 펼쳐졌다.
 

3.jpg
 

빠져들면 그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법. 그 하루 잦은 이동으로 지쳤을 내게 오히려 잔잔한 감동을 수없이 안아준 아우디노스 기타듀오 콘서트에 큰 고마움을 느끼며 금호아트홀을 나섰다. 이번 여름 밤의 소중한 추억 하나를 안고 간다.






오예찬.jpg
 

[오예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