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가상의 현실, 현실의 금기_연극 네더

글 입력 2017.08.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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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사람들이 요상한 기계를 사용하고 인터넷 공간이 현실 못지않게 중요해진 2017년의 세상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도 앞으로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알 수 없음은 분명하다. 다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비해 좀 더 근접하게 예측할 수 있을 뿐.

 기술문명의 발전 속도를 의식수준이 따라 잡지 못해 생기는 문제가 비일비재하지만 개인적으론 우리가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는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느리긴 해도 나름 최선의 방법을 찾아 제도화시키려 노력해왔고, 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훨씬 심각한 범죄가 자행됐을 거라 굳게 믿는다. 인간이 가진 악한 욕망, 그 한계를 알 수는 없어도 그 존재만큼은 믿기 때문이다.

 흔히 SF로 통칭할 수 있는 부류의 창작물들은 대중들에게 이미 진부해지거나 익숙해졌을는지 모르겠다. SF에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로봇이 인간의 우위에 설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경계심을 표출한 연극 <호모 로보타쿠스>, 가상연인과의 진정성에 대한 영화 < HER >, 거부감이 들 정도의 디테일한 상상력으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낸 소설 <태평양횡단특급> 등을 접해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이 내게 와 닿았던 건 ‘미래’에 관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윤리’와 ‘도덕’과 같은 새로운 사회적 규범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연극 <네더>를 택한 이유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네더_포스터_도일.jpg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버린 세상에서
현실의 금기는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무대 위는 가까운 미래,
인터넷 다음 세상의 어디.

사용자들은 로그인을 통해 ‘네더’로 들어가고 
또 다른 자신을 창조해
원하는 욕망을 마음껏 누린다. .

이런 세상에서 형사 모리스는, 
소아성애나 살인과 같은
극단적 환상을 만끽하도록 유도하면서
수익을 내는, ‘은신처’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소유주인 심즈를 심문한다.

‘파파'라는 아이디를 쓰는 심즈는
19세기의 풍속과 취향을 현실보다
더욱 현실처럼 설정한 뒤,
가장 은밀한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인물.

모리스는 그 공간의 불법성을 감지,
심즈의 범죄를 추적해 들어가지만…





네더_도일_모리스_.jpg
도일과 모리스


 <네더>는 미국 LA의 극작가 제니퍼 헤일리의 작품으로 이미 영국,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세계 16개국에서 공연되었다고 한다. 제작자가 외국인이기도 하고 여러 국가에서 선보인 만큼 가상현실의 문제에 관한 새롭고도 보편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 또한 <네더>를 무대에 올리는 극단 的이 독창적인 외국 연극 소개 및 한국 창작극의 해외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극단인 만큼 원작의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한국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적절한 무대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네더_모리스_심즈.jpg
모리스와 심즈


 어쩌면 부담스러운 현실과 일어나지도 않은 문제에 대한 심각한 걱정보다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장밋빛 미래만을 그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끔은 해볼 수 있는게 아닐까. 윤리와 도덕에 관한 고민이 당장은 지루하겠지만, 매일 밤을 걱정으로 지새울 수는 없지만, 쓴 약이 몸에 좋은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말이다. 과연 제대로 된 쓴 맛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 연극, <네더>다.


네더_상세_최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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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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