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상과 휴식, 개인의 행복에 관하여 [문화 전반]

< 최고의 휴식 > X <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
글 입력 2017.08.1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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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잡념을 끊어내는 불교의 좌선과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다. 불교에 대해서 공부해보거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본 사람이라면 종교적 수련을 위한 명상이 얼마나 생활화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명상은 종교적인 것과 연결되어있다. 하지만 또다른 대중적인 측면에서는 명상이 '휴식', '체력 회복'과 같은 재충전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강화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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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명상' 스킬. 오른쪽은 게임 '마비노기'의 '메디테이션' 스킬. 둘 다 명상을 '회복', 혹은 '휴식'의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위의 예시는 일반적으로 명상의 개념을 종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회복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출처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왼쪽), 게임 '마비노기'(오른쪽))


 최근 들어 명상과 휴식,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개인의 내면과 연계된 개념이 중요시되고 있다. 성과사회에 살면서도,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지금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자신의 인생이 어떤지를 돌아보고 싶어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나가길 바라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특정 종교에 도달하기도 했고, 선조들의 역사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기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명상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삶의 의미와 지향점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명상 수업에 참여하거나 산에 오르는 일 등은 소소한 개인의 일상에 전환점을 안기며 자신에게 맞는 어떤 결단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명상에 대한 베스트셀러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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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상을 일상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형성됨을 반영하듯 최근 두 권의 책, <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와 < 최고의 휴식 >이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나란히 놓였다. 둘 다 휴식을 위한 명상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가 명상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접근을 하고 있는 반면 < 최고의 휴식 >은 뇌에 관한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구체적인 명상법을 제시한다. 전자가 가벼운 힐링책이라면, 후자는 뇌과학을 근거로 한 방법론적인 명상방법서라고 볼 수 있겠다.

 < 최고의 휴식 >의 경우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술술 읽히는 구성을 하고 있으면서도 명상을 위한 정확한 자세에서부터 상황별, 목적별로 어떻게 구체적인 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점에 가보면 이 책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책의 인기는 아마 명상이 종교적이고 비과학적인 것이라는 인식을 타파했다는 데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이 책은 명상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어줄 것이며, 나아가 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것만을 추구한다고 여겨지는 동양적 사상과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것만을 추구한다고 여겨지는 서양적 사상의 오명을 벗겨주어 융합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둘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에서는 '게으름의 비법'이라는 이름으로, < 최고의 휴식 >에서는 '마인드풀니스'라는 개념으로 소개되었지만 결국 두 권의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지금, 여기, 즉,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에는 꼭 눈앞에 놓인 외부 사물에 대해 집중하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의식과 호흡, 몸에 집중하는 것이 포함된다.
2. 이 명상에서는 자신과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해서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근심거리를 자기 자신과 떼어놓고 보면 그 문제와 해결책이 분명히 드러나며, 괜한 걱정으로 문제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명상은 단순히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자신과 자신, 자신과 타인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휴식이자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뇌 스트레칭 기법이다.




생활 속 명상


 '현재에 집중한다', '걱정을 객관화해서 바라본다.'는 것은 명상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명상, 혹은 마인드풀니스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이미 일상적인 과제를 실천하고자 할 때 권유되는 방법으로 화자돼오곤 했다.



(영상은 유튜브 다이어트채널 '다노티비(Dano TV)'의 다이어트 팁 영상. 마음의 문제를 객관화해서 보라는 점을 강조한다. 놀랍게도 이는 마인드풀니스에서 강조하는 기법 중 하나이다. 사소한 마음가짐 하나가 목표의 성공을 좌지우지한다. 명상은 다른 게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명상은 우리와 거리가 멀지 않다. 오히려 늘 우리 곁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나 행복을 위한 마음가짐의 정비는 모두 일종의 명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하며.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명상


 그러나 이 책(< 저 게으름뱅이는 무엇이든 잘한다 > 혹은 < 최고의 휴식 >)을 사는 사람들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 자기 자신을 아껴서 휴식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일까? 결국 이것도 명상을 통해 일에 방해가 되는 잡념을 털어버리고 성과를 올리고자 함이 아닌가?

 적어도 휴식, 힐링을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 게 아니라 '자기개발서' 란에서 이런 책을 찾은 사람이라면 그러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들이 이와 같은 명상법을 실천한다고 홍보되는 것도 그런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함인 것 같다. 돈과 명예와 같은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이런 것도 포함되어있다고. 그러니 따라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어온 나는 이 책들도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하고자 구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휴식은 스스로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스스로를 기계화하여 채찍질하고자 실천하는 것은 모순인 듯 하다.

 따라서 그저 '나는 뭔가 더 잘해야해!', '더 큰 돈을 벌어야해!', 혹은 '나는 유명해져야해!'와 같은 맹목적인 이유들 때문에 이런 책을 찾는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책을 읽을 땐 감탄하며 읽었다 하더라도,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그렇듯 본인의 인생을 쉽게 바꿔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신념들이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과 그 목적을 향해 달려나가는 과정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를 먼저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불안과 걱정, 혹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의 피로를 위해 이 휴식법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여겨진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크게 보면 맹목적인 신념과 목표의식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고 그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인지 성찰해보는 것도 거시적인 측면에서의 '마인드풀니스', 혹은 '명상'일 것이다. 살을 빼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명상을 하기 전에 그 목표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자.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행복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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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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