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

포핸즈로 듣는 친숙한 명곡들
글 입력 2017.08.1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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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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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성남에 있는 공연장을 방문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 일찍 일어나 분주하게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했다. 그동안 기다려왔던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 공연을 보기 위함이었다. 방학이라 누릴 수 있는 평일의 여유를 공연으로 채울 수 있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박종훈의 클래식 데이트 공연은 피아니스트 박종훈 씨 부부가 들려주시는 ‘포 핸즈’ 연주로 이루어졌다. ‘듀오 비비드(Duo Vivi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박종훈 씨 부부는 두 대의 피아노를 각각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 피아노에서 두 사람이 연주하는, 흔치 않은 포 핸즈 연주로 공연 활동을 하고 계셨다. ‘포 핸즈’ 연주는 실내악 오케스트라나 독주, 듀엣보다 흔치 않은 형태의 공연이기 때문에 이 점에서 더욱 특별함을 느끼며 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장은 크지 않은 소극장 형태로 되어 있어 가까이에서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작은 공간에서 전해져 오는 울림을 통해 연주자들과는 물론, 곡의 리듬까지도 생생히 와닿음을 느낄 수 있었다.
 
 
1. O sole mio
 
공연에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친숙한 곡들이 많이 연주되었다. 그 중에 인상깊었던 몇 가지 곡 중 하나가 이탈리아 가곡인 ‘O sole mio’였다. 잔잔한 리듬으로 연주되는 전반부와 달리 활기차고 밝은 멜로디로 진행된 후반부의 연주는 익숙한 곡을 새롭게 듣는 느낌을 주었다. 이미 알고 있는 멜로디가 다양하게 변주되어 ‘O solemio’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 나의 태양’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이 곡은 따뜻한 햇살에 대한 찬사로 시작되어 사랑에 대한 노래로 이어지는데, 듣는 내내 그러한 곡의 내용 변화와 함께 어릴 때 연주했던 경험이 떠올라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2. 아스토르 피아졸라, Four season 中 Summer
 
우리에게 ‘사계’라는 곡은 비발디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사계 중 여름과 가을 부분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곡은 초반부는 무더운 여름의 찌는 듯한 더위와 폭풍우에 지쳐 있다가 가을로 갈수록 안정과 활기를 찾는 흐름으로 진행되었다. 이 부분이 마치 나의 올해 여름과도 같다고 느껴져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연초부터 바쁜 시간과 일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벌써 하반기가 시작되고 있는 올해를 잘 보내온 것인지 음악을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과 같았다면 곡에서 아스토르 피아졸라 특유의 탱고리듬에 집중해 음악을 들었을 테지만 시간이 갈수록 음악을 들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스스로의 변화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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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olero
 
‘볼레로’는 본래 실내악 형태로 많이 연주되며 다양한 악기들로 그 거대한 소리의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듣는 내내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크고 웅장한 소리로 연주되는 곡인 만큼, 피아노 한 대와 네 개의 손으로 이 곡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가 되었다. 주요한 멜로디가 변주되면서 점점 소리가 커지고 작아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곡의 흐름이 한 대의 피아노가 가진 소리로 잘 표현될지, 그 에너지와 곡이 주는 느낌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 연주를 통해서 한 대의 피아노가 어느 정도까지 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소리의 크기가 다른 곡과 확연히 차이가 날 뿐 아니라, 다양한 음역대의 악기들이 함께 연주되는 실내악 형태를 피아노로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연주자들이 쏟아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가는 네 개의 손에서 음역대에 관계없이 만들어지는 소리에 담긴 피아니스트의 열정에 몰입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멜로디가 크기와 음계에 따라 변주되며 더해지는 곡의 스케일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한 대의 피아노로 모든 곡이 연주된다는 것이 신기함과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바이올린, 첼로 뿐 아니라 많은 악기들의 합주에 더 익숙한 연주형태와 곡들이 피아노 한 대와 네 개의 손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에는 많은 악기가 함께 연주되는 것보다 하나의 악기의 소리만으로 여러 곡을 듣는 것이 오히려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오케스트라도 좋지만 각각의 악기가 가진 소리가 무엇인지 몰입하고 알아간 뒤 합주를 듣는다면 더욱 감동이 커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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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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