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 어른이를 위한 동화책 ‘사라질거야’ [문학]

한 번쯤은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우리에게 주는 동화
글 입력 2017.08.0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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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송되어온 책을 뜯고 동화책만의 얇은 두께와 귀여운 표지를 처음 접했다. 동화의 이름은 ‘사라질거야’. 책의 표지며 제목이며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첫 페이지를 넘기는데 이 문장이 쓰여있었다. ‘오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세상 모든 친구들에게...’ 그때 뭔가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아, 이거 어른동화인가?’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
어른이를 위한
동화책 ‘사라질거야’


  어릴 적, 동생만을 챙기는 것 같았던 엄마를 미워하고 친척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집을 나갈 거라고 짐을 쌌던 순간이 있다. 아주 어린 초등학교 때 기억이라 자세히 생각이 나진 않지만 내가 소중하다고 느꼈던 인형, 장난감 등을 챙겼던 기억은 난다. 그 모습이 웃겨서일까, 지금도 이모는 나를 만나면 그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이 동화는 어릴 적 순수하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면서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나를 오버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원하지 않는 순간에서 사라지고 싶어 하던 어린 나와, 지금도 피하고 싶은 순간 숨고 싶은 나를 동시에 보여주는 동화다.


  동화책의 대상은 어린아이들이다. 책의 글을 쓴 안세정 작가는 큰아이가 입버릇처럼 늘어놓았던 크고 작은 불평을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 내용은 학교 가야 할 때, 먹기 싫은 반찬을 먹을 때, 엄마 아빠가 싸울 때와 같은 어린아이가 겪고 싶어 하지 않는 순간 ‘사라질거야!’하고 느끼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동화의 결론은 주인공 아이가 내가 사라진다면 엄마 아빠가 나를 걱정할 것이라는 생각과 좋아하는 음식과 만화영화, 게임 등을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놀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써진 동화임에도 이 책... 왠지 낯설지 않다. 위에서 언급했듯 이미 어른이 된 나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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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나 직장인이나, 누구에게든 공감가는 장면


  그래서인지 이 책의 그림작가인 조현상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때때로 그림 속 아이처럼 갈등하고 고민하며 때론 혼자만의 시간도 꿈꾸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고.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동화책을 어른인 필자가 읽고 느꼈던 기분과 동일하다. 비록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엄마가 아이를 키우며 아이에게서 들었던 불평을 토대로 써진 이야기지만 이 동화는 때로는 어른 동화라고 불려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어린아이들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어른인 우리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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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라진 후를 상상하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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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자신을 찾을 엄마 아빠를 걱정한다.


  이 동화는 우리가 잊고 살던 것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항상 나와 함께해주는 친구 혹은 부모님과의 관계라든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 속에서의 당연시된 순간들과 피하고 싶었던 장면들까지 되새기게 해준다. 묵묵히 세상을 살아가느라 잊고 있던 것들의 가치를 어린아이의 시각을 통해 풀어냄으로써 어른인 우리에게도 내 주변 환경과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와 동시에 때로는 사라지고 싶을 만큼 지치는 내 존재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동화이기도 하다.

  이 책을 접하는 어른, 아니 나와 같은 어른이들은 단순히 글만을 읽지 않고 그림과 함께 천천히 동화책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린아이가 되어 어른이가 된 나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동화를 감상하다 보면 동화 속 아이는 오늘을 묵묵히 살아가는 나에 대한 공감을 해주기도 하고 위로를 건네기도 할 것이다.


책 정보

바람과 별이 들려주는 그림책

'사라질거야'

글 - 안세정
그림 - 조현상
출판사 - 따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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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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