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깥은 여름 : 한 여름 날, 나의 계절을 떠올려보다 [문학]

봄,여름,가을,겨울. 당신의 계절은 무엇인가요?
글 입력 2017.08.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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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더운 여름이면 카페에 앉아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조각케이크를 주문하고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책 읽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향할 때면 나만의 짧은 휴가를 잘 마무리 한 듯 뿌듯함이 느껴진다. 내 소중한 휴가를 함께할 책을 고르기 위해 설레는 맘과 함께 서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엔 내 눈을 사로잡은 책이 한 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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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에 끌리게 된 데에는 큰 이유가 없었다. 무슨 책을 구매할지 행복한 고민에 갈팡질팡 하던 중, 바깥은 여름 이라는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서점 안은 에어컨 바람 덕에 시원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었지만 밖에는 매미들이 수도 없이 울어대고, 아스팔트 위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런 쨍쨍한 여름이다. 단지 그 이유였다. 바깥은 여름, 그렇다면 이 책 속의 온도는 어떠할까. 내가 있는 실내의 서점처럼 시원할지,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의 겨울처럼 차가울지, 따스한 햇살이 세상을 비추는 봄처럼 온화할지, 나는 단지 그 온도가 알고 싶었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인 이 책은 총 7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있다. 첫 번째 수록작의 제목은 “입동”.7개의 단편 소설 중 내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소설은 두 번째 수록작, 노찬성과 에반이었다. 부모님없이 할머니와 단 둘이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어린 소년 찬성. 그리고 그에게 찾아온 친구. 더 나아가 가족 같은 존재가 된 나이가 든 유기견 에반. 두 생명의 교감은 비극적 결말을 맞으며 끝이 난다.

노찬성과 에반을 다 읽어 갈 때 쯤 나는 울고 있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견주의 입장이었기에 이 이야기가 더욱 공감 갔고 마음 아팠다. 노쇠한 개들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유기해버리는 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고 아픈 반려견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없는 주인공 찬성의 입장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책을 읽기 전, 이 책의 온도가 따스한 봄이지 않을까 하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지치고, 고통스럽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써내려간 이 책. 그제서야 바깥은 여름 이라는 책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계절은 지구가 자전하듯 끊임없이 흐르고, 다시 돌아온다. 힘든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는 계절의 흐름을 느끼고 즐길 새도 없이, 자신을 붙들고 있는 무언가에 얽매여 흐르는 계절과 동행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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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는다. 누군가의 손을 여전히 붙잡고 있거나 놓은 내 친구들처럼 어떤 것은 변하고 어떤 것은 그대로인 채 여름을 난다. 책의 마지막에 담겨있는 작가의 말로 암울하다 느껴졌던 이 책은 정점을 찍었고 그 막을 내렸다. 문득 “바깥은 여름” 이라는 제목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참 다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 역시도 이 책의 막이 내렸을 때였다. 밝고 환한 여름날의 풍경. 하지만 그 풍경과는 대비되어 저마다의 고충을 지니고 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 역시도 그 사람들 중 한 명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주변을 의식하며 무조건적인 전진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고, 나만의 휴식을 지켜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풍경의 쓸모에서 나왔던 이정우의 대사에 빗대어 표현해 보자면, 스노우 볼처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이 될지도 모르는 나의 시차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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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꼭 여름낮의 전철 안, 카페 안 같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딘가에서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책을 절반쯤 읽다 문득 창밖을 바라봤을 때, 생기 넘치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이 책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욱더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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