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단순히 술과 안주에 대해서만 논하자는 게 아닙니다.
글 입력 2017.08.0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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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입체.jpg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니시카와 오사무
 

평소에 술과 안주에 대해서 자신감있게 제시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약간의 이질감을 느끼곤 했다.

개인적으로 술과는 친밀하지는 않는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거리를 두는 건 아닌데 술이 입안으로 들어오면 알코올이 가지고 있는 알싸함에 쉽게 무너지곤 했다. 그래서 나에게 안주의 역할은 이런 고통스러운 순간을 탈피하는 도구정도로 여겨졌다. 그렇기에 술을 천천히 음미하는 일은 호흡을 가다듬고 외면하기 힘든 고통을 이겨내면서 이해하려고 애쓰는 행위에 가까웠다. 따라서 술의 풍미나 바디감, 목넘김을 논하며 안주와의 궁합에 대해서 자신만의 혀끝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들을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다.

또한 한가지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요리에세이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맛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편에 속한다고 판단한다. 물론 소금은 짜고 설탕을 달다라는 극단적인 부류의 음식들 말고는 술과 음식의 궁합은 사람들의 취향이 상이하게 다른 것 만큼이나 다르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혹자들의 소주 안주로 족발이 아닌 피자가 진짜베기이며 이는 동서양의 화합을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헬레니즘이라고 말하는 강력히 주장하는 모습도 보았기에 과연 주관적인 영역에서 필자의 생각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가, 또 너무 강력하게 피력하여 타협점이 없는 글로 전락해버리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행복한 술맛 기행에서 니시카와 오사무는 단순한 술과 안주의 궁합에 대해서만 칙칙하게 논하지 않는다. 요리전문가이면서 요리에세이를 다수 집필한 오사무는 책 속에서 독자의 영역을 남겨두었다. 음식에 대해 많은 이해를 가지고 있음에 과학적인 논리나 생체학적인 이유를 들어서 술과 안주의 궁합인 마리아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지역의 술과 관련된 역사나 사연들을 에피타이져처럼 곁들이며 그곳사람들이 아끼는 음식들과 만났을 때의 분위기를 풀어낸다. 단순히 식탁위에서 벌어지는 미식의 이야기에만 한정적이지 않고 그곳의 사람들의 모습들과 오사무의 에피소드를 첨가한다. 마치 이 책이 요리에세이인지 여행도서인지 명확한 구분을 내리기 모호하게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p.41

이 음식은 차라리 자기가 직접 먹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냄새를 맡게 된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크누크가 밖으로 나오자고 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 상태라면 오늘 저녁 키스는
정말 불가능할 것 같다.


그리스의 우조에 대해서 논하는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은 "이 상태라면 오늘 저녁 키스는 정말 불가능할 것 같다."에서 오사무가 술과 안주를 어떻게 대하고자 하는지 느껴졌다. 굉장히 진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일이 아닌 삶의 여러 순간들과 장소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들을 더욱 아름답게 들을 수 있는 센스 있는 첨가제 정도로, 하지만 없으면 굉장히 서글픈 존재라고 인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세계 곳곳의 여러 술과 안주의 소개로 이 책을 채웠다면 너무나 반복되는 일관성에 지루해져 끝까지 읽는 일에 고심할 수도 있었으나 술과 안주를 너머 분위기까지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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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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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8
 
 
책을 읽으므로써 우리는 작가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동감하거나 반발하고 자신만의 느낌과 해결책등을 얻어가곤 한다.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을 추천함에 있어서는 조금의 다른 이유를 들고 싶다. 오사무의 술과 안주에 대한 넓은 식견과 사람과 장소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서 세계 곳곳에 발걸음을 옮기거나 오늘 밤에 자신이 아끼는 술과 안주의 조합을 식탁위에 꺼내들게끔 하는 책이다. 오사무의 섬세한 표현과 세계 곳곳의 술과 안주에 대해서 무게감을 덜고 느껴보고 싶다면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이 좋은 선택지라 생각한다.





술맛기행 평면표지.jpg


니시카와 오사무(西川治) 글․사진, 이정환 옮김 |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1년 3월 2일 | 분야 에세이| 판형 | 신국판 무선
정가 13,000원 | ISBN 978-89-962747-6-6  13980
연락처 02-333-1962 | 담당자 김명숙
 

<차례>


프롤로그 수줍은 남자의 40년 술사랑 이력


제1장

유럽 편-스콜! 슬론체! 상테!

스카치를 마시며 송어 낚기-스코틀랜드*스카치(Scotch)
퍼브에 죽치다-영국*맥주(Bitter)
쓸쓸한 우유빛깔, 리카르-프랑스*리카르(Ricard)
오늘 저녁 키스는 사양-스웨덴*아콰비트(Aquavit)
그리스 감색 바다, 문어와 우조-그리스*우조(Ouzo)
타파스는 셰리와 함께-스페인*셰리(sherry)
정어리 1다스는 13마리-포르투갈*와인
가슴 밑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노래 ‘파두’를 들으며-포르투갈*포르토(Porto) 와인
피에타처럼 투명한 그라파에 곤드레만드레-이탈리아*그라파(grappa)
가죽부대를 들고 한손으로 들이켜다-이탈리아*와인
베니스는 비-이탈리아*드라이 마티니(Dry Martini)
민들레 술-이탈리아*민들레 술(Dandleion Wine)
혀와 몸이 기억하도록 마시고 또 마신다-이탈리아*와인


제2장

아시아 편-건배! 요우! 마부헤이!

고압전류가 흐르는 듯한 라압의 여운-타이*메콩위스키(Mekong Whiskey)
바나나 숲속 센미 음식점-타이*라오 카오(Lao Khao)
무더운 방, 안타까운 거리감-필리핀*산미구엘(San Miguel)
꿈틀거리는 하얀 벌레와 함께 야자주를 "꿀꺽!"-인도네시아*뚜악(tuak)
부화 직전의 오리알 ‘빗론’을 먹다-베트남*비아 허이(Bia Hoi)
코끝이 찡, 독쏘는 맛이 일품 베트남 쌀 막걸리-베트남*르우껑(Ruou can)
술 익는 마을 오키나와 아와모리의 풍요로움-일본*아와모리(泡盛)
염소찌개는 정말 맛있어!-일본*워커(Walker)
장마철에는 소금뿐인 우루카-일본*니혼슈(日本酒)
나도 "막걸리"하고 외치고 있었다-한국*막걸리
생일날 꼭꼭 씹어먹은 산낙지회와 미역국-한국*소주
마귀를 쫓는 술, 마유주-몽골*마유주(馬乳酒)
노주 향기 가득한 곳, 소흥을 가다-중국*소흥주(紹興酒)
왕희지의 ‘난정’은 소흥에 있다-중국*소흥주(紹興酒)


제3장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편-치어스! 비바비바! 살루!

"파티에 오십시오"-오스트레일리아*맥주
3년 만의 재회, 5분 간의 침묵-뉴질랜드*와인
간발의 틈을 주지 않고 마신다-미국*버번위스키(Bourbon Whiskey)
커다란 글라스, 세 개의 빨대-미국*마가리타(Margarita)
맥주에는 감자튀김이 최고-미국*맥주
갓잡은 무지개송어로 푸짐한 안주를-캐나다*위스키(Whiskey)
마실수록 마음이 가라앉는 '카바의식'-피지*카바(Kava)


에필로그-맛있는 술과 안주가 인격을 육성해 준다

추천의 글-세계 술맛에 취하다-우메다 미카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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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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