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에게 닿는 어떤 목소리 [문학]

<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 프리뷰
글 입력 2017.07.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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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을 하나 던지겠다.  “당신에게 서재는 어떤 공간인가요?”

  소설가 김영하는 그의 책에서 이렇게 답했다. 서재에 들어가는 일은 오랫동안 살아남은 목소리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서재는 2000년 전 호메로스의 목소리가 와닿는 곳이고, 일상의 범주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목소리들도 제각기 목소리를 내는 곳이기 때문에, 작은 곳이지만 가장 크게 확장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이후, 내 작은 서재에-책장 몇 개라고 말하는 편이 온당할지도 모르겠다- 꽂힌 책들이 어쩐지 다르게 느껴진다. 수천 년 전 먼 나라의 작가에서부터 동시대 한국의 작가까지, 그들이 주조한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내 방 안에서 부유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당신은 왜 책을 읽나요?”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100여 년도 안 되는 짧은 생애 동안 내가 들을 수도, 낼 수도 없는 목소리들을 만남으로써, 내가 닿을 수 없는 곳으로까지 나를 확장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필자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인물이라는 매개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그 사람 자체와 대화하는 것.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내가 그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경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내가 에세이, 특히 작가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가 매혹적으로 느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프란츠 카프카, 마르키 드 사드, 르네 샤르, 고골, 바흐만, 거투르드 스타인, 콜레트, 애드거 앨런 포 등 이 시대에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을 남겼던 작가들. 먼 곳에서부터 대화를 청해오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뿐더러, 이 이야기는 시인의 목소리로 전해진다. 우리에겐 작품으로, 지은이로 더 잘 알려진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고,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그들의 사랑은 어땠는지, 그리고 작가로서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고전을 완성했는지. 이를 추적하는 시인의 발자국을 따라간다. 그리고 비로소 그들은 우리 앞에 선다.
 
 
 
"
그들에게서 배운 것은,
그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과 함께 자신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

항상 시대의 한가운데에 서서 시대와 함께
아파하며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는 것.
언제나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휴머니즘이 자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여 시인은 지금도 변함없이 그들을 읽고 또 읽는다.
세월과 함께 그들은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밀착되어 다가오고,
어느 땐 그들이 시인인지 시인이 그들인지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다고 고백한다.

물론 그 혼란스러움은 말할 수 없이 큰 행복감이긴 하지만.
"

-출판사 서평 中
 
 
  이 책을 읽게 될 나도, 그리고 어쩌면 당신도, 많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듣고 ‘혼란스러워지길.’ 더 나은 글은 무엇일까, 더 나은 삶은 무엇일까, 더 나은 세계는 무엇일까 고민할 수 있길. 그 혼란함은 명확한 답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당신 앞에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주지 않을까.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느낌을 받게 될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에게도 유의미한 목소리가 닿기를 바라며.





본문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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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책상뿐이었다. “작가의 삶은… 책상에 달려 있다. 작가가 정신착란에서 벗어나려 한다면 결코 책상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 이를 악물고서 책상을 꼭 붙잡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그는 책상 앞에 버티고 앉아 글을 쓰고 또 썼다. “내 삶은 출생을 앞 둔 망설임이다.”며 그 아픈 사투와도 같은 망설임을 잉크에 적셔 요제프 K와 그레고를 잠자, 단식광대와 곡예사, 가희 요제피네와 시골의사… 등을 창조해냈다.


-21쪽, 프란츠 카프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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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곳에서 얻은 게 무엇이고, 잃은 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직도 그의 『모랄리떼』를 읽으면 가슴이 뛰고, 「해변의 묘지」를 읽으면 바람 부는 해변에 서서 “바람이 일어난다!… 살아야겠다!”고 외치고 싶어진다. 하늘 아래 누구보다 타고난 시인이었음에도 평생을 지적 유혹와 감성적 자질 사이에서 줄타기할 수밖에 없었던 발레리. 천재, 오, 긴 인내여!

-111쪽, 폴 발레리

 



도서 정보

⋆피할 수도 피하고 싶지도 않은 마력의 작가들⋆
⋆대담하다, 멋지다, 사랑스럽다⋆
⋆문학의 원형 상징이 된 작가들과 시인의 가상 대담⋆


나무발전소 오늘은바람이좋아 살아야겠다 _ 평면.JPG
 

<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 >
-시인이 사랑하고 사랑한 작가 11인의 창작노트-

김상미 지음  | 펴낸곳 나무발전소
발행일 2017년 7월 26일 | 문학에세이 | 200페이지
정가 12,000원





차례


프롤로그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 특급열차를
타고   

마르키 드 사드와의 가상 대담
‘지옥’에서 만난 사드    

르네 샤르
‘시의 시인’, 르네 샤르를 만나다  

잉게보르크 바흐만     
나는 항상 나다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우리는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폴 발레리
천재, 오, 긴 인내여!    

거트루드 스타인
우리는 정말로 아내 같았다   
 
에드거 앨런 포
갈가마귀와 아서 고든 핌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아, 콜레트처럼 살고 싶어!    

카렐 차페크
정원을 가져야 한다, 우표만한 정원일지라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평생을 나비를 쫓아다니고 찾아다닌
  

에필로그  







에디터 김나윤.jpg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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