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위대한 기록] 잠시, 펜을 거두며

글 입력 2017.07.28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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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위대한 기록] 잠시, 펜을 거두며


독립출판에 대한 애정의 시선을 나눠보고자 시작한 ‘작고 위대한 기록’의 연재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아직은 주목받지 못하는, 그래서 더 소중한 독립출판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수다처럼 적어 내려간 글들이 제법 쌓였다. 그 의미와 과정을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나열해 보려고도 하고, 동네 작은 서점으로 찾아서 내게 끌리는 책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주제들을 그 순간의 감정으로 자유롭게 서술했던 것들도 독립출판이 가진 아름다운 자유를 그대로 녹여보고자 함이었다. 그리고 이렇듯 소중한 경험들을 뒤로한 채 잠시 기록을 중단하게 되었다. 짧은 연재 기간 동안 너무나 길어진 애정과 아쉬움에 한자 한자를 작성하며 느낀 솔직한 마음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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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른채로 들어갔던 첫 독립출판 책방
 

사람이 ‘머리가 큰다’라는 것은 삶의 경험이 쌓이며 많은 감정들을 경험하고 스스로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판단할 때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 가려내는, 어쩌면 ‘오만한 계산적 판단’을 표현할 때 흔히 사용한다. 일상 속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또한 내가 하는 일이, 또 내가 사람들 혹은 문화들 사이에서 겪는 감정이 정해져 예상 가능함에 찾아온다. 새로운 세계를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대표적 매체인 ‘책’마저도 이제는 정형화된 이야기와 장르들로 지루함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러한 식상함이 갖는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독립출판의 매력은 바로 이점에 기인하고 있었다. 독립 서적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이미 다 느껴보았다고 착각하던 내게 전혀 새로운 복잡한 감동을 선사했다. 충분히 알고 있다 생각한 사람의 마음을 예상치 못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해체시키고, 무엇보다 너무나 자유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들을 열어놓고 있었다. 단어만 ‘출판’이지 사실상 평면의 종이를 하나의 극장처럼 이용하여 금기시 되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마음 속 언제나 갈망하던 자유와 함께 철있는 아이들의 지적인 반항을 통해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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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큰 해방감을 준 ‘BRA BOOK'
 

아쉬운 부분들이 없던 것은 아니다. 독립출판이 가진 자유성이란 매력은 더욱 파격적이고 요란스럽게 놓아둔다고 해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어찌 되었던 출판이란 행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개인적인 수첩에서 꺼내어 다른 이들과 공유한다고 한다면, 설득이 아니더라도 담소를 나눌 때의 지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좋은 주제라 할지라도 예의 없는 사람의 말에 마음을 주는 사람을 찾긴 어려울 것이다. 더불어 아웃풋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간혹 점주의 마음대로 시간과 공간을 운영하는 서점들과 책 속의 오류 혹은 그로 인한 새로운 견해를 무시하는 저자들이 있다.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식들을 방치한다는 것은 문제가 된다. 더욱이 출판의 과정은 직간접적 공동체적 작업이고, 저자는 그들의 말을 들으려 대가를 지불하는 관객이다. 소통 없는 일방적 외침을 예술이라 믿어버림으로, 독립출판만의 매력이 무기로 휘둘러져서는 안될 것이다.

독립출판은 회색빛이 감도는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츠이자 무궁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출판시장이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몸부림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인들의 주장이자 공감이고 삶이며 곧 우리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장기적인 사회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의 과도기를 지혜롭게 풀어갈 필요가 있으며,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잘 해내리라 믿는다. 조금의 편견 없는 마음으로 이 주제를 위해 공간을 내주신 아트인사이트, 부족한 글들을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 연재를 비롯 내외적인 큰 감동을 선물해준 독립출판 관계자분들 모두에게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감사드린다.


모두에게 아름다운 책이 우연처럼 다가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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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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