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여기, 우리의 음악 '컨템퍼러리 시나위' of '2017여우樂페스티벌'

글 입력 2017.07.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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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7 여우樂페스티벌 
-컨템퍼러리 시나위-


여우락.jpg



'지금 여기 우리의 음이 있다!' -'컨템퍼러리 시나위'


 어느덧 여덟 번째 여우락의 막이 올랐다. 우리 음악에 대한 편견을 깨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하며 꾸준히 사랑받아온 국립극장의 여름축제 ‘2017여우락 페스티벌’을 만나고 왔다. ‘여기 우리의 음악(樂)이 있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여우락은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음악과, 그들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이다. 한국음악의 대중화 가 본격화된 1980년대부터 세계 속의 음악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까지, 스스로 생겨나고 변화하며 꾸준히 진화해온 우리 음악은 여우락을 통해서 더더욱 빛나고 있다.
  

#1. '컨템퍼러리 시나위'를 만나다

 여우락에서는 여러 아티스트의 다양한 무대를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 ‘컨템퍼러리 시나위’의 공연을 보았다. KB 하늘극장에서 선보인 공연은 안내 책자에서도 미리 말했듯, 관객 참여형 공연이었다. 클래식이면 몰라도 국악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부분이 있고, 열린 무대를 지향한다 생각하기에 관객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다. 무대는 2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정중앙에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그 위에는 TIMF앙상블이 자리했다. 공연 전에는 이소영 음악감독이 무대 위로 올라와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공연이 시작되면 선보일 ‘달강달강’이란 전래민요의 후렴구를 알려주며 다 함께 불러보는 시간을 가질 거라 말했다. 공연의 대미를 다 함께 장식하기 위해서 공연 전 약간의 시간을 할애해서 모두가 전래민요의 세계로 빠질 수 있었다. 그중에서 앞줄에 앉은 관객들은 음악감독이 준비한 악기를 손에 쥐고 노랫가락에 화음을 불어 넣기도 했다.
  
 ‘컨템퍼러리 시나위’라는 공연 명에 맞게 전래민요 ‘달강달강’과 바흐의 ‘골드 베르크 변주곡’을 기본으로 해서 다양한 변주와 즉흥연주를 선보였다. 바흐의 음악이야 그 언젠가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지만, ‘달강달강’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접한 전래민요였다. 허나 어린 시절 할머니가 이야기해주는 전래동화를 듣는 것처럼 처음 듣는 노래에도 불구하고 낯설지가 않았다. 우리의 것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쉬운 노랫말과 반복되는 리듬을 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따라 부르고 있었다. 서양의 음악과 우리의 음악이 서로 번갈아가며 저들의 음악을 선보이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무대가 되었다. 공연의 막바지에 이르러 이우정 음악감독이 무대에 다시 올라왔다. 공연 시작 전에 관객들과 함께 준비한 화합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별의 마지막이 가장 빛나는 순간처럼, 이번 공연도 마지막 무대가 그러했다. 연출가와 연주가, 관객 모두가 ‘달강달강’으로 대동단결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돌림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공연 전에 미리 배운 달강달강의 노랫말을 따라 불렀다. 학창시절의 음악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과 연주가들의 열정적인 순간에 나도 한몫할 수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여기 우리가, 우리의 음악’이 있음을 그 무엇보다도 분명하게 말해주는 순간이지 않았나 싶다.

  
#2. '컨템퍼러리 시나위'를 생각하다

 분명 ‘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고 외치는 여우락이었다. 허나 돌이켜 보면 마냥 만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와 ‘락’에 대해서 어딘지 모를 아쉬움이 남았다. 먼저 ‘우리’다. 우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있어야 하고 당신이 있어야 하고, 함께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컨템퍼러리 시나위’에서 ‘우리’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달강달강’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달강달강’의 노랫말이 관객의 참여를 이끌었고 무대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달강달강의 등장 이전까지는 ‘우리’라기보다는 ‘나’와 ‘당신’들로 가득했던 공연장이었다. 국악은 국악대로, 양악은 양악대로 제 소리를 뽐냈고, 듣는 이들 또한 바뀌는 공연의 흐름에 따라가기에 바빴다. 과연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로 존재해왔던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에 음악으로 하나 되는 우리의 모습을 선보이고자 국악과 양악의 단절된 공연을 선보인 것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달강달강’을 빼고서라도 이 둘을 연결해 ‘우리’로 만들 수 있는 장치는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다음은 ‘락’이다. ‘정말 즐거웠는가?’에 대한 물음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 시작 전에는 백 퍼센트 즐거운 공연이 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연의 중후반부에 이르면서 공연의 흐름을 미처 다 따라갈 수 없었다. 아니, 따라가기 어려웠다. 우선은 시나위라는 특성상 연주가들의 즉흥적인 연주로 인해서인지는 몰라도 리듬이 빨라졌고, 음악 감상과 동시에 노랫말을 따라 불러야 했기에 둘 중 하나에 온전하게 집중하기 어려웠다. 다 함께 무대를 만들자는 제안이 즐김을 넘어선 경우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관람하기도 애매한 순간이었다. 가장 화려해야 할 마지막 무대가 가장 지나친 무대로 기억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쯤, 다행히도 연주는 마무리되었다.
  
 ‘컨템퍼러리 시나위’를 통해서 새롭게 재해석된 우리의 전래민요 ‘달강달강’은 더 이상 전래되어오는 민요로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부른 노랫말로 인해 달강달강은 오늘날 다시 태어난다. 우리 전래민요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이는 작업과,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동-서양 음악의 만남은 오직 ‘여우락 페스티벌’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여기 우리의 음악이 있다’고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외치는 ‘컨템퍼러리 시나위’다. 가장 동시대성의, 가장 트렌디한 오늘의 우리 음악을 노래하는 이들의 공연을 통해서 그동안 잊고 지내던 흥겨움과, 우리의 것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던 ‘컨템퍼러리 시나위’였다.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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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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