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그 남자의 음주 일기
글 입력 2017.07.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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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세계 술맛 기행
니시카와 오사무 지음/ 이정환 옮김/ 나무발전소



스콜, 슬론차, 치어스, 살루테, 무바라크, 프로스트, 니뉴오, 야므센, 건배,챠이요, 간페이, 감빠이, 비바비바, 마부헤이, 상테, 요우, 사우데, 살루으, 트루야가, 나 즈다로비에!


 프롤로그를 읽으면 책을 읽지 않아도 작가님의 술철학을 알 수 있다. 네 살 때 처음으로 위스키를 마시고 병원에 실려갔었다는 오사무씨. 보통은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는 음식엔 손이 잘 가지 않는 편인데 이분은 미성년자이던 시절부터 줄곧 술을 사랑해오셨다고 한다. 정도를 지나치게 마시거나, 본인 건강에도 심히 악영향을 끼치거나, 주위에 행패를 부린다면 필히 치료 받아야 할 알콜중독이겠지만, 술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술과 안주와 식당과 그 안의 사람들과 분위기까지 사랑하게 된다면, 그건 중독이 아니라 정말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유럽, 아시아, 미주&오세아니아, 크게 세 장으로 나뉜 이 책은 시대별 구분이 없다. 40여년 동안 사진작업과 여행 등의 목적으로 방문한 세계 곳곳에서 먹었던 음식과 마셨던 술, 그리고 배웠던 문화를 굉장히 의식의 흐름을 타고 집필하신 책이다. 그래서 각 나라별 경험에 대한 시대적인 서술이 없다. 책에 담긴 사진들도 흑백, 컬러, 누가봐도 오래된, 비교적 최근 같은, 시대를 가늠하기 어려운 사진들이 섞여 있다. 술이나 음식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정보나, 맛에 대한 분석보다는, 마시며 들은 이야기나 본인이 느꼈던 것들 위주로, 정말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여졌다.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일까. 작가는 술을 마셨고, 이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고, 분위기에 취했고, 씁쓸함을 느끼거나 깨달음을 얻었고, 그런 시간들을 보내왔다.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강렬한 기억은 아니지만, 어딘가에서 술잔을 기울일 때 문득 떠오를 것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책 소개에는 맛있는 술과 안주를 찾아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고 쓰여있지만, 내용을 보자면 그보다는 작가님의 여행에 항상 술이 옆에 있었다는 느낌이다.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하듯,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여행지에서 달콤한 향을 풍기는 제과점을 지나치지 못하듯, 오사무씨는 그저 술이 있고 음식이 있는 곳에 발을 들였을 뿐이다. 흥겨운 여행이야기라기 보다는 혼자만의 추억을 위한 일기를 들여다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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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일본 사람의 생각이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언론에 보여지는 자극적인 모습들보다는 사람냄새가 나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본 것 같다.


  이 다음 이야기에는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 한국의 풍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출산 후 건강을 위해 산모가 미역국을 먹는 문화와, 부모에 대한 감사를 되새기며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는 한국사람들. 내 이야기인데 남의 입으로 들으니 생경한 기분이다. 올해 처음으로 부모님 생신상을 차려드렸었는데 하는 묘한 감상도 떠오르고.


언젠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게 되면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어쩌면 몇 가지 술과 안주는 즐겨볼 수도 있겠다.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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