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베르니의 모네를 만나다 [시각예술]

모네, 빛을 그리다 展
글 입력 2017.07.2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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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모네를 만나러 지베르니와 오랑주리 미술관에 간 적이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대체로 대중적인 관심이 높은 편이긴 하나 그곳에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생산성 있는 삶을 중시하고 숨가쁘게 경쟁하는 사회에서 자연과 여유로움에 대한 갈망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모네의 그림을 보면화폭에 갇힌 이미지라기 보단 프레임 바깥을 상상하고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그것은 시각적으로 사실감이 뛰어나다기 보단 끊임없이 빛을 추적하여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불어넣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때론 실제 풍경보다 더 밀도 있는 장면과 순간들이 다가오기도 한다. 이번 본다빈치 뮤지엄에서 열린 <모네 빛을 그리다 展-두번째 이야기>에서는 이러한 그의 그림을 미디어 아트와 공간연출로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엿보였다.



“사람들은 내 그림에 대해 토론하고, 내 그림을 이해하는 척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필요한 것은 그냥 사랑해주는 것이다.”
-클로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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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생에 르 아브르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노르망디로, 아르장퇴유에서 베퇴유로 끊임없이 이동하다 파리 근교의 고즈넉한 지베르니라는 지역에 정착했다. 지역의 이동은 그의 세계관이 바뀌는 시기였다. 이렇게 그가 평생에 걸쳐 탐구하고 바라봤던 자연에 대한 철학이 이번 전시회에서 섹션마다 담겨져 있었다. ‘지베르니의 정원사’라고도 불리는 모네의 마음을 이끌었던 그의 정원이 재현된 공간은 실제 그의 정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외형적으로 비슷한 공간 연출 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로 어두운 공간에 빛으로 쏘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천장에도 모네의 그림들이 LED조명을 받으며 걸려 있었다. 실제 그의 정원은 그의 세계로의 직접적인 초대였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의 정원은 공간 연출자와 미디어 아티스트, 그들의 작품을 매개로 한 간접적인 모네에게로의 초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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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을 그대로 재현한 미디어 오랑주리 미술관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모네가 그린 수련연작의 크기를 그대로 재현하면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과 버드나무가 찰랑이는 순간을 비디오 아트로 만들어 감동을 더했다. 모네의 붓터치를 원본이 아니고서도 느끼게 해 주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모네의 수련 연작들은, 기존의 수련을 그린 작품들과는 다른 특징들을 보여준다. 수평선과 나무, 땅, 다리가 등장하지 않는다. 작품은 현실적인 공간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현실 밖, 즉 초현실적인 세계를 그리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있다. 특히 수련 연작은 오로지 물과 물에 비치는 이미지를 통해 캔버스의 경계 바깥으로의 연속성을 느끼게 한다.



“새벽녘에 나는 내가 가장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한 죽은 여인의 옆에 앉아 있었네. 그녀의 비극적인 잠을 응시하고 있었지. 그리고 문득, 내 눈이 죽은 사람의 안색의 변화를 좇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곁에서 사라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에 새겨두고 싶다는 소망이 생기더군. 하지만 소중한 사람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그 색체가 유기적인 감동을 불러일으켜서, 나는 반사적으로 내 인생을 지배해온 무의식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고, 죽어가는 그녀를 그리기 시작했다네.”
-클라우드 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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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효과를 관찰하며 해석에 대한 결과를 화폭에 담은 모네의 습관은 그의 평생 뮤즈였던 카미유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계속됐다. 카미유를 주제로 한 섹션은 모네가 카미유를 얼마나 사랑했고 그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순간을 차지하는지가 보였다. 모네가 카미유를 보는 모습은 그녀 뿐만 아니라 그가 만물을 대할 때 얼마나 순수하고 티 없이 바라봤을 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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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는 항상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명상의 피난처’가 되길 바랬던 사람이다.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이 치유 받기를 원했던 화가. 무더운 여름,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 줄 모네를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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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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